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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Sep 22. 2019

템퍼링이 리그를 짓밟으면, 그땐 나도 깡패가 되는거야

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20

개인적인 사정으로 DAY 19 글을 건너뛰게 되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을 갖고 더 좋은 컨텐츠들로  '느바 맛보기' 남은 30여일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템퍼링, 다른 말로 사전접촉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근절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행위가 바로 이 템퍼링이다.
그럼에도 ‘선수와 구단간 ‘쑥덕쑥덕거림’은 잡아내기가 참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템퍼링과 NBA사무국의 규제에 대해 오늘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템퍼링이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하고 가자.


템퍼링(Tampering)이란, 스포츠 선수들이 정해진 기존 구단과의 계약이 끝나기 전에 다른 구단의 관계자나 구단, 단체와 접촉하는 것을 말한다.
단, 여기서 선수와 선수간의 접촉은 아직 템퍼링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NBA 총재 아담 실버는 템퍼링 적발 시 기존의 처벌 방식이었던 벌금 뿐 아니라, 팀의 드래프트픽 박탈, 선수의 계약전면 무효까지 처벌 수위를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NBA사무국에서는 선수들간의 접촉 또한 템퍼링으로 적용시켜 규제할 방안에 대하여 모색중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올해 비시즌 기간동안 템퍼링 문제가 이렇게 화두가 된 데에는
올 여름 가장 떠들썩했던 레너드라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 여름, 레너드는 브루클린으로 이적한 케빈듀란트에게 컨택한 뒤, 성사되지 않자 오클라호마 소속이던 폴조지에게 “우리 새 판을 짜보지 않을래?” 하고 러브콜을 보냈다.
그 작은 러브콜 하나가 NBA에 끼친 나비효과는 실로 상당했는데, 그 과정을 훑어보자.
레너드가 폴 조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과 별개로 이루어진 구단들의 일련의 움직임들에 대해 말이다.

레너드는 클리퍼스의 감독 닥리버스와 발머 구단주에게 직접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는 닥 리버스 당신을 위해 뛰고 싶다.”, “발머 씨, 당신이 하는 일, 당신의 철학을 나도 좋아하지만 나에게 현재의 클리퍼스는 충분하지 않다. 큰 변화가 없다면 나는 이 팀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다.” 쉽게 말해 슈퍼스타 한 명을 더 사달라고 한 것이었다.
이에 클리퍼스는 오클라호마와 희대의 <슈퍼스타-팀의미래> 트레이드를 하게 되었다. 오클라호마가 폴 조지를 클리퍼스로 보내고 클리퍼스는 22/24/26년의 비보호 1라운드 픽, 마이애미로부터 받은 21/23 1라운드 픽, 23/25 픽 스왑 권리와 Shai Gilgeous-Alexander, Danilo Gallinali를 오클라호마에게 넘겼다.

레너드는 폴조지와 LA Clippers로 동시에 이적하며 다크호스 팀을 단숨에 우승후보 1순위 팀으로 만들어놓았고 이에 “여기가 맛집이다!” 하고 단숨에 달려온 Ring Chaser들이 합류하면서 클리퍼스는 폴조지에게 퍼준 두 선수와 드래프트 픽의 손실을 탄탄한 벤치 라인업으로 메꾸게 되었다.
반면 오클라호마는 폴죠지의 갑작스러운 이적으로 인해 팀의 장기 플랜이 꼬여버렸고, 이로 인해 러셀 웨스트브룩까지 휴스턴으로 이적시키게 되어 팀이 ‘박살’이 나버렸다.

샤이와 갈리날리가 넘어왔고 크리스폴과 크리스애덤스가 다음 시즌을 이끌어간다고 하지만, 쏠쏠한 주전 제레미그랜트까지 덴버로 간 마당에, 오클라호마에게 사실상 플레이오프에 대한 기대는 없다.

이번 일련의 레너드라마 사건에 NBA팬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NBA관계자들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선수와 타구단이 비밀리에 접촉하고, 템퍼링을 통해 다른 플랜을 모색하다보면, 그 선수를 활용해 팀의 플랜을 짜던 원 소속구단은 그 플랜이 완전히 다 깨지게 되고, 일종의 도의적 차원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선수들간에 서로 러브콜을 보내며 한 팀으로 같이 이적하고 뭉치는 경우들이 있었고, 이번에도 레이커스의 제임스와 앤써니 데이비스, 브루클린의 듀란트, 어빙, 디조던이 그런 케이스일거라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선수들간의 컨택은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거니와, 규제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선수와 구단 간 케이스는 다르다. 리그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선을 넘는 행위이다.

이번 폴조지 영입 건이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템퍼링으로 엄청난 의심을 받고 있고, 이에 따라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알려진 정보들에서 클리퍼스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와의 접촉이 있었을 것이란 게 거의 확실시된다는 것.

사실관계만 보면 레너드는 클리퍼스에 명확한 조건을 제시했고, 클리퍼스는 따랐다.
따라서 레너드와 클리퍼스와의 계약에는 오히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말 문제는 폴 조지 영입과 관련된 건이었다.
폴 조지는 오클라호마에서 계약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계약은 한 순간에 끝나버렸고, 오클라호마의 장기플랜은 바로 깨져버렸다.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비판들보다 닉 널스 토론토 감독의 ESPN 인터뷰가 유독 강하게 다가왔다.

닉 널스 감독은 당시를 회상했다. “NBA 우승 후 라스 베가스에서 코칭스태프진들과 함께 기쁨의 파티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순간 그의 폰에 진동이 울렸고, 그 폰에는 아주 심플한 문자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다. “I’m going home.” 그렇게 카와이 레너드는 갔다.
-ESPN 닉 널스 감독 인터뷰 중

다른 코치들도 한목소리를 내어 요즘 NBA에서 코치로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당장 내년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폴조지는 시즌 MVP 후보 최종 3인에 들었을 만큼 환상적인 시즌을 오클라호마에서 보냈고, 레너드는 토론토에서 우승 트로피를 올렸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 시즌 바로 이적했다.


뉴올리언스 코치 앨빈 젠트리 역시 저번 시즌 앤써니 데이비스가 시즌 중반 팀에게 Unhappy 의사를 표명하면서 트레이드되기를 원한다고 언론플레이를 했을 때 겪었던 곤혹을 잘 기억하고 있다. 앨빈 젠트리는 폴 죠지 건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우리 팀에 폴 죠지가 있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고, 우리 팀으로부터 굉장히 높은 액수의 금액을 받고 뛰고 있다. 그런 선수가 어느날 ‘나 트레이드되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땐, 그 선수를 이용해 최선의 딜을 만들어내는 것밖에 더이상 방법이 없다.”


국내에서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군림했었던 김승현 선수는 선수 시절 오리온스와의 이면계약 때문에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받았었다. 선수와 팀 간 계약에서 힘이 없는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연봉을 후려치기당하고 갑질을 당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이면계약과 템퍼링 등 선수들이 지켜줘야할 최소한의 선을 지키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선수들의 위상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선수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는 시점에서 템퍼링 같은 행위가 리그에 얼마나 치명적인 행위가 될지 선수들이 반드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도의는 지키자는 것이다.


요즘 갑자기 다시 떠오르는 타짜의 신스틸러 곽철용의 명대사를 패러디해 글을 마무리한다.


템퍼링을 한 자들아, NBA에도 순정이 있다. 

그 순정을 짓밟으면 그 땐 나도 깡패가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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