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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사업자 장감독 Feb 06. 2023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이름 짓기'

장난 같지만 진지한 '콘프라이드'의 탄생 비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아기 이름, 반려동물 이름, 게임 ID 등... 들었을 때 인상에 남으면서 쉽게 기억할 수 있고, 하지만 뻔하지는 않으면서 나름의 의미까지 있는 이름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난이도의 일이다.


개인사업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업을 해서 먹고살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비즈니스 모델만큼 어려운 것이, 내 사업의 특징을 나타내면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사업체 이름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나와 약 2년 동안 일하던 푸드 스타일리스트 한 분은 사업체 이름을 결정 못해서 약 반년 동안 개인사업자를 내지 못했다.


사실 사업체 이름이라는 게 사업의 명운을 가를 만큼 중요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또 너무 이상하고 생뚱맞은 이름을 지어도 안된다. 어쨌든 공식적인 명칭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야 한다. 


너무나도 어려운 이 문제. AI는 좋은 이름을 짓는 조건을 뭐라고 생각할까? 

ChatGPT에게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1. 단순하고 기억하기 쉽게 유지하세요.

2. 이름을 지정하는 것과 관련되도록 합니다(예: 제품 이름은 제품의 기능 또는 이점과 관련되어야 함).

3. 혼동이나 상표 문제를 방지하려면 기존 이름과 너무 유사한 이름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4. 특히 특정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그 이름이 가질 수 있는 함축적 의미와 문화적 연관성을 고려하십시오.

5. 대상 고객과 함께 테스트하여 매력적인지 확인하십시오.

6. 이름이 다른 형식(예: 쓰기, 말하기, 약어)으로 어떻게 보이고 소리가 나는지 고려하십시오.

끝으로... 이름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이름을 짓는 것의 맥락과 목표에 달려 있기 때문에 모든 것에 맞는 답은 없습니다.


그래 뭐... 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서 좋은 이름 어떻게 만드는 건데...!


나 역시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이 문제에 부딪혔다. 내가 밀고 있는 퍼스널 브랜딩 이름은 '장감독'이다. 그런데 이걸 사업체 이름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서 하는 1인 기업이라도, 사업체 이름은 조금 더 가치지향적이었으면 했다. 


그렇게 뭐가 좋을까 며칠을 궁리하던 중, 집에서 시리얼을 먹게 됐다. 그런데 웬걸? 갑자기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시리얼 제품은 바로 '콘푸라이트'였다. 

콘푸라이트... 콘푸라이트에서 뭔가를 바꿔볼 순 없을까?

콘'푸라이트'를 콘'프라이드'로 바꾸면 어떨까?

문제의 콘푸라이트. 내가 생각해도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쓱닷컴 콘푸라이트 사진)

콘프라이드? 콘텐츠의 프라이드? 

영어로 쓰면 ConPride? 

괜찮은데???


다시 위의 ChatGPT가 제시한 조건을 보자.


1. 단순하고 기억하기 쉽게 유지하세요 : 콘프라이드.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움.

2. 이름을 지정하는 것과 관련되도록 합니다 : 콘텐츠의 프라이드라는 뜻. 콘텐츠 제작업이니까 관련이 있음.

3. 혼동이나 상표 문제를 방지하려면 기존 이름과 너무 유사한 이름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 이건 실패.

4. 특히 특정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그 이름이 가질 수 있는 함축적 의미와 문화적 연관성을 고려하십시오 : 한국이나 영어권이나 의미 설명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음.

5. 대상 고객과 함께 테스트하여 매력적인지 확인하십시오 : 여자친구도, 주변 지인들도 뭔가 나다운 발상이라며 흥미로워함

6. 이름이 다른 형식으로 어떻게 보이고 소리가 나는지 고려하십시오 : 영어로 쓰면 생각보다 있어 보임.


이 정도면 인공지능도 인정한(?) 생각보다 괜찮은 이름인 것이다.


사실 약간 장난 같지만, 그래도 콘프라이드라는 이름에 내가 갖는 애착은 크다.


프리랜서를 지나 1인 기업을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내가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뭘까?"

그 답은 바로 '자부심을 담아서 만드는 콘텐츠'였다. 


비록 미디어 관련 학과를 나왔지만 다소 영상과는 거리가 멀던 삶을 살던 내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상이 아닌 '콘텐츠'자체에 더 포커스를 둬야 했다. 영상은 매개일 뿐. 내가 만들고 싶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자부심을 꾹꾹 눌러 담아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그리고 영상이 아니라 '콘텐츠'에 방점을 두니,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조금 더 넓어졌다. 단순 영상 제작업이 아닌, 콘텐츠와 관련된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회사가 된 셈이다. 그래서 콘프라이드는 현재 SNS용 숏폼 영상부터 롱폼 영상제작을 넘어 틱톡,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에 맞게 콘텐츠 전략도 짤 수 있는 나름 다양한 무기를 갖춘 회사가 되었다. 


최근에는 경기가 어려워져서 콘프라이드의 비즈니스는 B2B가 아닌 B2C로 눈을 돌렸다. 재능마켓, 블로그 마케팅 등을 통해 결혼식에 필요한 영상이나 아기 돌잔치 영상 등을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콘프라이드의 미션이 바뀐 것은 아니다. 고객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바뀌었을 뿐, 고객에게 자부심을 담은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은 동일하니까.


어렵게 낳은 자식인 콘프라이드가 망하지 않고 오래오래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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