협상은 게임이다
사람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소한 이야기들까지도 말이다.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이 목적을 가지게 되었을 때 이는 협상이 된다.
영화를 보면 범죄 현장에서 범인을 설득하기 위한 협상 전문가가 있고, 수십억 원 혹은 그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 전문가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협상이라는 단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협상은 정말 단순하다.
"너 김치 없지? 내가 김치 줄 테니까 나에게 너의 분홍 소시지를 줘"
이것이 협상이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협상을 잘 한다고 말한다.
사실 영업 직원이 협상을 잘 하는 이유는 그만큼 말을 많이 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이다.
또한 매출을 발생시키려면 매일, 매 순간이 협상이기 때문에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혹은 잘 하는 것이다.
7화(Leader)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근무일수 20일 중에 매출이 급하지 않은 날은 2, 3일 정도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지쳐서 쉬는 날이었다. 매일 최고 금액을 찍어야 하고(=매출을 만들다) 회사는 그렇게 하게끔 목표를 제시한다. 그러다 보니 아침 9시에 외근을 나가서 저녁 6시에 사무실로 들어오기 전까지 매 순간이 거래처와의 협상이다.
커피를 마시고, 웃으면서 어제도 야구 경기 봤느냐 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협상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나와 상대는 항상 타이밍을 잡는다.
"어제 야구 보셨어요 - 어떻게 물건을 구매해달라고 하지"
"어제 롯데 졌잖아요 - 재고가 많아서 안돼"
"왜 졌는지 모르겠어요. 이길 수 있었는데 - 재고가 많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지는데는 이유가 있겠죠. 투수도, 타자도 엉망이었고 - 재고는 많으니까 특별한 거 아니면 물건 안 받아"
"오늘은 이기겠죠 - 오놀은 가격으로 협상을 하자"
처음에는 거래처와 신뢰를 쌓기 위해 매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은 적도 많았지만, 그런 날은 매출이 많지 않아 지점장에게 된통 혼나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건 좀 구매해주세요, 오늘 매출을 꼭 만들어야 됩니다. 아니면 퇴근 못합니다, 지점에서 엄청 욕먹습니다"
사실 이러한 말들이 거래처와는 상관없는 말이다. 나도 그들이 관리해야 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유대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이틀은 도와줘도 매일 도와 줄 수는 없다.
나는 빠지지 않고 월급이 들어오지만 그들은 물건을 팔아야지만 월급이라는 것을 다른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개인 사업가였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
비즈니스는 정이 아니다. 공과 사가 확실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당연히 정과 신뢰는 완전히 다른 의미에서 말이다.
영업에서의 협상은 간단하다.
'A를 구매해주시면 B를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C를 구매해주시면 사장님이 아시는 분들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받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D를 구매해주시면 다른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E를 구매해주시면 제가 직접 홍보하여 신규 업체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만약 이 중에서 한 가지라도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협상 실패이다.
그런데 분명 한 가지는 걸릴 것이다. 그렇게 믿고 협상을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가격이 저렴한 것이 최고의 협상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가격이 한정되어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 인가.
물러나고 말 것 인가. 그리고 회사에 가서 퇴근하기 전까지 욕을 먹을 것인가.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매일이 협상의 나날이다. 여름휴가 같은 짧은 여행에서도 발생하지만 귀중한 짧은 시간을 협상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이 말이 협상이지 그냥 가격을 깎는 것이다. 왜냐하면 직장과는 다르게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없고 내가 대부분 구매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돈이 풍족할 때이기에 협상을 하다가 이쯤 되었다 싶으면 구매를 하거나, 혹은 아예 가격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2가지 이유로 인해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하나는 돈이 점점 부족해져서이고 , 다른 하나는 나는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가 더 저렴하게 샀거나 혹은 비싸게 샀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였다.
처음에 나는 영업을 했다는 자신감 하나로 내가 구매하는 가격이 저렴한 가격 혹은 최저가인 줄 알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은 항상 존재한다'
나보다 저렴하게 구매 한 사람은 항상 있었고, 다른 지역에서 똑같은 제품인데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보면 내 협상은 실패는 아니더라도 성공하지 않았음을 느꼈다.
회사 때처럼 몇 천 만원, 몇 억 원이 아니 꼴랑 몇 천 원, 몇 만 원으로 달라지는 금액이지만 회사와는 다르게 모든 것이 나의 금액이기에 회사에 있을 때보다 집중해서 협상을 했다.
지금 11개월간 협상을 하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들의 눈빛이다. 회사 다닐 때는 내가 마음이 급한 적이 많아 그들의 눈빛을 보지 못했는데, 여행 중에는 마음이 급하지 않다 보니 그들의 눈빛을 볼 수가 있었다.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인종은 상관이 없었다. 상인 혹은 판매자의 눈빛은 대부분 똑같았다.
'나에게 물건을 팔고 얼마를 남겨야 자신이 만족스러울까라는 눈빛'
시간이 지날수록 눈빛을 읽을 수도 있게 되었고 협상은 더욱더 재미있어졌다. 상대의 패를 알지는 못해도 대략적인 패를 예측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협상은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모로코에 마라케시라는 도시가 있다. 수도는 아니지만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에게 매우 유명한 도시이다. 모로코는 카펫이 매우 유명한데, 마라케시는 카펫 판매의 중점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
독일 친구인 Saly가 카펫을 사고 싶다고 했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날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기본적인 카펫 가격을 알아놓기도 했고, 전에 다른 물건을 구매할 때 내가 가격 깎는 모습을 보고 자신보다 낫다고 판단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Saly에게 한 가지 조건을 말했고, 그녀는 그것을 승인했기에 같이 움직였다.
'제품은 네가 원하는 걸 사야 하지만, 내가 원하는 가격이 오기 전까지는 구매하지 마'
30여분쯤 돌아다닌 후 Saly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찾았고 딱 봐도 괜찮아 보였다.
그전까지 3군데 가게를 갔는데 가격을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어차피 그 전날 대략적인 가격을 알아 놓았었고, 내가 가격을 계속 물으면 장사하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친구들 원하는 가격이 얼마 인가 봐. 그 밑으로는 팔지 말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나는 협상을 시작했다.
"얼마인가요"
"90만원입니다"
어이가 없었다. Saly 도 똑같은 생각이었고,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그에게 말했다.
"20만 원에 줄 수는 없으신가요"
아마 그도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50만 원 밑으로는 안됩니다"
역시 한 번에 가격이 내려올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Saly와 대화하는 척하며 다시 물었다.
"그녀가 구매할 것인데 30만 원 위로는 사지 않는 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는 고민했고 나에게 40만 원 미만은 절대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나왔다.
Saly는 가격이 괜찮지 않냐고 말했지만 몇 군데만 더 돌아보자고했고, 만약에 다른 곳에서 못 구하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 저 가격에 사주겠다고 하였다.
사실 자신은 없었다. 내 패를 다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30여분 후, 다른 매장에서 이전보다 더 나은 디자인의 카펫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
"60만 원입니다"
이전보다는 가격이 높지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나는 똑같이 되물었다.
"20만 원에 줄 수는 없으신가요"
그는 이전 사람과 똑같이 잠시 고민을 했고, 40만 원까지는 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잠시 고민을 한다는 것인데,
고민을 한다는 것은 그가 가격을 높게 불렀던가 혹은 얼마를 남겨야 적당한 마진 이상을 남길 수 있을까 라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진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렀다면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거나 혹은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5분 정도 가격 협상을 계속했고 30만 원까지 가격이 내려왔다. Saly는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나를 한 번 믿어달라고 하고 가게 밖을 나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그는 미끼를 물었다.
"Hey my friend. Ok, just 220 dollars, don’t negotiate anymore"
우리는 카펫을 샀다. 사실 내 물건이었다면 나는 좀 더 돌아다녔거나 20달러를 더 깎았을 것이다. 그런데 Saly 가 20달러 더 깎는다고 좋아할지는 알 수 없었기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은 마라케시의 저녁 식사 한 끼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협상에서 항상 이기려고는 하지 마라.
세상에는 당신보다 나은 사람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협상으로 인해 사람을 배우고 비즈니스를 배울 수 있다.
인생은 길고, 협상할 수 있는 시간도 길다.
올해까지는 아프리카에 머물 예정입니다.
지금은 세네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