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제가 느낀 벅찬 감정의 공유를 위해 25분간 영화를 보신 후 글을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영화에 대해 해박한 편이 아닙니다. 분석이나 논평이 아닌 감격에 젖은 감상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에 참여한 Team Yuwol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월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 작품.
꽉 찬 아이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썸네일이 궁금했음에도 썸네일과 함께 나타나있는 2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이 영화를 클릭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게 만들었다. 사실, 이 작품이 단편영화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도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단편영화임을 알고 난 뒤에도, 유튜브였기에 25분이라는 시간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특히나 나같이 유튜브에서 가벼운 영상들을 즐겨보는 유형에겐 말이다.
망설임은 제목에서 한예종 졸업작품임을 확인한 후에 더 심해졌다.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내게는 그 클릭 한번이 참 어려웠다.
[나중에 볼 영상]에 이 영화가 고이 간직된지 2주 정도가 지났을까, "한번 클릭이나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고, 시작 후 10초만에 나는 매료되어버렸다. 그리고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25분이 지나가버렸다. 시작 부분에 나오는 꼬마 아이의 눈, 얼굴, 몸동작은 꼼짝없이 25분을 다 보게 만들었고, 영화가 끝나고 난 후 확인해보니 내 얼굴에는 환한 웃음과 함께 눈물이 나고 있었다.
오케이, 한번 더 보자. 그렇게 가만히 두 번을 연달아서 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주인공 소년(심현서 배우님)의 표현과 춤에 압도되었고, 한번 더 보았을 땐 다른 아이들의 모습에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 중간에 원테이크로 댄스 촬영하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한다. 원테이크 촬영이 참 어려운 촬영 기법이라고 알고 있다. 촬영하는 자체도 굉장한 집중력을 요하고, 스토리라인에 매끄럽게 녹아들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해냈다. 순수한 아이들, 그리고 부드러운 힘이 넘치는 춤의 아름다움으로.
두번째 감상이 끝난 후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생각을 안했는지도. 그저 오랜만에 맛보는 행복함과 감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감격스러운 울컥함이랄까. 그 멍함에서 깨고는 바로 이 영화의 제작 의도 등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이 아름다운 작품의 감독, Beff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인터뷰 내용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감독님이 직접 음악 제작 과정에도 참여했다는 사실. 원래는 음악을 안 넣으려고 했으나, 편집 과정에서 음악을 넣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음악을 아예 다른 곳에 맡겼을 때 컨펌 과정 등이 번거롭기도 하고, 미흡할지라도 내 아이디어를 가장 잘 아는 내가 음악 제작을 해서 구현을 시켜보자라고 생각하셨다는데,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완벽한 배경음악이 나오게끔 하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직접 제작하셨을것이라 상상도 못하고 음악 디깅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겠다고 생각 중이었으니, 영화 못지 않게 배경음악도 걸작인 셈이다.
제작의도에 대해서는 내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히셨다. 솔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사람은 언제나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다같이 춤을 추는 영화를 만들어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으셨다고.
나아가 전달하고 싶었던건 개인에서 출발한 몰입이 점점 퍼져나가서 공동체와 다음 세대까지 퍼져나가는 그런 구조였다고 한다. 그 긍정적인 몰입이 퍼지는 과정을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낸 것인데, 바이러스가 긍정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감독님의 의도가 전달이 잘된게 아닐까.
감독님에게는 춤 자체가 큰 기쁨이라고 한다. 동시에 감독님에게는 춤이었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각자만의 기쁨, 어린 시절 꿈꿨던 목표, 취미로 각자 해석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소년의 춤, 자유로운 어린 학생들의 춤, 모두의 바이러스, 하나의 움직임이 모두를 감염시킬 정도로 강렬한 그 기쁨이 나에게는 무엇일지. 어린 시절의 순수한 몰입과 행복을 혹여나 지금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