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
“이 친구는 다 좋은데, 참 눈치가 없어”
이 말은 칭찬일까 아닐까?
성격 및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기에 분명 칭찬이지만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도대체 눈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늘어나는 것일까? 살면서 눈치가 필요하긴 한 것일까?
눈치란 주변 환경을 파악 후 자신의 판단 아래 미리 무엇인가를 행동하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과 미리 행동한다라는 것이다. 판단이 서도 행동하지 못하거나, 판단 없이 미리 행동하는 것은 눈치 없는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다.
직장인은 4종류로 나뉜다.
눈치 있고 일도 잘하는 사람, 눈치 없이 일만 잘하는 사람, 눈치 있고 일은 못하는 사람, 눈치 없고 일도 못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첫 번째가 최고이고 마지막이 최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두 번째와 세 번째에 속하며 당시의 환경과 그 사람의 됨됨이에 의해 평가가 나뉘게 된다. 자신의 업무능력이 아닌 외적인 무언가에 의해서 말이다.
직장에는 우직하기만 한 곰과 영악한 여우가 있다.
사실 우직한 곰이라고 눈치 없는 것은 아니고 영악한 여우라고 눈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관념상 우리는 표면적으로 이렇게 부른다.
회사는 우직한 곰을 좋아하지만 막상 진급이 빠른 사람들은 영악한 여우가 많다. 나는 후배들이 우직한 곰이기를 바라지만 가끔은 영악한 여우가 나을 때가 있었다. 사실 곰인지 여우인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모두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일 뿐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우직하기만 한 곰이었다. 눈치 없이 내가 맡은 업무만 열심히 하였고, 다른 틈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업무만 충실히 해도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알지만 일단은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해야 다른 것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사건으로 인해 내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입사 1년 차에 울산지점 팀장님의 부친상이 있었다. 당시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장례식에 팀원 전체가 참석하는 관례가 있었는데 당시 개인 사정으로 참석을 못했었다. 지점 막내가 관례를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 선배들의 탐탁지 않은 눈초리를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내 개인 사정이 더욱 중요했었다. 그런데 다음 날에 이상한 이야기들이 돌기 시작했다.
‘그 지점 막내는 생각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회사생활에 관심이 없는 것인가’
내 개인 사정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관례를 깨버린 한낮 눈치 없는 사원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신입사원이었고 그들의 말 한마디로 인해 내 평가는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낱 일개 사원일 뿐이었다.
그 이후로 내 행동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정확히는 내 행동에 변화를 줬다. 업무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변화를 줬지만 조직이 원하는 스타일로 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치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전보다는 편한 회사생활을 하면서 좋은 평가들을 받기 시작했다.
일상과 직장 생활에서의 눈치는 전혀 다르다. 내가 맞다 판단해도 조직에서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내 판단이 정답에 가까울 것이라는 눈치가 늘기는 한다. 돈 주고도 못 배우지만 살기 위해서 배우는 눈치인 것이다.
여행에서는 눈치 없다고 직장생활처럼 욕을 먹거나 혼나는 일은 거의 없다. 각자의 여행이고 눈치가 있든 없든 자신의 여행을 평가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치가 있다면 여행이 좀 더 편하기는 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눈치 싸움을 해야 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
다만 직장생활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많은 여행자들이 미리 겪은 경험들을 나에게 필요한 정보로 만들 수 있다. 가끔 정보가 당시의 상황과 틀릴 경우도 있지만 눈치를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
유명한 관광지를 갈 때면 문제 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표를 구매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할 수도 있으나 아직 많은 사람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접 줄을 서서 표를 구매한다.
로마 콜로세움은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 티켓을 구매하는 곳은 콜로세움 내부와 포로 로마로라고 불리는 유적지의 입구 앞 매표소가 있다. 미리 얻은 정보로는 포로 로마로 매표소가 더 빨리 표를 구매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도착했을 때는 기다리는 사람의 수가 비슷했다. 아마 나와 같이 정보를 미리 얻은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2개의 줄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눈치를 발휘해야 할 때였다. 각 줄의 중간쯤에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얼마 가량의 시간을 기다렸는지를 물었다. 한 사람은 1시간이라고 이야기했고, 한 사람은 30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곳은 포로 로마로 이었고 1시간을 기다리고 나서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콜로세움에 들어갈 때 처음에 기다리는 시간을 물어봤던 사람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진심으로 답해준 그에게 감사했다. 7월의 로마는 36도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더운 날씨였다.
서아프리카는 버스 정류장에 특별한 명칭이 없다. 현지인들이 타고 내리는 곳이 정류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버스라는 개념 자체도 거의 없으며 출발지와 목적지만 적혀있는 미니 버스에 내 몸을 욱여넣어야 한다.
시에라리온의 수도인 프리타운에는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유동인구이다. 밤에는 거리도 밝지 않으며 차량의 불빛이 거리를 밝힐 뿐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와 시내는 약 2시간 걸리는 거리였으나 하루는 어쩔 수 없이 밤늦게 시내에서 떠날 상황이 되었다. 예상했듯이 도로는 차량의 불빛 말고는 깜깜했으며 지나가는 미니 버스에는 터져나갈 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손잡이를 잡고 차를 타거나, 지나가는 대형 덤프트럭에는 모래와 함께 수 십 명의 사람들이 타 있기도 했다.
어두운 거리, 수많은 차들, 그리고 차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살아남을 눈치를 발휘해야 했다.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에서 차를 기다렸다. 10분을 기다리고 30분을 기다려도 빈 차를 찾을 수가 없었기에 다른 정류장을 찾아 떠나야 했다. 수많은 현지인들도 나와 같이 도로의 눈치를 보면서 걷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따라가기도 하며 길을 찾았지만 대부분 똑같은 결과를 맞았다.
나만의 길을 찾아야 했다. 구글 맵을 보면서 낮에 걸었던 길을 머리 속으로 다시 상기시키며 빈 차들이 많이 지나갔던 길들을 생각하면서 걸었다. 다행히도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5분 만에 숙소로 돌아가는 차를 탈 수 있었다.
가끔 눈치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피곤할 때가 있다.
더 많이 생각하고 미리 행동해야 하며 남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피곤한 삶이지만 가끔 눈치가 밥 먹여 준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실제로 적고 싶었던 글은 눈치 보다 센스를 기르자 입니다.
이 글도 도움이 될 듯하여 발행하며, 제가 올리고자 했던 글은 정리 후 다시 올리겠습니다.
지금은 시에라리온 freetow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