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은 지금도 영어 공부를 매일 하시나요?”
첫 번째 책 <영알못, 외항사 승무원 & 1등 영어 강사 된 공부법>을 출간한 기념으로 저자 강연회를 한 적이 있다. 한창 강연을 하고 있는데 어느 독자가 조심스레 손을 들더니 내게 질문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매일 영어를 공부하는지 말이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대체 그 바쁘고 힘든 와중에 영어를 매일 공부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며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되물었다. 육아하면서 날마다 영어 공부하는 것을 왜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냐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독자는 내 아이와 같은 개월 수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였다. 두 돌도 채 안 된 아이를 온종일 집에 데리고 있다 보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영어를 배우고 싶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은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바이다. 아이가 편안한 엄마의 배 속에만 있다가 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공포감이 드는 것처럼 부모도 모든 일이 낯설고 두렵다. 아빠,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에 익숙해질 틈조차 가지지 못한 채 육아의 세계에 잔인하게 던져진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
르는 채로 시작되는 육아.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상실감과 우울감을 느낀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게 되면 무기력해지고 자신감도 점점 잃게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엄마들이 오롯이 육아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내게 질문을 했던 그 독자도 아마 육아로 인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는 걸까? 바로 ‘엄마’나 ‘아빠’가 아닌 ‘나’라는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8년 1월. 아이가 태어났다.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그 순간은 잠시뿐이었다. 아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댔다. 잠이 부족하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점점 지쳐만 갔다. 결국, 심한 산후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는데. 이래도 되는 건지 걱정도 되었다. 걱정은 또 다른 우울을 데리고 왔다. 하루하루 악순환만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책상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한 서류뭉치를 발견했다. 영어강의 자료였다. 나는 외국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영어 인터뷰와 영어 회화를 가르치던 강사였다. 한때는 영알못(영어를 알지 못하는 자)이었지만 외국 항공사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를 꾸준히 공부했고 그 결과 승무원뿐만 아니라 영어 강사까지 될 수 있었다. 영어를 공부할 때만큼은 늘 가슴이 뜨거웠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탁! 치고 벌떡 일어섰다. 내가 산후 우울증과 육아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영어 공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부터 나는 아이가 낮잠, 밤잠 자는 시간을 이용해 영어 공부를 했다. 영어 원서를 읽기도 하고 공인 어학 능력 시험 OPIc을 준비하기도 했다.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에는 아기 띠로 아이를 안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원어민 전화 영어를 했다. 어떻게 해서든 영어를 가까이하고 싶었다. 원어민이나 미국에 오랫동안 살다 온 사람처럼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어로 말하고 영어를 읽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영어 공부는 시간이 나면 하는 것’이라 믿는다. 대게는 ‘영어’를 일상생활에서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다. 반면에 영어가 최우선인 사람은 어떨까? ‘영어 공부는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영어가 먼저다. 온몸의 세포가 영어에 촉을 세우고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엄마가 된 지 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영어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매일 영어를 공부한다. 아이의 아침 식사 시간엔 영어 동요를 함께 듣고 부른다. 아이가 책을 볼 때면 나도 소리를 크게 내어 영어책이나 영자신문을 읽는다.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혼자서 잘 놀기라도 하면 아리랑 뉴스, TED 강연을 듣고 말하기 연습을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에게도 영어가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는 영어로 일기를 써보거나 영어 원서 필사를 한다.
아이가 커 갈수록 엄마도 함께 큰다. 이것은 육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이가 세상을 배울 동안 엄마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운다. 나는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한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배우고 습득한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부모, 특히 엄마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 엄마표 영어를 꿈꾸는 많은 엄마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왕초보 영어 실력의 엄마라 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와 함께 공부하면 된다. 아이에게 영어 단어를 알려주기 전에 엄마부터 그 단어를 익혀보자. 간단한 문장부터 영어로 익혀서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자. 부디 나의 이야기들이 당신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