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MUCH EP.09 타인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에게 한 달에 쓸 수 있는 금액

by 욜수기 yollsugi

지난 주 첫 눈이 왔습니다.

이제 다다음주면 크리스마스도 찾아오네요.

한 해가 가긴 가나 봅니다.


약속이 있어 지하철역 안을 지나가다 구세군을 보았습니다.

매년 이 시즌이 되면, 빨간색은 산타와 구세군 자선냄비의 상징이 된 느낌이죠.

지하철 역 밖을 나오니 길거리에 대학생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버스킹의 상징 답게 빈 기타케이스에는 지폐가 하나둘씩 쌓이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길에 좋은 공연을 보여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답긴 지폐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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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 시기에 항상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씰을 구매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크리스마스 씰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 씰을 사면 착한 어린이'라는 생각으로 구매를 하곤 했었습니다.


하우머치의 아홉번째 테마는 '타인'.

주제는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에게 한 달에 쓸 수 있는 금액>입니다.


기부, 버스킹을 보고 살포시 놓는 지폐 한 장, 구세군 자선냄비, 크리스마스 씰 등등.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한 달에 얼마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했습니다.

하우머치의 아홉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우머치 프로젝트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모든 참여멤버들에게는 오로지 그 주의 테마만 제공합니다.

현실적인 기대가격을 제시하든, 내가 생각하는 이 상품의 가치를 제시하든, 나에게 이 아이템과 관련한 특별한 기억이 있어 그 기억에 대한 가격을 제시하든, 모든 것은 자유입니다.

모든 하우머치 프로젝트의 이야기들은 익명으로 공개됩니다.


ID : 클로즈드산타

10,000원


10,000원.

운을 좀 믿는 편이라서, 매번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기회와 아다리가 맞는 날이라면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10,000원 정도는 내놓을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뭐, 살다 보면 이 사람이랑 내가 또 만날 일이 있을까... 하면서도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젤리도 사준다. 그런거 생각해보면 10,000원이 큰 돈은 아닌 듯. 재밌다 총총.




ID : 라파두부

30,000원


3만원.

나는 아직까지 기부를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물론 나에게 정기적인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넉넉하지 않음에도 누군가에게 거져 무엇을 준다는 인식이 마음 속에 깊이 자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이나 구세군 자선냄비에 수천원을 넣은 적은 있다. 성당에서 봉헌예물을 내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소액이었다. 앞으로 내가 돈을 벌면 어떻게 생각이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경조사 금액 3만원이 내가 마음 편하게 ‘쾌척’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인 것 같다.


Cf) 이와 큰 관련은 없지만, 주제문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든 내 주위의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을 보고, 세상이 좁기는 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기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ID : 이자야맘

무제한


'관련이 없는 사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애매하지만 질문에 대한 쉬운 답변을 위해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으로 정하겠다.


내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돈은 (물론 그 쓰이는 용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무제한이다. 매달 약 5만원 정도 컴패션을 통해 잠비아에게 있는 친구를 후원하고 있지만 난 이 친구를 한 번도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 친구한테 (돈만 있다면) 뭐든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하루 크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알 것 같다.




ID : 앞으론나누면서살래요

내가 어렸을 때는 예쁜 크리스마스 씰을 사기 위해 매년 겨울을 기다렸던 시절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요새는 내가 모르는 타인을 위해 돈을 쓴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때론 거리에서 좋은 노래를 들려주신 분들을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려보지만 카드를 쓰는 나는 현금이 없다. 또한 내가 살기 바빠 기부를 찾아서 해본 적도 없다.


그래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라 할 순 없겠지만) 그린피스나 마리몬드 같이 후원금을 전달하는 기업 또는 브랜드의 물건을 사려는 생각은 항상 하며 살고있다.


아무튼 지금 쓰면서 반성중이다. 내가 너무 세상에 매정했나보다.




ID : 지나가는익명이

0원


0원

글쎄!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쓸 돈이라...!

일단은 돈을 냄으로써 표면적으로 내가 받는 보상이 없어야 할테니까 그런 활동이 뭐가 있을까.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단체를 통한 후원이라던지...

크리스마스 씰도 모금참여라기보단 디자인 예쁘면 샀던 것 같구우..!

헌혈도 영화티켓 받으려고 한 것 같고~~


순수하게 자선활동이란 것도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나이가 한살두살 먹어가며 사회에 대한 불신도 많아져서 굳이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서 도와야겠다 하는 생각이 잘 안드는 것 같다. 사실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더 오래 베풀고 싶다.




ID : 씨엠

10,000원


헐 난 매정한 사람이다.

때론 공감 능력이 부족한 거 아닌가 의심할 때도 있다.

그래서 관련 없는 사람에게 돈을 쓰진 않았다. 길에서 주는 전단지도 한 장 받아 주지 않는 나다. 쓸 돈도 여유도 마음도 없는 사람이다.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주위에 있는 사람도 잘 못 챙길 만큼 관계에 서투른 사람이기도 하다.


근데 아마 연말이고 크리스마스니까 나온 질문이겠지 생각을 해보면... 아 그래도 많이 쓰지는 못 할 것 같은데. 연말이라도 난 스크루지를 옹호할 사람이란 말이다. 예전에 시청에 대형 모금함이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서 돈을 넣을 수 있었다. 돈을 넣으면 온도계 눈금이 올라가는 구조였다. 큰 맘먹고 계단을 올라 갔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냥 돌아 섰다. 대신 붕어빵을 사먹었던가


그 날을 뉘우치며 한 1만원 정도.... 써보겠다.




ID : 1226

300,000원


노비따스 음악학교에 매달 10000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지하철 역 앞에 빅이슈 잡지를 파는 아저씨들이 서 있을 때면 횡단보도를 기다리면서 하나씩 구매한다.

빅이슈 잡지는 읽기 위함이 아니라 아저씨들의 웃는 표정에서 얻는 에너지를 사는 느낌이라 한 달에 똑같은 잡지를 몇 부 구입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들을 모으면 지금은 한 달에 만원에서 3만원 정도를 왔다갔다 하는 금액이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들에게 지출되고 있는 듯하다.


질문을 보고, 한 달에 얼마를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아직 안정적인 수입을 내는 처지가 아니라 그런지 한 번에 많은 돈을 낸다고는 못하겠다.

나를 위한 지출도 1회 금액이 크면 덜덜 떨리는 시기이다.


하지만 매일 만 원씩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에게 지출해서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에게 조금의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면, 지금도 기꺼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마지노가 만 원이다. 그래서 한 달에 만 원.

30만원이 내가 쓸 수 있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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