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욕망과, 따라오는 책임에 대해
"나도 퇴사하고 유튜버나 할까?"
한 때 비트코인과 함께 유튜브 열풍이 불었다. 비트코인 열풍은 가상화폐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어느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유튜브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아니 어쩌면 예전보다 더 강한지도 모르겠다.
이 열풍에는 스마트스토어 창업기, 경제 관련 인터뷰를 통해 백만 유튜버가 되고, 20억에 채널을 엑싯한 후 현재 노아AI를 중심으로 유튜버들을 양성하고 있는 주PD(구 신사임당)의 역할이 꽤나 컸다.
그가 얘기한 '월 천만원 벌기'는 내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전 글에 썼듯 내가 월급을 넘어서 '월 천만원'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 불이 붙었던 것도 그에게 꽤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욕망은 최근 자청의 베스트셀러 '역행자'를 읽으며 더욱 불타올랐다.
(나의 돈에 대한 욕망을 다룬 글 '월 천만원 벌고 싶어요.')
https://brunch.co.kr/@jjangpower90/19
그러다 한 사건이 터졌다.
주PD가 운영하는 유튜브 분석 서비스인 '노아AI'를 비롯한 여러 자동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기 유튜버의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를 썸네일부터 내용까지 카피한 유튜버들의 정체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 크리에이터가 많은 시간을 공들여 조사하고, 대본을 쓰고, 분석해가며 만든 콘텐츠와 썸네일이 단 3시간이면 복사가 되며, 그것이 카피 채널의 빠른 성장과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했다.
심지어 문제는 저격을 당한 유튜버가 과거 주PD채널에 출연해 카피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의 방법들을 당당하게 밝히고, 주PD는 이것이 노아를 활용한 좋은 방법이라며 동조를 하는 듯한 뉘앙스를 취했다는 점이다.
현재 저격을 당한 유튜버는 콘텐츠를 모두 삭제한 뒤 채널운영을 중지한다며 사과문을 올렸고, 주PD역시 빠르게 채널 내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 후 자숙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그 후 반박 영상을 올렸다가, 다시 본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사과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나는 크리에이터의 책임에 대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의 책임에 대해 생각한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대사이자, 현실에서도 유효한 말이다.
콘텐츠가 바이럴되면서 널리 퍼지면 따라오는 것은 수익, 돈 뿐만이 아니다. 콘텐츠가 널리 퍼질수록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인생에 여러 변수가 내가 보는 콘텐츠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그렇게 영향력이 생기는 콘텐츠는 점점 강한 검증을 필요로 한다. 물론 강한 팬이 생겨버린 크리에이터의 경우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보다 맹목적으로 따르는 팬의 목소리가 더 큰 경우도 있지만.
인기 유튜브 영상을 그대로 카피한 유튜버는 빠르게 늘어나는 수익 앞에서 자신이 크리에이터로 지켜야 할 선, 저작권에 대한 책임을 생각했을까? 단군이래 가장 돈벌기 좋은 시대라며 사람들에게 부의 추월차선으로의 욕망을 강하게 당긴 주PD가 생각하는 책임은 무엇이었을까?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는 그가 벌어들인 많은 돈 만큼이나 무거웠을까?
돈을 벌고자하는 욕망 자체를 욕하고 싶은게 아니다. 나 역시 그로 인해 새로운 욕망에 눈을 떴고, 자본주의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 개인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 그 덕분에 받은 동기부여에 많이 감사한다.
다만 내가 얻고자 하는 것에 책임도 따라올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가 얻고자 하는 팔로워, 조회수, 수익에 따라오는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오래, 멀리 가는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