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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Nov 17. 2019

레트로를 좋아한다면

영 땐-스 클럽에 춤추러 갈까요?

6개월 정도 전이었을까, 한창 This Is The City Life 공연 영상과 서울 시티 비트 유튜브 채널 [이하 서시비]을 찾아보며 글을 썼었다. 그 당시에 레트로와 시티팝에 처음 빠지게 되었다기 보다는 "레트로가 이제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뜨고 있구나"라는 사실이 반가워 기존에 레트로 음악을 좋아해오던 성향에 불을 붙이게 된 듯 하다.


90년대 중반에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그 당시의 대중가요를 접해왔다. 

노래방에서 어머니가 부르시던 [추억의 책장을 넘기고], 아버지의 [회상]이 떠올라 이선희김창완을 듣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형이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가 좋다며 추천해준 것이, 혼자 파고 파다보니 패닉 긱스로까지 이어졌었다. 매년 아버지 차를 타고 여행을 갈 때면 의 여름음악에 맞춰 어린 몸을 흔들었었고, TV를 보며 소위 '좀 춘다는' 가수들의 동작을 따라하다보니 초등학생 때 그 뻣뻣한 몸으로 어렴풋이 듀스의 [나를 돌아봐] 안무를 알고 있게 되었다. 사촌형들을 무작정 따라하다보니 당시의 필자 나이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장나라를 따라 좋아하기도 했다. 8살~10살 정도의 나이에 투니버스 대신 MTV가 박혀 있는 뮤직비디오들을 보던 나였다.


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이런 90년대 음악에 대해 함께 공감대를 이룰 만한 친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0년 정도부터 [나는 가수다] 등의 경연 프로그램과 [슈가맨], [무한도전 토토가] 등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90년대 가요들이 재조명되고 리메이크되면서, 전반적인 시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흐름이 필자는 반가웠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제작년 정도부터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레트로 문화.

부모 세대의 아저씨들이 "젊은 애들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찾아와 을지로를 점령하더라"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을지로는 힙스터들의 공간이 되어버렸고, 90년대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이 이제는 힙하다는 인식을 주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레트로의 부흥을 안 좋게 보는 일각의 여론도 있긴 하다.

음악의 창조성을 방해하는 움직임, 레트로를 좋아하고 따르다 보면 모방만이 남고, 음악의 다양한 시도가 없어지면서 결국 한국 음악계가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 

일리는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아직 레트로가 오히려 더 조명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나와 같이 어린 나이에 당시의 문화를 접했던 지금의 20대들, 그리고 레트로 문화에 대해 적절히 즐길 수 있을 나이대에 아름다운 그 시대의 문화를 향유했던 30대들, 그리고 레트로 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함께 형성할 수 있는 40대와 그 이상까지. 어찌보면 세대 통합인 셈이다.


사설이 더 길어지기 전에 이 쯤에서 메인 테마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사실 오늘 글은 다가올 공연을 전방위적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에 쓰기 시작한 글이다. 

공연이라기보다는 파티다. 흔히 파티를 떠올리면 일렉트로닉, 혹은 힙합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클럽 내에서 트랩과 이디엠이 고막을 자극하는, 춤은 그루비하게 잘 춰야 할 것 같고, 멋드러지게 입고 가서 다른 이들에게 외형적으로 뒤쳐지지 않아야 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 파티는 다르다. 

이름하야 유튜브 채널 [서울시티비트]에서 주최하는 [영 땐-스 클럽], 이름에서 느껴지는 '고전' 감성 그대로, 그간 [서울시티비트]와 각종 레트로 채널들에서 들을 수 있었던 90년대 음악들이 울려퍼지는 파티이다.

장소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양민회관이다.


공식 유튜브 티저 영상을 보면 레트로 장인 '양민회관'과 유튜브채널 '서울시티비트'가  여는 X세대~ Z세대를 위한 땐쓰 대잔치 라고 되어 있다.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문화의 모태였던 듀스, 솔리드, 언타이틀 등의 댄스 음악 선구자들과

힙합 음악에 맞춰 스웩을 뽐내는 문화의 모태였던 CB MASS, 드렁큰타이거, 허니패밀리 등의 힙합 조상들의 음악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추억의 싸이월드 BGM이나,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CM 송들, 그리고 최신 아이돌 음악을 Vaporwave, 8~90년대 감성으로 리믹스한 트랙들도 셋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놀고 싶은데, 매번 놀던 것과 조금은 다르게 불토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다음주 11월 23일 열릴 이 [영 땐-스 클럽] 파티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이벤트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반갑다. 이런 류의 레트로 음악들이 정말 편하게 즐기기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페스티벌 기획을 꿈꾸는 필자 입장에서 공연이나 파티, 페스티벌 이벤트로 레트로가 소비된다는 것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올해 10월 노들섬에서 열렸던 XZ 페스티벌도 김현철, 공일오비가 등장하며 레트로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고, 8월 펜타포트 페스티벌에서는 슬픔의 케이팝 파티와 채널1969의 레트로 무대가 한 타임에 자리하기도 했다. 페스티벌에서도 올해부터 이런 시도들이 생긴 마당에, [영 땐-스 클럽]과 같은 파티문화와의 접목은 레트로 문화의 매력을 알리는 촉진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앞서 언급했던대로 혹자는 이 문화가 다양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밝혔지만,

오히려 공연, 파티, 페스티벌 등 이벤트 씬 차원에서는 더욱 다양한 즐거움을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다분히 긍정적이라고 본다. 


공급자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소비자인 힙스터들이 놀 차례이다.

11월 23일 양민회관에서의 [영 땐-스 클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

[영 땐-스 클럽 티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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