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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Apr 05. 2020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코로나로 달라진 놀이들

코로나를 대처하는 전세계인의 자기표현 욕구

"방에서 게임만 하지 말고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아야지! 그 모니터 안에 뭐 특별한게 있다고 참!"

컴퓨터가 각 가정에 보편적으로 놓이기 시자하던 2000년대, 많은 90년대 생들이 한번쯤은 들었던 말이다.


그로부터 약 10년, 20년 뒤,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닌텐도 사의 역작,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이다.


"인정해?안해?!"라는 희대의 밈MEME이 돌게 되었을 때만 해도
누가 이런 일을 예상이나 했을까.


닌텐도 스위치의 구매량이 폭증하고 있다. 오로지 이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숲>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물의 숲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하고 있다.


처음 동물의 숲에 관한 이야기들이 SNS에서 많이 보일 때, 2015년의 포켓몬GO 열풍 정도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이 곳에 포켓몬이 있다며 핸드폰을 들고 돌아다녔으니, 놀라운 광경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COVID-19) 사태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상황과 맞물려 '동물의 숲'은 단순한 유행게임이 아닌 전례없는 패러다임을 열고 있는 중이다.

지금 시기에 "방에서 게임만 하지 말고 나가서~~"의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나가기가 힘든 시기이다.

이에 2020년에 걸맞는 기술력이 더해지니, 사람들은 자연히 게임 속에서 평행세계의 일상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게임이 아닌 또다른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너무 일상과 맞닿은 현실성에 당황할수도 있다.

이 게임이 왜 인기있는가에 대해 많은 소스들을 통해 알아보고, 실제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말도 많이 들어보았다. 국내에서 동물의 숲과 관련해 돌고 있는 MEME이 있다. 제목이 '동물의 숲이 인기있는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것이 실제 플레이하는 사람들, 각종 아티클들에서 말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할 뿐더러 명확하게 그 요를 제시하기 때문에 깊은 인상이 남았다. 내용인 즉슨,

동물의 숲 안에서는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집도 사고
옷도 사고

제일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주는 상사가 없다는 것.

이 게임에서는 대다수의 게임에서 나타나는 폭력적인 요소가 없다. 경쟁에 떠밀리는 긴박한 상황도 없다. 애초에 게임 내에 미션이나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레벨업에 대한 압박도 없다. 그저 그 안에서 원초적인 욕구들을 충족해가며 교류하고 유유자적을 즐기는 아니, 일도 하고 일상을 다 누릴 뿐이다. 일은 하는데 상사가 없으니 갈등이 없다. 일한 만큼 돈도 벌 수 있으니 정의가 구현된 시스템이다. 물론 여행도 하고 DIY가구도 제작하며 취미생활도 즐긴다.

이렇듯 스트레스 없고 모든 것을 영위할 수 있는 게임, 이 것이 단순하게 게임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핵심은 <커스터마이징>에 있다.


동물의숲은 모든 것을 커스텀화할 수 있다.


다른 게임들처럼 NPC를 통해서 아이템을 구매하고 제한된 색상, 패턴으로 리폼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재료를 수집하고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레시피도 메이플스토리에서 무기를 만들듯 레시피를 사서 조합하는 형식이 아니라, 주민이 레시피를 알려주거나 직접 주민들에게 물어보면서 DIY의 방법을 터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얻게 된다. 네트워크를 통해 친구와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범위에서는 나만의 마을을 꾸민다는 게임의 본질답게 마을을 꾸밀  있는 범위와 그래픽 구현에 있어 전작들보다 엄천난 발전을 이끌어냈다.

섬 이름을 원하는 대로 네이밍하는데, 여기에서 한국인 특유의 창의성이 마구 발휘되기도.


여기까지만 해도 아직은 게임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필자에겐 그랬다. 하지만 이에 더해 동물의숲이 이제까지의 유사 게임들과 차별성을 갖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자기표현'에도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즉, 동물의 숲은 디자인 영역에서도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자유도를 구현해내며, 패션까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캐릭터 형태로 등장하는 많은 게임에서 옷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야 기본적인 기능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동물의 숲에서 구현하는 패션 영역은 어마어마하게 넓다. 게임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프로 디자인' 기능을 통해 직접 의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기능이 소셜 미디어로 번지면서 동물의숲은 하나의 런웨이로서의 기능 또한 겸하게 되었다. 더 이상 인게임 샵에서 NPC를 통해 캐릭터의 옷들을 사입는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 디자인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게.


홍콩을 기반으로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이자 시각 예술가인 카라 정은 전세계 유저들의 OOTD, 데일리룩을 인스타그램 계정 @animalcrossingfashionarchive에 포스트한다. 스트릿브랜드 슈프림부터 샤넬, 스투씨 등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이 계정은 새로운 패션 아카이브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제약 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고, 그를 통해 개성을 확립하게 된다.
- 카라 정 (HYPEBEAST와의 인터뷰 중)


Q.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인스타그램 패션 아카이브 페이지는 언제, 어떤 생각으로 시작됐나?

A. 여느 패션 포토그래퍼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처럼, 게임 내 사진작가로 활동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때마침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고 동시에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출시됐다. 지금 <하입비스트>와의 이 기획도 내게는 꽤나 큰 도전이자 전환점과 같은 사건이다. 우선 나와 함께 일하는 패션, 음악, 미디어, 디자인 분야의 지인들을 게임 내로 불러모았고 몇몇 단체 사진을 패션 화보처럼 기획했다. 흥미로운 경험이다.

카라 정 뿐 아니라, 많은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유저들을 통해 패션브랜드 관계자들과 인플루엔서들이 동물의 숲을 통해 아이디어 마케팅을 하거나 SNS처럼 패션아카이브로 활용하고 있다. 자기표현의 여부는 상당히 중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상 속에서 많은 부분들이 제한되고, 불과 몇 달전하고만 비교해도 완전하게 새로운 국면 앞에 놓인 요즘이다. 현실에서 옷을 사 입으며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를 이 가상세계 속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신할 수 있음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예전 세이클럽, 싸이월드를 할 때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조금 더 잘 이해가 될 수도 있겠다.

세이클럽에서 아바타를 꾸미고 옷을 사입으며, 싸이월드에서 내 미니홈피를 내 입맛에 따라 꾸미고, 내 미니미를 내 스타일대로 입히는 즐거움이 분명 존재했다. 그 형태와 기술력이 더 발전했을 뿐 동물의숲은 같은 결에서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정보의 과잉, SNS에서 보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반강제적으로 보게 되며 지쳐가는 시대인데, 게임 속에서 평행세계의 일상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현대인에게 큰 치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동물의 숲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닌텐도 스위치 이용자에 한해서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사회적 접촉이 제한된 지금, 또 다른 사회의 모습이 몇 가지 있어 함께 소개하려 한다.


1. 제페토 ZEPETO

어플리케이션 ZEPETO는 동물의 숲과 마찬가지로 어플리케이션 속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서 많은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의 사진을 불러와 3D 캐릭터로 변환시킬 수 있고, 눈, 코, 입부터 디테일한 얼굴 요소까지 자세한 부분을 수정할 수도 있다. (본인과 더 닮은 방향이든, 본인이 원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얼굴형이든, 자유다) 여기에 본인이 이전에 있었던 장소를 배경으로 불러와 자신의 캐릭터를 위치시킬 수도 있고, 가상의 배경 속에 위치시킬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SNS를 통한 공유가 편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그저 ‘아바타 놀이’가 아닐까 하고 의심스럽게 앱을 접한 필자도 한동안은 “이거 은근히 빠져드네”를 외치며 ZEPETO를 만지고 놀았다. 아쉬운 점은 동물의 숲과 다르게 의류 커스터마이징에 있어 자유도가 아직 낮다는 것. 동물의 숲은 자신이 원하는 의류를 디자인할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아카이브도 많이 만들어진 상태이지만 ZEPETO의 경우 아직 그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이용률로 ‘아바타 꾸미기’ 수준에 그친 의류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 ZEPETO의 경우에도 단순히 얼굴 외에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더 가미된다면 더욱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 NBA 2K

전세계의 프로스포츠 대부분이 시즌을 잠정 중지하거나 아예 종결시켰다. 필자에게 봄이면 늘 하루의 스케쥴로 자리잡고 있던 ‘NBA 시청’도 코로나 때문에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흥미로웠던 것은 졸지에 실직자 신세가 되어버린 NBA 선수들이 팬데믹 선언 후 보인 모습이다. 처음 며칠간은 SNS에 무료함에 고통받는 모습들을 각자 영상으로 올리다가 최근에는 NBA 팬들에게 아주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NBA가 멈춘 그 자리에, 직접 뛰던 선수들이 이제는 2K SPORTS 사에서 나온 NBA 2K 게임으로 경기를 펼치고, 이를 ESPN에서 중계하고 있다. 현재 Kevin Durant, Tray Young, Harrison Barnes, Deandre Ayton 등 NBA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8강 토너먼트에 참여 중이다. 각 선수들이 은근히 경쟁 팀을 게임에서도 견제하며 게임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들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재미 요소다.


3. 인스타라이브 콘서트

이전에 VR 콘서트에 관해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여전히 VR 콘서트도 추진되고 있는데, 그보다 더 보편적으로는 페스티벌을 열지 못하는 페스티벌 주최사들이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서 24시간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EDC, Beyond Wonderland 등을 주최하는 Insomniac. 뿐만 아니라 DJ 및 아티스트들도 개인 인스타그램 라이브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취소된 공연을 대체하고 있다. 3월에 내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던 Christopher의 경우 한국 팬들을 위해 미리 인스타 라이브 공연을 하루 전 예고 한뒤 공연 셋리스트에 수록되어 있던 곡들을 직접 공연처럼 집에서 라이브로 부르기도 했다. 최근에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던 LAUV도 인스타그램 라이브 콘서트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참 재밌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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