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anic Seoul의 ‘패닉버튼’, 서울시티비트와의 협업까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청취의 압도적 주류로 자리잡은 지금, 바이닐을 소비하는 수요는 ‘매니아층’이 되어버렸다.
최근 몇 년간 레트로 RETRO의 가치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다시 재조명되고, 그에 따라 바이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 게 사실이긴 하나, 아직 바이닐은 현대 음악시장에서 ‘소비하기 어려운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음악 청취만 놓고 본다면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아이템임이 분명하지만, 바이닐의 가치를 단순한 ‘음악 청취’에 국한시킬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는 안되기도 하고.
이것이 어떻게 보면 RETRO 열풍에 속하는 부속 요소 중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가치’의 측면에서 RETRO와 바이닐 문화가 상당히 맞닿아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필자는 그 둘을 관통하는 공통 가치를 ‘정성’에서 찾았다.
현대에 소위 ‘힙’한 사람들 사이에서 향유되는 바이닐 문화는 대단한 정성이 필요하다.
누구나 앱 실행-검색-클릭 한번이면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에서 바이닐 문화는 ‘디깅’의 정성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바이닐을 찾아 구매하는 것, 구매 행위 뿐 아니라, 실제 음악을 청취할 때에도 일반적인 스트리밍보다 훨씬 복잡한 프로세스.
바이닐과 레트로를 국내에 알리는 데 앞장선 하세가와 요헤이 씨의 인터뷰에서 바이닐만의 ‘정성’이 어떤 형태인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Q. 바이닐을 평소 애정하는 분으로서 바이닐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파일을 틀어놓고 있으면 자동으로 다음 노래로 넘어가고, CD도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끝까지 돌아가면 알아서 멈추고, 그런데 바이닐은 중간에 뒤집어줘야 끝까지 들을 수 있죠.
그런 음악을 듣기 위한 “아름다운 귀찮음”을 즐기는게 “아날로그”인거고, 그게 바로 매력인거죠.
- 하세가와 요헤이
2015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스트리트 아티스트, 사진가, 독립 레이블 등을 소개하며 자생하는 서울의 문화정보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 월간지 <돈패닉서울 Don’t Panic Seoul>, 2018년 고별호 발행 이후 긴 재정비 끝에 2020년 4월, Don’t Panic Seoul이 더 꽉찬 모습으로 돌아온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돈패닉을 통해 음악의 서브컬쳐를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도록 LP 서비스를 가미했다는 것이다.
올해 3월 6일부터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받기 시작해 오픈 세시간만에 목표 금액 달성, 3일만에 목표 금액의 200%를 달성.
한국에서 가장 핫한 서브컬쳐를 장르별로 받아보는 구독서비스라는 슬로건으로 찾아온 돈패닉서울의 정기 구독 패키지 서비스, ‘패닉버튼 Panic Button’은 벌써부터 수많은 대중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필자가 이번 돈패닉서울의 재개와 패닉버튼 패키지서비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유튜브 채널 서울시티비트 Seoul City Beat 로부터였다.
작년에 서울시티비트에 대해 한 차례 브런치에서 다룬바 있는데, 국내의 수많은 음악 큐레이팅 유튜브 채널들 중, 1990년대의 노래들을 가장 높은 이해도로 큐레이팅해주는 채널이 바로 이 서울시티비트라 느껴졌고, 이 채널의 플레이리스트는 한동안 필자의 버즈 속에 매일같이 재생되었다. 레트로 열풍 속에서 시티팝의 매력을 단번에 전달한 채널이 이번에는 돈패닉서울의 ‘패닉버튼’ 첫 시리즈 <시티팝_오래된미래>를 통해 돈패닉과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다. 그렇게 돈패닉서울의 ‘패닉버튼’을 알게 된 것.
앞서 언급했듯 취미로 향유하기에 상당히 번거로운 과정을 동반하고, 가격적인 측면에서 혹자에겐 사치로 느껴질수도 있는 바이닐 문화를 돈패닉서울에서는 오히려 음악을 즐기고 알아가는 대안처럼 제시한다.
아직 5장의 LP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훗날 집 인테리어로 벽면을 가득 LP들로 채우고 싶다는 막연하고 무모한(?) 인테리어 로망을 갖고 있는 필자처럼, 많은 대중들에게 LP란 어쩌면 소비하고 갖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고,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워 망설여지는 존재일수도 있다. 바이닐을 통한 음악 청취의 기회를 일반 대중에게 보다 쉽게 제공하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가 주말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2시간의 이용시간을 채우고 나오는 고객들로 붐비는 것을 보라.
LP 문화는 아직 ‘어려울’ 뿐, 그 가치는 더이상 레트로스럽지만은 않다.
두 손에 들리는 큰 사이즈의 바이닐 디자인을 보고 있자면, 단순히 듣는 것 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 또한 만족시켜주는 것이 LP가 아닐까 싶다.
지금 시대에 다시 한 번 무궁한 문화적 잠재력을 지니게 된 이 LP를 월 구독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면? 서브컬쳐 바라기들에는 단연 좋은 기회일 수 밖에.
지금쯤 돈패닉이 궁금해졌다면, 이번 첫번째 패닉버튼, <오래된미래>를 서울시티비트와 함께 미리 느껴볼 방법이 있다.
유의사항이 있다.
Don’t Panic Seoul 4월호는 3월말에 배포되나, 패키지인 패닉버튼은 4월호 없이 Vo.1이 5월 첫째주부터 배송이 시작된다는 점!
구독시 참고하길.
이번 패닉버튼 패키지 첫번째 시리즈의 디깅플레이트에는 1992년 데뷔한 2인조 그룹 ‘아침’의 <숙녀예찬>이 담겨있다. ‘아침’이라는 그룹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당시에 음악성과 개성에 비해 크게 주목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시대를 잘 못 만났던 걸까, 시티팝과 레트로가 다시 떠오른 이 시대에 ‘아침’의 음악은 오히려 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기호, 함춘호 씨 등 국내에 전설과 같은 세션들이 함께한 ‘아침’의 음악, 돈패닉에는 이 ‘아침’의 <숙녀예찬> 오리지날 트랙이 QR 코드로 들어가고 이의 리믹스 버전 또한 서울시티비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옛 것을 더욱 새롭게, 새로운 것을 보다 익숙하게’라는 서울시티비트의 슬로건과 딱 맞는 돈패닉과 서울시티비트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아침’의 재조명이 돈패닉서울, 그리고 서울시티비트와 함께여서 반가울 뿐이다.
돈패닉서울의 펀딩 소개 페이지에 보면 이러한 문구가 나온다.
‘무제한’으로 서비스되는 음악 서비스 플랫폼 중심으로 음악 매거진들이 형성되고, 자연스레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창구의 트래픽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안타까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패닉버튼에서 찾는 구독자 ‘버트너’는 이러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스미디어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문화예술 소식을 가까이 하고 싶은 분들
이미 형성된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나만의 취향을 형성하고 싶은 분들
서브컬쳐 또는 다양성에 관심 있는 분들
디깅하며 알아가는 재미를 좋아하시는 분들
로컬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소식을 정기적으로 받아보고 싶은 분들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소장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콜렉터들.
전세계가 어려운 시기, 일상의 색깔을 다채롭게 채워줄 요소들이 필요한 요즘이다.
다채로운 취향을 선물할 돈패닉서울의 ‘패닉버튼’, 그 시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