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house in the big woods
이 책에 대한 너무나 많은 리뷰와 글들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요. 어쩌면 지금 제가 하려는 것은 리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펼칠 때마다 따뜻해지고, 먼 곳으로 마음이 닿아 떠나고 있는 나의 이야기. 어쩌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군요.
단순하고,
따뜻하고,
소박하고,
근원적인 것을
쫓고, 사랑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어린 시절 ‘#초원의 집' 드라마는 우리 또래라면 누구에게나 추억이지요.
어른이 된 후, 이 책 시리즈를 읽으며 다시금 제가 느낀 것들은 ‘미국적인 생활'에 대한 동경. (아시죠? 우리 어릴 적에 가진, 그런 동경들. 버터와 크림, 쿠키와 케이크, 크리스마스와 #통나무집, 긴 드레스와 #메이플 시럽 등..)
그리고 ‘지나버린 우리의 옛 것에 대한 향수’였습니다.
뭐랄까. 옛 것은 서로 맛닿아 있지 않나요. 조선 시대나, 유럽의 루이 14세 시대라고 하면 이야기 속의 세계 같아서 와닿지 않지만, 1800년대 후반의 이 책의 배경은 나의 어릴 적의 정서와 맛닿아 있어서, (공통점이라곤 하나 없는 배경과 문화임에도!) 이상하게 그 느낌을 공유할 수가 있거든요.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웃고 울듯이, 미국의 옛 문화를 보면서도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같이 와닿는 곳이 많아요.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초원의 집' 시리즈 1권은 잉갈스 가족이 위스콘신 주 peppin의 숲 속 작은 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밖에는 겨울바람이 휘몰아치고, 눈이 가득 쌓여서 맹추위가 몰려왔는데, 작고 작은 통나무집 안은 온기로 가득합니다. 책의 시작과 함께, 저도 함께 통나무집의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네요. 써있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나무의 ‘삐그덕'하는 소리와 함께. 벽난로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선반에는 엄마가 어딜 가도, 지금껏 깨치지 않고 잘 보관해 온 차이나 우먼 도자기가 있습니다. 통나무로 만든 작은 침대들, 식탁과 의자들이 정겹습니다. 다락방에는 겨울을 위해 지난 가을 내내 엄마아빠가 준비해 둔 각종 식재료가 가득하네요. 햄과 소세지, 염장해서 보관해 둔 곰고기와 베이컨, 각종 육포와 생선, 그리고 허브와 향신료들, 줄줄이 꼬아 매달아 놓은 양파 등의 야채들.
Wash on Monday
Iron on Tuesday
Mend on Wednesday
Churn on Thursday
Clean on Friday
Bake on Saturday
Rest on Sunday
월요일엔 빨래를
화요일엔 다림질을
수요일엔 수선을
목요일엔 버터를
금요일엔 청소를
토요일엔 베이킹을
일요일인 안식을
매일매일 단순해 보이는 노동이지만 그 안의 삶은 다채롭습니다. 다채로울 뿐 아니라, 때론 그 이상이지요. 아이들은 버터 만드는 날과 빵만드는 토요일을 기다립니다. 수제 버터를 만들고, 일주일 치의 빵을 구워냅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자급자족'해야 하는 생활입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집안일을 돕고, 아빠는 날마다 나가서 사냥을 하고 먹을 거리를 구해오는, 먹고 살기 위한 나날의 일과 삶들. 이러한 노동의 현장 속에서도 가족은 웃음과, 음악과, 교양과 교육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총을 손질하고, 매일 나가서 사냥을 하고 와야 하고, 끊임없는 집안일에 지치고 힘들겠지만, 이들의 삶은 그래도 따뜻합니다. 아무리 밖이 추워도 말이지요. 그래서 작중 화자이자, 작가인 로라는 책의 시작을 겨울로 했을 거에요. 가장 추운데, 가장 따뜻한 날들이었거든요. 크리스마스는 그 정점이고요.
All alone in the wild Big woods, and the snow, and the cold, the little log house was warm and snug and cosy. Pa and Ma and Mary and Laura and Baby Carrie were comfortable and happy there, especially at night.
넓고 광활한 숲 속에서 홀로, 그것도 눈과 맹추위 속에서, 작은 통나무집은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락했다. 엄마 아빠 메리 로라 그리고 아기 캐리는 편안하고 행복했다. 특히 한밤중에는 더욱.
이것 보세요. 작가는 몇 번이나 이 책에서 반복해서 말하지요. 안락하고 포근하고 따뜻했다고요. 편안하고 행복했다고 말이죠. 특히 밤에, 특히 겨울에요.
이런 느낌. 우리 모두 있지 않나요?
이들의 따뜻한 겨울밤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도 따뜻한 온돌방의 아랫목의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계시던 어릴적 그 방 말이지요. 부엌도 따로 떨어져 있고, 화장실도 밖에 있었지만, 겨울밤이 그토록 안온하고 따뜻했던 느낌은 지금 우리 집의 이 훈훈한 겨울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따뜻했습니다. 버터를 만들고 빵을 굽는 대신, 가마솥에 누룽지를 만들고, 부엌 바닥에 앉아서 전을 굽던 그 때. 이야기하자면 우리도 초원의 집 몇 권은 쓰겠군요. 우리 모두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을 테니까요. 컴퓨터도 없고, 티비도 집에 한 대 밖에 없어서 더 행복했던 그 시절이지요.
가족의 겨울이야기는 몇 번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따뜻해집니다. 마치 포근한 퀼트 이불로 몸을 감싸고 벽난로 앞에 앉아서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마시는 기분이랄까요.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받은 ‘빨간색 장갑 하나' 드디어 로라가 갖게 된 ‘헝겊 인형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 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처음으로 ‘타운'즉, 시내 구경을 가는 날에는 가족 모두가 ‘베스트 드레스’를 입고, 무려 7마일을! 마차를 끌고 갑니다. 로라는 전날 설레서 잠도 못 들 지경이지요.
Laura could have looked for weeks and not seen all the things that were in that store. She had not known there were so many things in the world.
로라는 몇주 동안 계속해서 쇼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게 안에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있는 것은 본 적도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존재하다니!
천을 고르고, 물건을 팔고, 엄마의 에이프런을 사고, 그들은 돌아옵니다. 가게 아저씨가 준 하트 사탕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보기만 해도 달콤하지요.
Mid pleasures and palaces, though we may roam,
Be it ever so humble, there’s no place like home
아무리 즐겁고 화려한 곳을 돌아다녀도
소박한 우리 집 같은 곳이 없다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타운이 좋아보여도, 소박한 통나무집은 세상 그 어디보다 좋은 곳이지요. 소박한 것들, 소박한 행복. 그것을 보는 마음도 소박함에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서는 너무도 멀리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은, 자급자족 삼시세끼 라이프가 아닙니다.
일요일에는 종일 큰소리를 내거나, 장난을 치면 안 된다든가, 눈을 녹여 뎁혀서 목욕을 하며 경건하게 주일을 준비하는 장면. (물론 그래서 로라는 I hate Sunday! 하며 결국 폭발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먹을 것을 위해서 매일의 노동을 하고 그렇게 얻어진 먹을 거리에 감사하는 장면. 식사 중에 아이들은 떠들지 않고, 듣고만 있어야 한다는 로라의 이야기 등.
Then there was the Christmas dinner. Alice and Ella and Peter and Mary and Laura did not say a word at table, for They knew that children should be seen and not heard.
-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 아이들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들은 식탁에 있으되, 떠들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They must sit quietly and listen while Ma read Bible stories to them, or stories about lions and tigers and white bears from pa’s big green book.
- 엄마가 성경을 혹은 아빠의 책에 나오는 사자와 호랑이 이야기를 읽어 주는 동안, 로라와 메리는 조용히 앉아 듣고 있어야 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자유로운' 삶 가운데 이런 장면들은 낯설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비록 지금 지키고 있지 못하지만서도, 또 그것들이 백프로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그런 경건하고 근원적인 삶의 태도들은 왠지 모르게 읽고 있는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너무 많은 자유와 그걸 지나쳐서 방종(?)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세상 자유가 모든 것이라 느끼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도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들 때에, 경건과 예의와 절제. 적당한 금욕. 이런 것들이 더욱 의미가 있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덕목들이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부모님의 진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로라의 기억에 더욱 따뜻하게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 이들은 이곳을 떠나서 2권에서는 미국 중부를 가로질러 캔자스 시티까지 가지요. 그 엄청난!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에서는 펼쳐집니다. 마차를 타고 대륙을 가로지르다니, 정말 그 상상만으로도 스릴이 넘쳤던 부분이네요. ‘초원의 집' 시리즈는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바뀌고, (로라의 10대 시절 또 결혼 후로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인디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후에 문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가장 따뜻한 기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영원한 고전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당신의 자녀에게도 겨울날, 엄마가 크리스마스 양말 속에 넣어 놓은 빨간 색 벙어리장갑을 전해 주는 마음으로, 기꺼이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