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글'이다.
에세이 수업 1기 뮤즈님이 내신 전자책 제목
<그 해 겨울은>.
우리의 지난 '그 해 겨울'
떨리는 마음으로 에세이 1기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넉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한다.
그것이 '수업'이었던가?
교감. 내지는 나눔. 소통. 만남. 마주봄. 눈빛의 주고받음. 사소한 의미들의 오고감.
좀 거창하지만, 영혼의 교류.
뭐 이런 것들이 아니었던가?
누군가 수업을 하고 수업을 받았던가?
누군가는 가르치고 누군가는 배웠던가?
정신없이 1기가 지나가고, 전자책이 나오고, 북토크를 했고, 지금은 2기가 마지막 수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매릴랜드의 이번 겨울은 참으로 길기도 길었는데, 그 긴 겨울 동안 블로그 마을을 끝내고, 에세이 수업 1, 2기를 마쳐가며 눈을 들어보니 창밖에 푸르름이 돋아나고 있다. 지난 여름에 그토록 푸르렀던 자연이 이제야 다시 보인다. 길고 긴 겨울동안 나는 글의 세계 속에 살았구나. 살아 숨쉬는 그들의 글. 나의 글. 글과 글의 만남.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속에 살고 있었구나.
'그녀'는 1기와 2기의 수업을 연속해서 함께 하고 있다. 토해내고 싶은 이야기를 한껏 토해내는가 싶더니 1기 이후 갑자기 몸도 마음도 몹시 아프다 했다. 2기 등록을 해 놓았지만 어디론가 사라져서 그냥 그만하고 싶기도 했다 한다. 왜 아니 그랬으랴. 글을 쓴다는 건 지난 나를 만나는 과정이고, 나의 삶 그 속에 담긴 기쁨 뿐 아니라 아픔도 고통도 다시 마주해야 하는 일인 것을. 그것이 어찌 쉽고 즐겁기만 할까. 그러나 다시 내면을 단단히 부여잡고 와서 앉은 그녀는 글을 통해 한단계 성숙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것은 비단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기에 모인 그와 그녀들은 의욕에 가득차 있었다.
(모두는 아니지만)
2기에 모인 그와 그녀들의 눈빛은 흔들렸다.
(모두는 아니지만)
함께 해서 무언가를 해보겠다던 의욕이 넘치던 그녀들도,
기대와 의심, 주저함과 망설임으로 흔들렸던 눈빛의 그녀들도, 에세이 클럽이 한주 한주 지나가는 동안 다들 고비를 넘겨야 했다.
첫번째로 오는 고비는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었다.
에세이란 무엇인가.
그 대답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으나,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것. 에세이는 '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솔직함과 진실성. 내면의 고백과 자신만의 시선을 향한 세상 바라보기가 없이 어찌 제대로 된 에세이가 나올 수 있겠는가. 그러니 자신을 똑바로 마주보는 과정은 '에세이 쓰기'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관문이다. 어쩌면 에세이의 '거의 모든 것'일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아픈 일인가 하는 것을. 거울을 마주보고 내 얼굴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맘에 안들어 시선을 돌리기 일쑨데, 하물며 내 지나온 모습들을 샅샅이 마주한다는 것은 때론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그것은 '에세이'라는 것이 지난 모든 것을 다 써.내.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어떤 '에세이'라 할지라도, 백지를 마주대하는 순간만큼은 나의 내면, 나의 진실성으로 걸러진 '진짜 나'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만나는 것. 그것은 글쓰기의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2기의 한 '그녀'는 첫번째 주부터 자신이 숨기고 싶었던 것들을 다 속시원히 써버렸다고 했다. 언젠가는 다 써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때가 왔다 싶어 한 큐에 다 오픈해 버렸다 했다. 그랬던 그녀가 그 다다음주에는 한주 내내 우울해서 힘들었다고 한다. 속시원하다 생각했는데 글을 쓰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고 '너무 솔직했나' 싶어 마음이 아리고 힘들었다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멤버들은 모두 다 비슷한 고민들을 나누었다.
-글을 쓴다는게 그렇더라고요.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야 하나 매번 고민해요.
-정말 쓰고 싶은데, 또 정말 쓰기 싫기도 해요.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어느순간 나를 드러내고 있더라고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나의 색깔이 들어간 글을 쓰게 되니, 망설이면서도 행복하기도 해요.
-한번 놓아 버리니, 더 큰 자유함이 있더라고요.
다양한 나눔들이 오갔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를 이해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 우리는 좀 더 친밀해졌고, 좀 더 '나의 글'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 다음 주. '그녀'는 이제 고비를 벗어났다며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히 웃었다.
또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한 주 동안, 자료로 나누어 가지는 유명작가들의 글도 있지만, 서로의 습작들을 읽어나간다. 함께 글을 쓰는 동기생들의 '그들 자신'이 가득한 글들을 매주 빼곡하게 읽어나간다. 그 글은 먼곳에 있는 '작가'의 글이 아닌, 매주 만나는, 교감하고 삶을 소통하는 자들의 글이다. 그 글이 주는 울림은 엄청나다. 서로의 용기와 서로의 삶의 자세에 놀라고 감동하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또 배워나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메세지로 그들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워나간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니, 매주 '첨삭'이란 이유로 그들의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바라보는 나는 최대의 수혜자이다.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배우고 내면화한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글을 쓰는 자들은 누구나 힘겹게 투쟁을 한다.
이번에 에세이 1,2기를 함께 한 그들도 모두 '투쟁'을 했다. 한 세계를 깨뜨리기 위한 투쟁을.
우리들의 '알'은 나 자신이다.
내 자신이 쌓아올린 세계. 내 자신이 만들어온 세계다.
허상을 깨고 그 진실을 만날 때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가 아닌
‘좋은 글''진실된 글'이다.
우리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망치질을 한다.
'나'라는 세계를 깨뜨리기 위해.
'좋은 글'에게 날아가기 위해.
나의 알을 깨뜨린다.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세계를 깨고 있는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을 통해 열심히 배우고 있는 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