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술자리에 대한 고찰

술자리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변명

by 오늘내일

"회사 가면 술 마실 일도 많을 텐데, 괜찮을까?"


콜라의 탄산만 맡아도 얼굴이 빨개지는 친구가 있다. 취업 전에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할 때면 우리는 항상 그에게 이야기했었다.

그랬던 그가 직장생활 수년 만에 500cc 맥주잔을 2잔까지 마시게 되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와 술자리를 가질 때 같이 맥주잔을 칠 수는 있었다.



영업은 지인에게 판매하는 것과 접대를 많이 한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보통 술자리를 같이 겸하는데, 90%의 계약이 술자리에서 나온다는 말도 가끔은 진실일 때가 있었다.

다행히 내가 있었던 팀에서는 위와 같은 술자리는 거의 없었지만 팀워크를 위한 회식과 거래처 사장과 동등한 위치에서 유대관계 증대를 위한 술자리는 있었다.


앞서 6화(동료라는 것)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나는 선 통보가 있는 회식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누군가에게 회식은 상사가 집에 들어가기 싫거나 심심해서라는 이유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팀워크 향상을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뒤의 주장에 힘을 주고 싶다. 신입 때는 나도 전자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와 후배들이 자체 회식을 가진 적이 종종 있었는데, 전자만의 이유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고 술 값을 계산하는 것은 썩 그리 유쾌하지 못한 행동이다.


회식은 대부분 술자리가 겸업되며(최근에는 뷔페 및 문화체험으로도 변경되고 있음) 회사에서 하지 못하는 말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나 또한 경직되어 회사에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술자리를 무기 삼아 상사에게 한 마디씩을 던졌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예의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술자리일 뿐이지 상사와의 대화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곡예사와 같지만 안전하게 끝까지 건너기만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가 있었다. 가끔 후배들이 술에 취해서 선을 넘어가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다음 날 어떤 답이 나올지는 이미 머리 속에 그려져 있었다. 당연히 다음 날 내 예상은 정확했다.

실적과 관련되는 민감한 이야기보다는(잘못하면 분위기 암울해진다) 연차와 휴가 같은 자신의 휴식에 관련된 이야기는 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사는 연차를 공식적으로 제공하지만 실제로 연차를 매번 챙기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또한 5년간 4번의 연차를 썼을 뿐이다. 윗사람이 쓰지 않으니 아랫사람은 눈치가 보이고, 다음날 밀려있을 업무에도 부담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차를 쓴 날도 회사만 나가지 않을 뿐 전화로 업무를 다했다.

거래처와의 술자리도 비슷하다. 비록 대부분 상하관계의 술자리가 많지만 꾸준하게 관계를 유지할 동업자의 관계로 접근한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자리이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 혹은 직장동료와는 직장에서의 관계가 끝인 사람에게 술자리는 매우 힘들겠지만 이 또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또한 술자리의 문화가 바뀌고 있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충분히 분위기를 즐기면서 당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당신은 술자리가 가질 수 있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단 무리해서는 안 된다. 건강이 1순위이다.



여행에서 술은 흥을 돋우기 위한 도구이고 언어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또한 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불편하게 마실 이유도 없다.


나도 술과 술자리를 좋아해서 내가 가는 나라만의 술을 마셔보는 것이 여행의 작은 목표 중의 하나였다. 각 나라의 전통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맥주는 어디서든 판매하고 있었다. 일부 국가(무슬림 및 힌두교 관련 국가)는 술을 구하기가 매우 힘들지만 그렇다고 못 구할 것은 아니었다.

필리핀 산미구엘부터 시작해서 유럽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는 다 마셨다. 기념으로 뚜껑도 모두 수집했지만 몰타에서 가방을 분실한 이후에는 집착을 버렸다.

맥주를 마시는 자리에는 대부분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있었고, 인종과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종교와 나이가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자리였다.

맥주 한 병 만 있으면 서로의 출생부터 맥주를 마시고 있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여행자의 대부분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 에너지를 받았다. 나 또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하고 기회가 되면 다시 길 위에서 만나기도 하였다.


사실 술자리에서 가장 좋은 것은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 것이다. 왠지 내 영어 발음이 좀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았고 그들의 꼬인 듯한 발음도 더 잘 들리는 듯했다. 사실 들리지 않아도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영어뿐만 아니라 단어 몇 개만 아는 다른 외국어도 대화로 이어지는 마법이 펼쳐지고는 했다.

이러한 자신감과 외국인과의 대화가 꼭 술과 함께일 필요는 없다. 커피를 마셔도 되고 길거리를 걷다가 이야기를 해도 상관은 없다. 또한 콜라 한잔만으로도 술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


다만 조금은 내성적일 수 있는 당신에게 용기라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당신의 여행을 좀 더 풍요롭고 매력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술은 많이 마신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술을 누구랑 어떻게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자신의 주량을 넘는 술로 인해 전날의 기억을 지우고 싶은 나는 되지 말자.





12개월 동안 먹어 본 맥주 중에 가장 맛있었던 맥주는 미얀마의 Primium Myanmar 이다.



수험생 여러분 수능 친다고 고생 많았습니다.


술은 마시고 싶으셔도 조금만 참으세요.

공식적인 성인이 되면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실 기회가 있습니다.


당신의 앞날이 창창하길 기원합니다.




지금은 시에라리온 Freetow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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