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고운 우리 집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두 돌 전후에는 어떤 말을 해도 예쁘고 기특하기만 하다. 좀 커서 4-5살이 되면, 말을 꽤 잘하게 되고, 그만큼 고집도 세진다.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때로는 울고 떼를 쓰면서 '아니야, 몰라, 싫어, 안 해' 같은 미운(부정적인) 말을 쏟아놓는다.
이 말들은 엄마가 많이 지쳤거나 화가 나있는 경우, 불난 집에 쏟아붓는 기름 같은 역할을 한다. 엄마 속이 활활 fire. 나 역시 그랬다. 아무리 아이라지만, 나에게 미운 말을 함부로 할 땐 상심이 됐다.
아이가 더 크면, '아니, 몰라, 싫어, 안 해'가 '아냐, 나는 모른다고, 싫거든, 안 할 건데'로 바뀔 게 아닌가. 이렇게 말하는 아이를 언제나 온유하게 대할 수 있을까? 난 자신 없다. 반드시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가르쳐야겠다.
첫째(6세) 반말을 쓰니, 둘째(3세)도 따라 했다. 아이들이 내 말투를 배우길 바라며,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썼다. '이리 오세요. 앉으세요. 엄마가 줄게요.' 그러면 아이들은 '응'하고 대답했다. 나는 존댓말, 아이들은 반말. 아, 이게 아닌데.
아이들은 어떻게든 존댓말을 안 하려고 했다. '내가 할 거야'를 '제가 할게요'로 바꿔주면 '제가 할게' 하고 대답했다. 다시 '제가 할게요' 가르쳐주면 '아니 엄마가..' 하면서 딴 소리를 했다 (말투를 고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하루 종일 동시통역하듯 아이들의 반말을 받아 존댓말로 바꿔주었다.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었다. (게다가 나 1: 아이들 2 의 불리한 조건) 존댓말 가르치기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아이가 존댓말을 쓰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겠냐는 남편의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반말을 써야만 느껴지는 친밀감이라면, 그만큼은 놓쳐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댓말은 어른과 아이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이자 선(線)이다. 부모에게 반말을 써도 선생님 같은 다른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쓰게 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존댓말이라는 선을 정해주면, 아이의 말은 태도에도 영향을 미쳐, 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게 한다.
다음 해, 아이들을 대안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 학부모로서 지켜야 할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자녀가 가정에서 존댓말을 쓰게 해 주세요'였다.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강력한 존댓말 훈련을 시작했다.
나는 아래의 두 가지 다짐을 했다
1. 아이들이 존댓말을 완벽하게 쓸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말투를 고쳐주겠다.
2. 아이들이 존댓말을 완벽하게 쓸 때까지,
남편에게 존댓말을 쓰겠다.
내가 남편에게 존댓말을 쓰니, 아이들이 아빠에게 존댓말을 썼다. 내가 존댓말을 쓰니 남편도 나에게 존댓말을 썼고, 아이들도 아빠를 따라 나에게 존댓말을 썼다. 이것은 엄마가 쏘아 올린 선순환!
예상보다 빠르게 아이들 말투가 바꿨다. 7살, 4살, 3살 아이 모두 예쁜 말씨를 갖게 되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빠 엄마에게 버릇없이 할 수가 없는 것은 존댓말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빠 엄마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태도가 존댓말에 담긴다.
아이들이 존댓말을 쓰면, 부모도 아이에게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가는 말 오는 말이 다 곱다. 아이들의 예쁜 말씨는 아름다운 연주처럼 듣기 좋다.
'존댓말의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하다. 아이에게 가르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이를 위한 주식계좌도 영어수업도 다 좋지만, 무엇보다 존댓말 훈련을 권한다.
아이에게 예쁜 말씨를 심어 주면, 그것이 자라 반드시 꽃이 피고 좋은 향기가 날 것이다.
Tip 1) 기본적으로 아빠 엄마는 아이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는다.
Tip 2) 아이 : 줘.
엄마 : 주세요.
아이 : 주세요.
아이 : 내 거야.
엄마 : 제 거예요.
아이 : 제 거예요.
부연 설명 없이,
잘못된 표현만 바른 표현으로 수정해준다.
Tip 3) 외출을 했거나 손님이 오셨을 땐,
존댓말 훈련을 잠시 멈춰도 좋다.
(아이나 부모가 마음 상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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