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 & Hiphop 1] Pregame Playlist
이 글은 음악전문 웹진 Hayarobi하야로비에 동시 기고하는 글입니다.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Spotify의 플레이리스트 중에는 [Updated Lebron James Pre-game playlist]라는 이름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NBA의 최고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 (이하 르브론)가 언론이나 SNS를 통해 경기 전 듣는다고 공개한 음악들을 담은 플레이리스트이다.
[Unbreakable]이라는 이름으로 Apple Music에 Lebron James가 2017년 직접 제공한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Apple Music 내 Nike Channel에서 확인할 수 있다.)
Drake, Meek Mill, SZA, Big Sean 등의 음악이 담긴 플레이리스트로, 르브론이 경기 시작을 앞두고 그의 심장을 Pumping하게 만드는 곡들로 선곡했다고 한다.
르브론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라면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해왔는지, 스스로 얼마나 음악이 주는 영향을 크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르브론의 Pregame Playlist는 단순히 경기 전에 듣는 음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에게 Pregame Playlist는 경기 전 모든 것을 루틴화시켜 최적의 몸상태와 컨디션을 준비함에 있어 중요한 하나의 고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Tim Ferris Podcast Show에서는 르브론이 어떤 곡을 선곡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었다.
LEBRON : It's going to be hip-hop for sure. You know what’s crazy, it’s not specifics. Once I start my routine, once I get to the arena that’s when I start my routine as far as music and it’s a feel for an artist that particular time that I know is going to get me going. (중략) I don’t’ have a set game day routine, I’m all over the place.
당연히 힙합이죠. 제가 루틴을 시작할 때, 즉 제가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이 음악에 있어 루틴을 시작하는 때이며, 특정 시간에 떠오르는 아티스트가 저를 이끌어 줄 것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중략) 완전히 정해진 하루의 루틴(음악 선곡)은 없고, 저는 전방위적으로 듣습니다.
Nike와 함께 Apple Music에 플레이리스트를 내기도 하고, Spotify에선 그의 Pregame Playlist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에게 '정해진 플레이리스트'라는 것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 날 경기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가 경기를 준비하는 그날의 자세에 따라서 선곡이 달라지는 것. 다만 그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사실은 플레이리스트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일 뿐, 분명한 기준에 의해 그 날의 선곡을 결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힙합 음악이 주라는 것이었다.
It’s going to be hip-hop for sure. 일단은 당연히 힙합이죠.
그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라온 곡들을 보면 힙합 중에서도 Hype해지는 비트 중심의 곡들보다는 비교적 Low한 Rap-Heavy 바이브의 곡들이 많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의 클리블랜드 소속 시절 동료였던 J.R Smith의 인터뷰가 레퍼런스가 될 듯하다.
J.R : To be honest with you, I listen to R&B before the games. I actually do, ’cause if I play that 21 album or anything that gets me too hype, that's not good for me because I can’t play like that, so I tend to have a smooth playlist before the games.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경기 시작 전에는 알앤비를 듣습니다. 실제로 그래요. 제가 만약 그 21 앨범(21Savage의 Issa Album)이나, 제 기분을 과하게 띄워주는 음악을 들으면, 저에게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렇게 (음악의 분위기처럼) 플레이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경기 전에 부드러운 음악들을 들으려고 합니다.
- XXL Interview 중, 오프시즌에 즐겨 듣는다는 21 Savage의 Issa Album을 경기 전에도 듣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
NBA All Star 10회, 2회 우승, 2회의 Final MVP를 차지한 Brooklyn Nets 소속의 케빈 듀란트도 르브론과 마찬가지로 선곡의 영역을 넓게, 그러나 일정한 바이브로 가져간다.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은 A Tribe Called Quest의 1991년 앨범 [The Low End Theory]와 1993년 앨범 [Midnight Marauders].
힙합과 재즈의 Laid-Back 리듬을 적절히 섞어 힙합 씬 내에서도 극찬을 받는 앨범이다. 이 특유의 분위기가 케빈 듀란트만의 적절한 긴장감 형성에 분명 도움을 주었을 것.
J.R 스미스도, 르브론도, 듀란트도,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오프시즌이나 훈련 때 선곡하는 음악들과 비교했을때 경기 전에는 보다 차분한 힙합을 듣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경기를 대비하는 마음가짐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농구경기에서 텐션이 높아진 상태로 경기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차분한 상태에서 팁오프를 하는 것이 그 날의 전반적인 게임 운영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귀납적 결론이 아니었을까.
NBA 선수들의 Pre-Game Playlist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Pre-Game Routine에 대해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Pre-Game Playlist가 그 날의 분위기와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조정됨에 비해, 경기 전 몸을 푸는 Pre-game Routine은 실제로 체계적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일종의 징크스인 셈이다. 드리블을 많이 하는 가드 포지션의 선수들의 경우, 드리블 루틴 또한 따로 정해져 있어 경기 전에는 꼭 그 드리블 루틴을 실행하는데 이 과정에 힙합은 필수적이다.
스포츠 중 박자감각에 가장 민감한 스포츠가 농구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선수들이 드리블 연습을 하고, 돌파를 위한 스킬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힙합음악을 들으며 마치 드럼 패턴을 따오듯이 드리블을 위한 리듬을 개발하곤 한다.
위 영상은 언뜻 보기에는 마치 경기를 보러 온 관객이 신나 경기장 좌석 맨 앞 줄에 앉아 춤을 추며 흥을 분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리그에서 드리블과 돌파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Houston Rockets 소속 James Harden과 Russell Westbrook가 매 게임 경기장의 BGM으로 나오는 음악에 맞춰 일종의 루틴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비단 르브론과 J.R, 듀란트가 언급한 경기 전 감정선의 영역이든,
Harden과 Westbrook 등의 선수들이 드리블 루틴을 실행하는 영역이든,
결국 정신적인 무장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다.
82경기의 긴 리그, 매주 3~4게임을 치루면서 하루 하루 바뀌는 기분과 컨디션에 영향을 받는다면, 매 경기 꾸준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NBA선수로서는 치명적일 것이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경기 전 Pregame Routine을 진행하는 중에는 J.Cole의 음악들로 헤드폰 안을 채운다는 Brooklyn Nets 소속의 Kyrie Irving. 하지만 경기 시작 전 듣는 마지막 곡은 늘 같은 곡으로 유지한다고 한다. 바로 Wax Fang의 [Majestic].
Wax Fang의 Majestic이라는 곡은 카이리 어빙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차분하게 시작되는 인트로를 뒤로, 드라마틱한 피아노 소리가 이끄는 Majestic은 듣는 필자도 마치 큰 이벤트를 앞두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을 온 몸으로 흡수하듯 받았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NBA 리그.
그 긴 여정의 경기들을 하나하나 치루어 나가는 NBA 선수들은
오늘도 부디 주인공인 자신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던 만큼만이라도 하자. 적어도 외부의 변수로부터는 자유롭자'라는 마음으로 헤드폰을 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