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또 다른 세상, SNS

어쩌다 보니 SNS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사람

by 오늘내일

요즘 타 지역에 있어 쉽게 보지 못하는 친구들과 연락할 일이 생기면 “잘 보고 있어. 멋지게 살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에이 무슨, 나도 잘 보고 있어. 얼마 전에 차 샀던데.”라고 답을 한다. 분명, 몇 년 만에 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만난 것처럼 SNS를 통해 상대의 일상을 잘 아는 우리의 모습이 어느새 어색하지 않은 삶이 되었다. 누군가의 감시가 아닌 그저 관심이다.

가장 좋아하는 축구 감독인 퍼거슨 경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기기도 할 만큼 부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SNS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처음 SNS를 접한 것은 세이클럽이었을 것이다. 다른 SNS도 있었겠지만, 제대로(?) 한 것은 세이클럽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학창 시절에는 주말 밤샘의 주원인이었다. 채팅도 하고, 게임도 하고, 소설도 올리다 보면 시간이 어느새 금방 흘러갔다. 가상의 공간에서 나를 나타낸다는 것은 재미 그 자체였다. 그곳에서 나는 괜찮은 사람, 멋진 사람으로 변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나를 알지 못했고, 그 누구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때 한 번씩은 해봤을 싸이월드로 넘어갔다. 지금의 SNS들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을 드러낸다면, 싸이월드는 철저하게 무거웠다. 세이클럽과는 달리 모르는 사람과 소통하되, 어느 정도 실명과 얼굴이 드러나다 보니 좀 더 친밀감 같은 것이 쌓이게 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좀 더 자신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도토리를 통해 음악과 물건을 구매하고 좀 더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아닌 가상의 자신에게 화장을 하고 옷을 사 입혔다.


대학생이 시작되면서부터 싸이월드 붐이 불었다. 나는 그저 남들이 하니까 하는 정도였다. 당시에 만나던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과 일부 오글거리는 감성글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시간을 들여 활용하지는 않았다. 싸이월드 말고도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당시의 쓸데없이 바빴던 나에게 싸이월드 할 시간은 조금은 사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주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와~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야?’란 생각마저 들었다. 가상의 집을 꾸미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는 정도는 이해했다. 그런데 각종 아이템을 위해 도토리 구입 비용만 몇십만 원, 몇 백 만원씩 사용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기가 찼다. 내 주위에는 한 달 아르바이트 비용의 절반을 쏟아붓는 친구도 있었다. 최근에 영화관에서 싸이월드 되살리기 운동 느낌이 나는 광고를 보고 있으니 괜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그 느낌은 과거의 나의 추억보다는 ‘우리들’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감회였을 뿐이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전 세계적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바람이 불 때에도 나와는 먼 이야기였다. 퍼거슨 경의 말처럼 시간 낭비였다. 내 일상을 공유할 의미도, 이유도 없었다. 내 주위도 마찬가지였다. 블로그를 하는 친구들은 종종 있었지만,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세계 일주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가볍게 인스타그램만 해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남한테 보여주기보다는 그저 내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사진 저장 매개체가 분실, 파괴 등 문제가 생긴다면 내 추억은 쉽게 잊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여행 시작 한 달 후 인스타그램에 내 얼굴 사진이 담긴 첫 피드를 올렸다. 어차피 철저한 추억용이었으므로 팔로우, 팔로잉 수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알고 지내는 지인들끼리만 친구를 맺었다. 화질도 좋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것조차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멋진 사진을 찍은 친구들을 보면, ‘이왕 해외 사진 찍는 거 멋지게 찍고 싶은데.’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사진 찍는 법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여행하며 만난 친구가 늘어나면서 친구 수도 늘어갔고, 그 친구들을 통해 또 다른, 그리고 또 다른 친구들을 알게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괜찮게 나온 사진에 좋아요와 댓글이 평소보다 많이 남겨져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았다. 조금씩 사진과 글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글을 생각하며 적었다. 어느새 나의 추억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위한 활동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나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런 나조차 아무렇지 않은 내가 되었다.


여행을 마친 지금도 1일 1 피드(1개의 사진 혹은 글)는 올리려고 노력한다. 나와 맺어있는 친구들이 대부분 내 관심사인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가벼운 이야기를 나눠도 재밌다. 여러모로 배우는 부분도 있다.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상업적인 용도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첫 책을 출간할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온라인 마케팅 관련 책들을 보면, 프리랜서나 장사와 같이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은 SNS 마케팅에 집중하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개인의 시대가 되었지만, 수많은 개인 중에 살아남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가 있으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없다면 개인이 뛰어난 제품 혹은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일개 개인이 천부적인 돈을 들여 제품 광고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두 가지를 동시에 할 방법은 SNS인 것이다.


내가 이렇게 글을 적는다고 하니 친구 한 명은 “그 내용은 빼는 게 어때? 너무 상업적으로 보이는데?”라고 말했다. SNS를 안 하는 그 친구 입장에서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보편화된 이야기이다. 그래서 투자라는 말을 쓴 것이다. 피드 하나 올리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피드에 달린 댓글로 소통하고, 그들의 피드를 확인하고, 책, 여행과 관련된 다른 피드를 확인하면 하루에 1시간 정도는 시간을 소비하는 셈이다.


얼마 전에 어디서 본 통계에 의하면 인스타그램 팔로워 2만 명 전후의 사용자가 받는 좋아요 1,000개 정도의 가치가 몇 백만 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과 맞먹는다고 했다. 그 정도에 비하면 새싹에 불과하지만, 확실히 팔로워가 늘어남에 따라 자체 광고 효과가 조금씩 늘어가는 느낌이다. 첫 책을 구매해준 분들 중에는 지인만큼 SNS를 통해 알게 된 분들도 많다. 그것을 알게 되니 SNS를 더 끊지 못하는 느낌도 있다.


이런류의 책을 한 번도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블로그 마케팅 전문가인 지인의 권유에 의해 다시 블로그를 시작했다. 여행할 때 블로그를 작성했지만, 사진 한 장 업로드되는데 10분씩 걸리던 시간이 너무 아깝고 짜증 나서 포기해버렸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 대단하다. 이 귀찮은 것을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하지.’였다. 그런데 그 귀찮은 짓을 다시 시작했다.

인스타나 페이스북 등 가벼운 SNS에 비해 블로그는 매우 무겁다. 시간 소비도 많다. 기존에 글을 쓰고 있던 브런치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만, 사진부터 블로그 이웃 관리까지 모든 게 일이었다. 그래서 블로그 관리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돈을 버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예전에 비해 블로그 파워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안이었다. 확실히 생각보다 많은 시간 소비로 인해 예상보다 잘 안 되고 있지만, 아직 여러모로 검증받지 않은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요즘 가장 고민거리 중 하나가 유튜브이다. 분명 트렌드는 유튜브를 말하고 있고, 좋은 콘셉트에 꾸준히만 하면 돈도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쉽게 발을 들여놓기가 힘들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글이다. 텍스트를 하는 입장에서 영상과는 조금은 방향이 다른 느낌이다. 또한 대충 영상을 만들어도 된다고 하지만, 막상 보면 그렇지 않다.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10분 영상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적으면 3시간부터 많으면 10시간까지 든다고 한다. 당연히 개인차이다. 10분 녹화하고 올려도 상관없다. 하지만 딱 망하기 좋은 길임을 알고 있다. 그래도 제일 머뭇거리는 이유는 결국 나를 대놓고 밖에 내놓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시대를 앞서 가지는 못해도 따라가야만 살아남는 것이 프리랜서라는 10년 차 프리랜서 지인의 말처럼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안다. 하지만 잘 안 된다. 혼자는 힘들어 친구와 함께 해볼까 하다가 엎어졌다. 엎어지고 나니 더 할 용기가 사라졌다.


유튜브를 포함해 각종 SNS를 내일부터 하지 않아도 내 삶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분명 또 다른 트렌드가 생길 것이고, 그 트렌드에 맞춰 가면 된다. SNS의 힘을 받지 않아도, 자연스레 좋은 글로 인정받아 책이 많이 판매되면 좋다. 그로 인해 강연 횟수 및 비용이 증가하면 더 좋다. 그러나 SNS를 통해 나를 알리는 게 조금은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는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그중 내가 살아남아야 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게다가 SNS가 없으면 손가락이 조금은 심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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