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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호호 Oct 12. 2019

희곡<에쿠우스>억압된 욕망과 배출

소확행 독후감 1#희곡 <에쿠우스>_피터 셰퍼

읽어 보니, 해리 포터가 빠져들었다는 그 연극

 연극을 잘 알지 못하는데도 <에쿠우스>가 낯익었던 것은 2006년쯤 한 사건 때문인 것 같다. 인터넷에는 난리가 났다. ‘해리 포터’ 역할을 맡은 영화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괴한 누드 연극을 찍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게 연극 <에쿠우스>였다. 저 배우는 자신에게 박힌 ‘해리’라는 이미지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하면서도 내 환상 속의 해리 포터는 그렇게 깨졌다.   

 작품을 읽고 나니, 당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출연료와는 별개로 왜 하필 ‘앨런’을 하고 싶어 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앨런이 부모님으로부터 욕망이 억압되어 에쿠우스를 통해 욕망을 자유로이 해소하고자 했듯이,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해리 포터’라는 이미지에 자유가 억눌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앨런을 연기하면서 해리 포터로부터의 탈출구를 갈망했던 건 아닐까. 


피터 셰퍼의 희곡 <에쿠우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010674

*자세한 줄거리는 위의 네이버 희곡 <에쿠우스> 페이지 참고



욕망을 완전하게 억압할 수 있을까?!  

 앨런의 부모님이 아무리 앨런이 지닌 욕망을 억압하려고 해도 앨런은 결국 욕망을 배출할 수단을 찾고 혹은 만들어내고 만다. 또한 앨런은 자신이 만들어낸 신마저 자신을 억압한다고 느끼자마자 그 신의 눈을 찔러 버린다. 욕망을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격렬하게 저항한 앨런의 모습에서 보듯이, 결국 욕망은 억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욕망을 억압한다면 그 억압된 욕망은 어딘가로 반드시 배출되기 마련다. 욕망을 배출할 수단이 정상적인 수단이든, 비정상적인 수단이든. 앨런이 택한 수단은 상식 밖에서 벗어나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비정상적인 수단이지만 그 수단은 반드시 필요하기에 마틴도 그 수단을 없애버리는 걸 주저한다.  

 


욕망을 배출하는 방법과 이를 대하는 태도     

 억압된 욕망을 배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것은 마치 일하느라 욕망, 즉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가 여행, 쇼핑, 게임, 운동 등등을 통해 억눌린 욕망을 배출하듯이. 그런데 욕망을 배출하는 수단을 대하는 앨런의 태도는 다른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욕망을 배출하는 수단, 그 방법은 반드시 한 가지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여러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결국 앨런은 에쿠우스 외에도 여자 친구 질을 통해 자유를 찾는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다가도, 쇼핑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방법은 한 가지 방법에서 다른 방법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다른 방법으로 옮겨가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들과는 달리 앨런은 다른 방법으로 옮겨가는 게 자연스럽지 못하다. 원인이 무엇일까? 에쿠우스라는 한 가지 방법에 지나치게 의존해서였을까? 아니면 앨런의 욕망이 그만큼 많이 억눌려서였을까? 아님 처음부터 에쿠우스라는 방법이 비정상적이어서였을까?

 앨런은 자신의 내면에 욕망을 배출하는 두 방법이 충돌하자 기존의 방법인 에쿠우스가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억압한다고 느끼고 섬뜩한 방법으로 없애 버린다.  



작품 외적인 요소마저도 독특했던 작품

억압된 욕망과 저항, 자유에 대한 갈망 등을 생각하게 한 이 작품은 내용과 같은 작품 내적인 요소 외에도 작품 외적인 요소도 흥미롭다. 책 서면에 무대, 인물에 대한 묘사도 눈길을 끌었다. 모든 배우가 연극이 끝날 때까지 퇴장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는 점, 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네 발로 기어 다녀서 사실적으로 말을 묘사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은 다른 작품들과도 차별화된다. 이 작품은 읽고 나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어 나로 하여금 피폐한 느낌이 들게 하지만 직접 연극을 보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다.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9011447

*희곡 <에쿠우스>를 바탕으로 한 연극 <에쿠우스>는 2019.09.07. ~ 2019.11.17. 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이 독후감은 제가 희곡 관련 독서모임에 참여하였을 당시 작성한 독후감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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