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Sep 24. 2019

샥틴어풀, 치욕의 흑역사 제조기

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21

MBC 라디오스타가 초창기 방송 분량을 5분씩만 부여받았을 때, 방송시간과 관계없이 빵빵 터지는 재미와 매니아층을 모았듯, 때로는 프로그램 안의 코너 하나가 규모와 비례하지 않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도 있는 법이다.


Shaqtin' A Fool 샥틴어풀.

미국에서 NBA 시즌이 시작하기만 하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TNT 방송사의 사이드 프로그램이다.

심지어 스포츠 방송이다. 국내의 메이저리그 투나잇이나 풋볼매거진과 같은.

스포츠 매니아들은 공감하겠지만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는 국내 스포츠 방송들도 시청률에 비해 상당히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선수와 아나운서들, 출연 '아재들' 특유의 입담이랄까. 시청률은 안나오지만 유튜브에 배성재 아나운서의 풋매골 입담 모음은 조회수가 어마어마하다.

NBA에도 마찬가지로 스포츠 방송의 패널들이 시청률과 관계없이 매주 무시무시한 입담을 뽐내곤 한다.

Top 2 전국 방송사가 바로 TNT와 ESPN인데, ESPN은 주로 기자들이 메인이 되고, 패널로 티맥, 폴피어스, 제일런 로즈 등이 나온다.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ESPN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자극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없지 않고, ESPN을 불호하는 이유보다는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TNT의 매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TNT 방송사의 메인 해설진, 패널은 총 4명. 그 중에서 선수 출신은 케니 스미스, 찰스 바클리, 그리고 샤킬 오닐. 선수 시절 찰스 바클리와 샤킬 오닐은 거대한 체구로 만날때마다 서로 으르렁거렸었는데, 지금의 그 둘은 전세계에 내놓아도 가히 최고라 불릴만한 입담 개그듀오로 스포츠 방송을 빛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샤킬 오닐이 진행하는 사이드 코너가 있으니, 바로 샥틴어풀이다.

NBA 리그 내에서 일반적으로 선수들의 멋진 장면만 모은 하이라이트 필름이 있다면, 샥틴어풀은 선수들의 실수와 우스꽝스러운 모습들만 모아놓은 영상모음 코너이다.

이 코너의 최대 피해자인 현 레이커스 소속 자베일 맥기는, 제발 나를 가지고 그만 놀리라며 짜증 섞인 애원을 했을 정도이니, 샥틴어풀에서 선수들의 실수들을 얼마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놀리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뭔가 제목 폰트부터 놀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사실 자베일 맥기는 커리어 초창기 부터 소위 '멍청한 플레이'들로 이름을 알렸었다.

한 때 '서조던 동맥기'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NBA 내에서 자베일 맥기의 '정신머리 없는 플레이'들은 유명했다. 서부에 디안드레 조던, 동부에 자베일 맥기. 그랬던 디안드레 조던이 어느 순간 환상적인 앨리웁들과 함께 리그 최강의 센터로 군림하고 자베일 맥기만 유유히 샥틴어풀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본인 입장에선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다행히 레이커스에 와서는 주전 센터로 자리매김하면서 듬직한 골밑자원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저번 시즌의 경우에도 샤킬 오닐은 '자베일 맥기가 샥틴어풀에 나올만한 건수가 또 없나'하며 안테나를 가득 세우고 있었다. 정말 못된 사람이다.


맥기도 그렇고, 선수들에게는 치욕적인 순간, 잊지 못할 흑역사이겠지만, 사실 이를 보는 NBA 팬들에게는 소소한 재미로 다가오는 코너이다. 영상을 보면 느끼겠지만, 샤킬 오닐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샥틴어풀의 클립 하나 하나를 소개하는데 이 목소리가 정말 어마어마한 매력이다. 뒤이어 나오는 나머지 세 명의 패널의 웃음소리, 껄껄껄 거리면서 웃는 웃음에 보는 나도 괜히 더 웃음을 못 참게 되는 것 같다.

마스코트도, 심판들도 샥틴어풀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2018년에는 KBL이 자랑스럽게(?) 샥틴어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KGC와 DB 간 경기에서 8명이 연이어 미끄러지는 영상이 미국 전국방송에 진출했던 것.

이렇듯 NBA 세계 내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조금만 방심하고 집중하지 않는다면, 단숨에 샥틴어풀의 희생자가 되어 샤킬오닐의 놀림과 함께 흑역사를 TNT에 '박제'할 수 있다. 정신 못 차리고, 실수가 반복된다면 샥틴어풀의 단골 손님 자베일 맥기, 랜스 스티븐슨, 드레이몬드 그린처럼 졸지에 샥틴어풀의 VIP로 등극할 수도 있다.

연말에도 내 실수 영상을 전국방송에서 또 봐야 한다는 것.

이 정도면 드는 생각. 샥틴어풀은 샤킬 오닐이 후배들의 경기 중 집중력 강화를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템퍼링이 리그를 짓밟으면, 그땐 나도 깡패가 되는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