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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니 Jun 07. 2024

내 맘의 어둠을 물리쳐 준 책.  <마음 지구력>

나는 억울했다...고 생각했다.


나도 승진이 하고 싶었다. 올해 초, 임기 5년 만료를 앞두고 내심 그런 욕심을 가졌다.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도 있어. 가능할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참 순진했다. 공무원 조직은 법과 제도로 움직이는 곳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난 그 빈틈 어딘가를 찾으면 사람들이 오래도록 전설처럼 이야기할 '선례'라는 것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수많은 '어공'들의 잔다르크가 되어 우리만이 느끼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지금보다 더 안정적이고, 더 연속적인 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은 불가능이었다. 그렇다. '어공'은 제도상 승진이 불가능하다. 5년이 되면 얄짤없다. 또다시 채용 시장에 내던져져 다른 경쟁자와 동등하게 같은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난 그게 정말 억울했다. '공직에 필요한 전문직의 능력'이라는 목적만이 있을 뿐 그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나 혼자 이런저런 법들을 갖다 대고, 5년 간 성과를 정리해 내밀어도 통하지 않았다. 승진은커녕, 임기 만료 전까지 더 많은 일을 하며 한 달에 걸친 채용과정을 정신없이 치러야 했다.


다행히 다시 채용이 결정되었고, 여전히 나는 같은 자리,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월급만은 똑같지 않았다. 40만 원가량이나 줄어들었다. 이전의 경력이 연결되지 않고, 말 그대로 나는 새로 채용된 '신입'이기 때문이다.


막상 수십만 원이 줄어든 월급통장을 마주하니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억울했던 마음은 커지고 커져 나를 잠식했고, 사무실의 그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의 모든 사정을 알고 있고 다 보아 온 그들이지만 누구 하나 내게 선뜻 작은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않는 그 모습이 상처가 되었다.


그렇게 자발적 거리 두기를 하며 2~3개월을 보냈다.


점점 지쳐가는 건 나였다. 도무지 사그라들지 않는 이 허무함과 억울함, 외로움 같은 어두움을 떨쳐낼 수 없어 힘들었다.


그때 언니의 추천으로 <마음 지구력>을 만났다.



진심의 응원 메시지 <마음 지구력>

윤홍균 작가의 책 <마음 지구력>

이 책은 정신의학과 의사 윤홍균 작가의 2024년 신작이다. 곳곳에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실패를 반복해 오던 사람들이 어떻게 회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서문에서 작가는 '글이 다소 투박하고 무료하더라고 잘 읽어주길 바란다'라고 했지만, 이 공간을 빌려 말씀드리고 싶다. '괜한 걱정이셨습니다"라고.


2일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이해하기 쉬운 말들로, 마치 옆에서 말해주듯이 편안하게 서술되어 내겐 더 큰 위안이 되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책은 지구력, 공감능력, 적응력을 회복을 위한 3가지 요소로 꼽는다. 이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작가 개인의 경험, 다양한 예시와 함께 제시되고 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좀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작가의 태도였다. 전문가라고 지식만을 뽐내지 않고, 어떤 이유에서건 이 책으로 위로를 얻고자 하는 독자의 치유를 진정으로 응원하는 메시지로 전달되었다.


책을 다 읽은 후 내가 얻은 것은,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려는 용기, 그리고 내 현재 마음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해 보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억울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소진'되었던 사실을. 그래서 실패에 대응할 방어력을 잃고 한 없이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려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 지구력>은 내게 거울 같았다.

책을 보는 내내 모든 구절에서 나를 비추어 보게 됐고, 애써 외면하고 있던 나의 실제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게 됐다.


수개월 동안 '나는 임기제공무원이라는 제도의 피해자'라며 스스로를 깊은 상처에 옭아맸다. 그 상처 때문에 나는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전투력을 잃었으니 회복할 힘도 없다고 주문을 걸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그냥... 지쳤던 거다. 그냥 ‘그랬구나'했으면 더 쉽게 풀릴 일이었다. "짱니야, 너 힘들구나. 그렇구나"라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다면...지난 수개월을 그토록 어두운 마음에 사로잡혀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도 자신에게 "그랬구나"를 많이 해주자.(중략)
그렇게 감정 문제에 공감해 주는 게 자기 방어의 핵심 능력이다.
- <마음 지구력> 160쪽

내 딸에게나 해 오던 마법의 말, "그랬구나"의 힘은...어른인 내게도 치유력이 컸다.



작가는 또 '노력과 결과 사이에는 시간차가 있다'며 나를 위로했다. 마음 지구력을 기르는 노력도, 내가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쌓아 온 노력도 다 결과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돌이켜 보면, '내가 생각한 때'에 '내가 생각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 더 큰 상실감이 있었다. ''늘공'은 특별한 노력을 안 해도 월급이 오르는데, 왜 '어공'은 재임용받았다고 월급이 수십만 원이나 깎여야 하는 거야!" 라며 기회만 되면 문제를 제기하고 다녔다. 그렇게 나의 분노는 쌓이고 쌓여, 급기야 내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내게 진짜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직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노력과 결과의 시간차'를 인지하자, 신기하게도 내 분노는 진정되었다.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불평만 쏟아내기보다는 이제 그만 감정을 추스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노력한 결과가 바로 나타나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노력과 결과 사이에는 시간차가 있다.
- <마음 지구력> 64쪽



삶의 경로를 잃은 이들에게

우리는 매일, 매 순간, 크고 작은 일들로 감정의 방향을 잃어버린다. 분명 아침 출근길에는 '오늘은 온화하고, 여유롭게,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하루를 보내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어느샌가 울그락불그락 오르락내리락 감정의 파도를 타고 있는 나를 본다. 또 때로는 내가 방향을 잃었는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흘러가는 부정적인 감정에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낸다. 지금도 나는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내 모습이 마냥 두렵지는 않다. 그런 모습까지 똑바로 볼 용기가 생겼고,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어두운 감정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길은, 잃어버리면 재탐색하면 된다. 조급한 마음만 버리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누군가 나처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어둠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책 한 권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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