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Oct 06. 2019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안 보고 뭐하니?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 리뷰 - 심상치 않은 뮤지션 다단계

김태호는 천재다.
유재석은 유재석이다.
그리고 이 둘이 만난 컨텐츠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MBC 주말예능 [놀면 뭐하니]를 보면서 요즘 아주 강하게 드는 생각이다.

유플래쉬가 어제자 방송으로 어느덧 11회가 되었다. 최근 들어 예전의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을 짤막하게 클립으로 나누어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케이스들이 많은데, [놀면 뭐하니]의 방향성은 이와 정반대이다. 유튜브에서 선공개된 컷들을 공중파 TV 버전으로 재탄생시킨것.

손글씨 유재석, 사진 조세호. 이런 귀여운 깨알 디테일은 컨텐츠크리에이터들이 체크해야 할 포인트이다.

유튜브에 [놀면 뭐하니]라는 컨텐츠가 처음 선공개 예고되었을 때,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이를 기다렸다.

김태호와 유재석, 이 두명이 만든 무한도전이라는 국민 예능이 없어진 이 시점에서, 과연 이 둘은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예능계에 새로운 바람을 또 한번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과연 뻔하지 않은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TV 예능 컨텐츠들에 비해 짧고 강력하고 재밌는 유튜브 컨텐츠들이 워낙 강세를 보이다 보니, 기대보다는 우려가 되는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처음 유튜브를 통해 선공개를 시작한다고 하니, "결국 유튜브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잘되면 신서유기, 잘 안되면... 아무튼 그렇게 공개된 첫 [놀면 뭐하니]는 <릴레이 카메라>라는 컨텐츠로 시작이 되었는데 솔직하게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컨텐츠였다. 옛 무도를 추억하며 김태호와 유재석을 향한 팬심으로 봤달까. 셀프카메라와 대한민국 유일 만능 호스트 겸 패널인 유재석을 중심으로 점점 카메라 대수를 늘리며 의외의 인물과 다양한 스토리를 담는다는 것이 신선한 컨텐츠이긴 했지만 과연 이 컨텐츠로 어떻게 장기적인 컨텐츠를 뽑는다는 것인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때문에 <릴레이 카메라> 시리즈는 유튜브로 몇 편을 보다가 끝까지 챙겨보지는 않았다.


뒤이어진 컨텐츠 <조의 하우스>는 <릴레이 카메라>의 후속 컨텐츠였다. 유재석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포맷인 동거동락 포맷. 유재석의 역량과 함께라면 새로운 게스트들, 이를 테면 이규형, 태항호, 유일한, 아이린, 이성경 등에게 캐릭터도 부여하면서 적당한 재미를 뽑아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김태호와 유재석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필자의 기대는 훨씬 높았기에 <조의 하우스> 또한 완전한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본방을 챙겨볼 정도까진 아니었고, 한번씩 클립으로 재밌게 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컨텐츠 <유플래쉬>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이게 우디르급 태세전환인가 싶을 정도로 기존에 [놀면 뭐하니]에 가졌던 생각을 완전히 전환시켰다.

물론 음악 컨텐츠에 유독 관심이 많은 필자의 주관적인 성향이 반영된 의견이다.


김태호의 큰 그림은 어디까지일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유재석은 손스타에게 드럼을 한 차례 배운다. 유재석의 표현을 빌려 "두두두두와 둥둥둥둥둥", 드럼의 생기초인 4비트와 기초 필인만을 배운채로 유재석의 절친 뮤지션인 이적과 유희열이 합류한다.


김태호: 음악 소스를 드릴거에요.

유희열: 아, 요걸로요?! (유재석의 드럼비트)

그렇게 천재 드러머로 칭해지기 시작한 생기초 드러머 유재석의 오픈비트소스는 인터넷에 뿌려진다.

BPM 94 버전과 Free Tempo 버전, 이렇게 단 두가지로 말이다.


여기에 유희열과 이적이 첫 스타트를 열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뮤지션 릴레이가 한 달 새에 어마어마해졌다. 오픈소스를 뮤지션들에게 주고, 여기에 각각 다른 악기로 사운드를 쌓아 올릴 때 어떤 음악이 탄생할지에 대해 처음부터 기대가 컸다.

예전에 서태지가 2014년 [Christmalo.win]으로 컴백하면서 리믹스 컨테스트를 열었던 적이 있다. 크리스말로윈의 스템파일을 다 공개하고, 이를 이용해 리믹스를 창의적으로 만들어보라고 던져준 컨테스트였다. 이를 통해 TAK, J.E.B, R.Tee 등 실력있는 DJ 및 프로듀서들이 발굴되었는데, 이 컨테스트가 오버랩되었다.

#뮤직릴레이챌린지 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이나 아마추어뮤지션들도 유튜브에 유재석의 오픈비트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어 올릴 수 있게 했지만, 아무래도 공중파 예능이다 보니 뮤지션들의 릴레이에 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유플래쉬> 의 기획 의도 자체가 뮤지션들의 릴레이 프로듀싱이기도 했고 말이다.


유재석의 소소한 오픈비트에서 시작된 릴레이는 그렇게 유희열 라인과 이적 라인으로 나뉘었다.

방식은 소스 하나를 쌓아 올리고,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 대중음악의 코어 역할을 담당하는 유희열과 이적을 시작점으로 잡은 점이 결과적으로 보면 김태호 PD의 뛰어난 센스가 아니었나 싶다.

유희열은 키보드를 쳤다. 그리고 그 키보드에 윤상이 베이스를 올렸고, 여기에 이상순이 어쿠스틱 기타를, 적재가 일렉 기타를 쌓아 올렸다. 이적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했다. 이에 멜로망스 정동환이 키보드를, 선우정아가 코러스를 덧붙였다. 출연하는 아티스트들마다 "이게 뭐야!"라며 예능 컨셉을 살려 유재석의 기본 비트를 비웃었지만, 어쨌든 시작점은 유재석이었고 이에 대한민국의 수많은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탄탄한 층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이 움직임은 너무 반갑고 고무적인 움직임이었다.


필자는 이 정도에서 음악이 완성되면서 이 컨텐츠가 마무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예상은 곧 필자의 생각이 김태호 PD의 큰 그림에 한참 못 미치는 짧은 생각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었다.

김태호와 유재석이 던져놓은 음악 다단계는 겉잡을 수 없이 퍼져갔다. 이쯤부터는 릴레이를 이어 받는 다음 뮤지션의 등장에 놀라고 설레하며 방송을 지켜보게 되었다. 점점 예상할 수 없게 커져갔기 때문이다.


유희열 라인은 유희열, 윤상, 이상순, 적재로 이어지는 안테나뮤직과 롤러코스터, 그 중간 어딘가 지점의 음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상순과 적재가 다음 주자로 그레이를 지목하면서 완전히 전환되었다. 그레이의 프로듀싱 아래 비트는 808베이스와 함께 그루비해졌고 이에 다이나믹 듀오와 리듬파워가 랩을 얹었다.

이적 라인은 이적과 정동환, 선우정아가 만든 토대 위에 이태윤 베이시스트에 폴킴과 헤이즈가 보컬을 더했다. 멜로디 메이킹과 작사가 더해지면서 곡은 점점 다양한 색깔로 채워져갔다.

10화, 11화에서는 더 놀라운 뮤지션들이 등장했다.


대한민국에 음악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다 모이기 시작했다.

10화에서는 이적 라인을 중심으로 방송이 진행되었는데, 음악 방송이 아닌 공중파 예능에서 윤석철, 이상민, 한상원 세션 조합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 놀랐던 것은 한상원을 통해 서태지 밴드의 키보디스트 닥스킴이 나온 것. 서태지 밴드의 오랜 팬으로서, 닥스킴이 [놀면 뭐하니]에 나온 것을 보고 경악했다. 엄청난 뮤지션이다, 이때부터는 설렘 그 이상으로 흥분된 감정이 자리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끝이 아니었다. 닥스킴의 프로듀싱 아래 이 곡의 Verse 1과 Verse 2의 보컬은 다르게 캐스팅되었다.

그렇게 등장한 각 벌스의 보컬은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 천재 뮤지션으로 불리며 요즘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명, 황소윤수민이었다.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 (좌), 수민 (우)


11화에서는 유희열 라인과 10화 마지막에 비춰졌던 신흥세력 UV라인이 중심이 되었다. UV의 경우 코믹한 컨셉 뒤에 정말 뛰어난 음악성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놀면 뭐하니]에서 비춰준 점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UV의 스타트는 어반자카파로 이어졌다. 유희열 라인은 마미손과 크러쉬, 샘킴의 보컬/랩 라인과 콜드, 김이나, 자이언티로 이어지는 또 다른 트랙이 나왔다.


유재석이 방송 중간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본인이 뮤지션들의 세대 통합도 이뤄낸 것이라고.

물론 웃자고 한 말이긴 했지만,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시리즈가 만들어가고 있는 이 과정은 정말 전무후무한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윤석철, 한석원의 세션 위에 닥스킴의 프로듀싱, 그 위에 수민과 황소윤의 보컬.

유희열, 윤상, 이상순의 세션 위에 그레이의 프로듀싱, 그리고 리듬파워와 다이나믹듀오의 랩.

더 나아가 콜드와 김이나, 자이언티의 콜라보, UV와 어반자카파의 콜라보.

이런 콜라보레이션들을 어디가서 볼 수 있을까.


방송을 보면서 릴레이 영상을 유재석과 함께 모니터링하는 뮤지션 패널들의 반응이 필자에게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뮤지션 한 명 한 명이 소개될 때마다 신이 나서 "천재적인 뮤지션이다",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다", "이 아티스트가 나올줄은 몰랐다."라며 나서서 말하는 패널들이 바로 대한민국 대중음악을 이끌어가는 엄청난 뮤지션들이다.
이 끝을 모르고 커가는 행진에 설레하는 것이 비단 시청자 뿐만은 아닌가보다.


11화 방송에서는 유재석이 한상원 밴드의 게스트로 드럼 연주를 하는 모습도 비춰졌다. 유재석 빼고 모두가 알고 있는 유재석의 드럼 독주회가 이제 이번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너무 우스꽝스러웠던 유재석의 드럼이었는데, 한상원 밴드에서 게스트를 하는 모습은 왜 김태호가 유재석을 앞장세웠는지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카메라 뒤에서 끊임없이 노력했던 것이다. 한상원 밴드 공연의 관객들도, 이를 지켜보던 유플래쉬의 패널 뮤지션들도, 그 모습을 또 지켜보는 시청자인 필자도 유재석의 드럼에 놀라고 기뻐했다. 그의 성장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이 장면을 통해서 김태호 PD의 큰 그림을 조금이나마 눈치채게 되었다. 물론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나서서 신이 나서 곡을 완성해가는 그림.

이를 보며 즐거워하고 신나하는 뮤지션 패널들.

기초적인 드럼비트 뿐이지만 밴드의 세션으로 집중하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드러머 유재석.

어쩌면 김태호 PD가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를 통해 보여주려 한 것은
음악을 만들고,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과
음악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고 즐기는 그 모든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아직 끝나지 않은 유플래쉬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아직까지 유플래쉬를 접하지 못했거나, 짧게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꼭 클립이 아닌 전체 방송을 보며 음악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음악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직접 확인하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넷플릭스] 너의 모든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