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ss, Sogumm [Not My Fault] 그리고 사인히어
국힙 간판 프로그램이 쇼미더머니가 많은 아쉬움 속에 시즌8을 마무리한 이 시점, 옆 동네 MBN에서는 멋스러움으로 똘똘 뭉친 AOMG 사단의 식구 찾기 오디션이 한창이다.
엄청난 실력자들이 많이 참가하여 쟁쟁한 실력을 보이고 있고, 그 때문에 회마다 나오는 곡들의 퀄리티 또한 엄청나다. 필자가 AOMG의 음악을 좋아해서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참가자들이 AOMG스러운 '정제된 멋'들을 다양하게 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밍 타이거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인 소금(Sogumm)은 기존에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많은 음악을선보이며 매니아층을 형성해왔는데, 이번 사인히어와 신보를 통해 유명세가 오른 느낌이다.
1. 일기(feat. punchnello)
2. Dreamer, Doer
3. 궁금해(feat. 박재범) Title
4. 다시한번(feat. CHE)
5. Honey bee(feat. PENOMECO)
6. Moonlight(feat. CHE, Mokyo)
7. 물어보지마(feat. 우원재, Jane) Title
8. it was(Bridge)
9. However(feat. 김심야, 서현수)
10. Frog(feat. Omega Sapien)
11. 미안해(feat. No2cat)
12. Dear(feat. Mokyo)
13. Pretty bitch
14. Dreamer, Doer (INSTRUMENTAL)
소금의 특징은 허스키한 목소리와 전반적으로 다크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들을 한다는 것.
보컬의 성향상 발음이 뭉개진다며 선호하지 않는 리스너들도 있지만, 요즘 워낙 분위기있는 곡들이 주목받는 세상이다보니 소금과 같은 유니크한 음색은 가치가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에 프로듀서 dress와 함께한 신보 [Not My Fault]는 박재범, 우원재, 페노메코, 펀치넬로, 김심야 등 힙합 씬의 굵직하고 화려한 아티스트들의 피쳐링과 함께 했는데, 앨범 전체를 들어본 결과 소금만의 음색, 분위기가 14곡이라는 어마무시한 트랙 수에 걸쳐 계속 일관되게 이어진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이번 신보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발표하는 정규 앨범으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의 목소리'라는 주제를 담아내기 위해 힘썼다고 한다. (출처 HipHopLE) 중간의 브릿지부터 마지막 instrumental까지 앨범의 구성에 있어서도 신경을 많이 쓴 느낌.
필자의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앨범의 주제인 '혼란스러운 마음의 목소리'를 표현해내는데는 소금의 음색이 엄청난 공을 세운게 아닐까 싶다.
너 없는 하늘 바람 나무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운
오늘 밤 너의 기분은 어떨지 알고 싶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뭘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해
전화길 들었다 내렸다
전활 들었다 내려놔 Ohh
소금의 일관된 음색과 분위기 속에 트랙마다의 차별성은 그 피쳐링진에 의해 만들어지는듯하다.
타이틀곡 궁금해(feat. 박재범)는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것이 당연할만큼 멋있는 곡이다.
감각적인 비트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데, 그 속에 소금이 부르는 첫번째 벌스, 박재범이 부르는 두번째 벌스, 그리고 곡의 마지막 30초 정도, 이렇게 곡 구성이 세 부분으로 나뉜다고 본다.
특히 필자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마지막의 1분.
너는 나를 다 잊었나
벌써 나를 다 잊었나
너는 나를 다 잊었나
벌써 나를 다 잊었나
곡의 템포도 늘어지면서 마치 트랙 속 주인공이 지쳐 눕게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렇게 곡이 끝나는가 할 때, 보사노바 풍으로 곡이 완전히 전환되면서 희미하게 소금의 목소리가 함께한다.
넌 밤처럼 깜깜 무소식 이라는 가사가 여러번 이어지면서 트랙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구성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다.
소금의 신보와 함께 꼭 다루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번 사인히어 5회에서 소금이 옐라디, 라이노와 함께 사이먼 도미닉 팀에 소속되어 나온 콜라보레이션 곡 [게임끝]이다.
아마 소금의 일관된 스타일과 부정확한 발음에 불호의 의사를 표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이번 곡을 통해 생각이 바뀌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필자 또한 소금이 이렇게 강한 분위기의 트랩 곡에서도 목소리가 잘 녹아들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이 무대는 라이노, 옐라디, 소금이 함께한 만큼 멤버 구성에서부터 과연 이들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굉장히 많이 생겼던 조합이었다. 세 명 모두 실력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워낙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노의 딜리버리, 소금의 독보적인 음색과 분위기, 옐라디의 리드미컬한 싱잉랩, 그리고 이 조합을 모두 하나로 묶는 사이먼 도미닉의 프로듀싱과 피쳐링이 함께하면서 신나면서도 트렌디한 트랩곡이 나오게 된 듯하다.
라이노는 도입부 타이밍부터 놀라게 하더니 벌스 내내 가사를 볼 필요가 없는 딜리버리로 퀄리티를 높였고, 옐라디는 너무도 만연해서 가치가 낮아진 '싱잉랩' 자체를 맛깔나게 소화해내며 트랩에 녹아냈다. 그리고 훅에서 등장한 소금의 목소리는 너무도 잘 어울렸다. 딥했고, 묵직했다. 세 명의 뚜렷한 색깔이 강한 비트에 잘 어우러지다보니 절제되어있으면서도 힙한 퍼포먼스와 함께 관객과 리스너들의 흥을 최대로 끌어냈던 무대였다. Simon Dominic은 마지막에 등장하여 여실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곡을 마무리지었다.
비록 박재범 팀의 무대에 비해서 주목을 덜 받긴 했지만, 곡의 완성도 측면에서 더 떠올랐으면 하는 곡이고, 그런 점에서 소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