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하다)에 대한 반론
14화 -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하다에 대한 반론을 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수능답안을 한 번 밀려 씀으로써 학창시절의 노력들이 무너졌다. 그래도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긴장되는 상황을 나 스스로 푸는 법이었다.
그 이후에는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시험에서 예전과 같은 실수를 범하는 일은 없어졌다. 또한 제대로 된 스펙 하나 없는 내가 면접에서는 최대한 긴장하지 않고 나를 보여줌으로써 높은 합격률을 가질 수 있었다.
일을 하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그들은 나의 행동에 가상의 숫자로 나라는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매출이 큰 만큼 내부 업무가 많다 보니 어느새 야근은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다. 업무 집중을 통해 빨리 퇴근하려 해도 업무 양과 회사 분위기상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맡은 업무는 문제없이 처리하고자 하는 나의 행동들이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관계가 좋았고 내가 하는 일은 신뢰를 줄 수가 있었다.
거래처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규 영업에는 미약한 부분이 있었지만, 거래처 관리에는 정말 자신있었다. 거래처의 1부터 100까지 알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선 혹은 회사에 이익이 남는 선에서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다.
영어기사로 된 업계의 글로벌 현황을 번역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배송차량 및 그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선에서는 다 연결해주었다. 경조사는 기본이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그들에게 인정받게 되었고, 그들 또한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들로 인해 신규업체도 소개받게 되고 좋은 업체로 이직도 할 수 있는 상황 또한 생겼었다.
만약 내가 결과에만 목이 말라 그들을 한 번 쓰고 말게 될 일회용 제품과 같이 생각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장기여행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여행은 특성상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멋진 결과만을 원하지만 장기여행은 그렇게 했다가는 금방 지치고 만다.
A가 안되면 B를 해보고, B가 안되면 C를 하는 식으로 행동해야 지치지 않고 재미도 잃지 않는다.
몰타는 이태리 밑에 있는 아주 작은 섬이나 유럽인들에게 휴양지로 유명하고 최근 들어 어학연수지로도 인기가 많다. 나 또한 휴식을 취하면서 공부도 하고자 몰타에서 50일가량을 머물렀다. 생전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생활하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름다운 해변을 즐기는 것과 남미 친구들로부터 스페인어를 배우는 것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40여 일을 잘 보내다가 문제가 하나 생겼다. 유럽여행의 친근한 존재인 베드 버그가 학원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발생했다. 학원의 조치로 물건을 모두 학원에 맡기고 필요한 짐만 들고 임시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방역이 완료된 일주일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왔을 때 내 짐은 없었다. 정확히는 내 짐만 없었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는 학원의 대답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10일 뒤면 몰타를 떠나야 하는 나에게 짐은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학원과 책임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일단 모든 것이 학원의 관리 부실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여 학원 측에 문책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자신들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도난일 수 있으니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것이 다였다. 경찰 접수 후에도 학원과의 실랑이를 통해 이미 발생해버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들은 도의적인 미안함만 전달할 뿐 아무 책임도 지려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몰타를 떠나는 날까지 내 물건들을 찾지 못했다.
나는 결과적으로 300만 원을(분실 200만 원, 재 구매 100만 원) 잃었지만 진행과정을 통해 몇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40일 동안 어학연수로 얻은 영어 실력보다 10일 동안 학원과의 언쟁을 통해 얻은 실력이 더 컸다.
돈 혹은 법과 관련된 의사사통을 할 때는 단어 한마디가 중요하며, 이를 통해 외국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조직에게 개인이 이길 수 있는 길은 조직이 신경 쓸 수밖에 없도록 개인이 사회에 영향력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결과가 과정을 판단하는 세상이지만 인생은 그리 짧지 않다.
당시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 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당신의 과정들을 피드백하며 다음의 중요한 일을 준비하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결과보다는 과정을 우선시하는 사회를 원하고 있다.
분명 당신의 과정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
*아직까지도 메일을 통해 학원과 이야기 중이지만 나는 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없는 미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기니 conakry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