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결과가 과정보다 중요하다

결과가 세상의 전부이다

by 오늘내일


수능 답안 밀려 쓰기 주인공을 알고 있는가?

일부의 주인공 중에 한 명이 나였다.


성인이 되기 전 가장 중요한 시험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나는 첫 과목에서부터 답안을 밀려 썼다. 긴장해서인지, 배가 아파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답안을 밀려 썼고 그간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과정이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는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와는 다른 문제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돌릴 수가 없기에 결과가 엉망이면 과정은 묻히게 된다.

특히 한국이라는 경쟁이 심한 사회 속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부산, 경남에서 가장 큰 프랜차이즈 업체를 담당하고 있었다. 업체와 거래가 중단되면 나와 지점 자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큰 매출이었다. 회사 출근하듯이 매일 출근하면서 그들과 유대를 쌓았고 여러 가지 상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와 나의 업무 특성상 구매 담당자나 사장만이 아닌 내가 이름을 외워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는 모두 유대관계가 깊어야 했다. 나의 노력을 그들 또한 인정하기 시작했고, 다른 어떠한 업체와 비교해도 유대가 깊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제품 한 가지를 일정 기간까지 납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사실 업체와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납품하려고 노력했지만 회사에서는 업체 성장성 파악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지시가 떨어진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노력했어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다는 것을 인지했으나 해야만 했다.

이제부터는 나의 일이 아닌 회사의 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 이후부터 내 모든 관심사는 한 가지였다.

미팅을 할 때, 밥을 먹을 때, 어제 야구는 어땠나 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할 때 까지도 나는 그들에게 왜 이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래도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자 우리가 제안(샘플, 광고, 비용 지원 등)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전달하였고, 그들이 미끼를 물기를 기다렸다. 그래도 안 되면 그동안 쌓아왔던 유대를 이용해서 인간적으로 부탁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시작한 지 1년쯤 지난 어느 날 부사장이 나를 불렀다. 그리고 실무진과는 이야기가 다 끝났고 대표 승인만 남았는데 대표도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이야기했다. 나의 과정들이 결과로 만들어지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내가 퇴사하는 순간까지도 제품을 납품하지 못했고, 퇴사 후 1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납품이 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나는 이 업체를 키워 온 능력 있는 영업사원이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깟 제품 하나 입점하지 못하는 능력 없는 영업사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노력했던 음지의 과정은 양지의 결과에 묻혀버려 버린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수라바야라는 도시에서 브로모 화산으로 가는 길은 정말 고역이었다. 브로모 화산으로 바로 가는 차량이 없었기에 산의 입구까지 버스로 10시간을 이동했다. 문제는 버스 안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적으로 담배 생산이 유명하며 그만큼 소비량도 엄청나다.

버스 안에는 50명이 있었는데 누군가 한 명이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그 뒤로 경쟁하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어림잡아 30명이 피는 담배 연기로 인해 차 안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밖은 차량 매연 , 안은 담배 연기로 인해 금방이라도 속을 비울 것만 같았다. 차 안에는 수많은 노인과 아이들이 있었지만 아무 상관없다는 듯 줄담배의 향연이 이어졌다.


지옥 같은 곳에서 내린 다음 할 일은 그나마 나은 공기를 마시는 일이었고, 브로모 화산 입구 마을로 올라갈 차량을 찾는 것이었다. 문제는 당시 주위에서 큰 행사가 있어 그 지역에 외국인은커녕 현지인 관광객도 거의 전무했다. 투어는 아예 배제하였기에 개인적으로 지프나 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사람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선택하게 되었다.

해발 2,000m를 오토바이로 올라갈 생각에 아찔했으나 특별한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오토바이 이동은 처음에는 경치를 본다고 정신이 없어서 힘든지도 몰랐다.

1/3 즘 올라왔을 때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는데 10분 뒤에는 ‘퍽퍽'으로 소리가 바뀌었다.

미끄러운 경사에 오토바이가 2번 넘어질 뻔했고 당연히 옆은 낭떠러지였다. 고도에 맞게 날씨는 추움을 넘어 뼈가 시리게 만들었다. 강한 빗줄기가 얼굴을 칠 때면 주먹으로 한 대 맞는 느낌이었다.

2시간 만에 정상 근처에 도착하였고 나는 내리자마자 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하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결국 몸살이 심하게 걸려 오후 6시에 기절하듯이 잠을 청했으나 다음 날의 브로모 화산은 내가 몸살에 걸렸다는 사실마도 잊게 만들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미얀마 바간은 일출, 일몰이 근사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수많은 파고다와 나무들은 해와 더불어 환상적인 장관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며칠 동안 유명한 포인트들은 다 방문했지만 내 마음에 와 닿는 곳이 없었다.

하루는 수영장 선 베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베드가 부러졌다. 그러면서 무언가가 내 허리와 등을 쳤는데, 그 고통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만큼 당시에는 통증이 매우 컸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다리와 허리에 잔 상처가 남아있는 상태였기에 더욱 짜증이 올라왔다. 그래도 일몰을 의무적으로 보기로 나와 약속했기에 잠시 휴식 후 길을 찾아 나섰다. 다른 이들에게 추천받은 곳을 찾았으나 그곳은 딱 봐도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적잖이 실망했지만 해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기에 시간이 없었다. 나는 찾아야만 했다.

나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이 되어야했다. 막힌 길을 뚫고 없는 길을 만들어서 한 공간에 도착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둑이 있는 강가였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강가에 일몰이라는 색깔을 뿌려놓은 듯 하늘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고,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붉고 아름다웠다.

잠깐씩 등허리에 통증이 올라왔지만 이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여행 최고의 일몰을 그곳에서 보게 된 것이었다.




결과만 중요시하는 사회는 너무 질리고 각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사회에 살고 있고 내일도 그러한 사회일 확률이 높다.

우리는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과정보다 결과가 우선되어야 한다.




올해까지는 아프리카에 머물 예정입니다.

지금은 기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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