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Jan 11. 2020

이 정도 농구예능이라면  매주 봐야겠다

SBS 신규 농구예능 <진짜농구, 핸섬 타이거즈> 1회 리뷰

"차은우가 농구예능을 한다,"

"차은우가 서장훈과 뭉친다."

"서장훈이 농구예능을 통해 감독이 된다."


SBS의 신규 농구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의 런칭 관련 기사에서 눈에 띄였던 말들이다. 농구를 사랑하고, 농구 예능을 기다리는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기사 헤드라인들이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또 내가 사랑하는 농구가 흘러가는 하나의 예능으로 소비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다만 첫 방을 시청할 정도로 조금의 기대를 가졌던 이유는 이상윤, 줄리엔강, 문수인 등 일부 멤버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농구를 어느정도 할 것이라는 이유였고, 서장훈이 심사숙고해서 정한 예능이니만큼 막연히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였다.


1월 10일 밤 11시, 핸섬타이거즈의 첫 방송이 나왔다.

첫 방송을 보고 남기는 간단한 소감은 딱 한 마디이다.


이제껏 본 농구 예능, 아니 스포츠 예능 중 가장 멋진 스타트였다고.



서장훈은 핸섬타이거즈 런칭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본인은 농구로는 장난치지 않는다고. 그리고 장난칠 것이었으면 시작도 안했다고. 그간 서장훈이 프로선수로 활약할 때부터 농구를 봐왔기 때문에 그의 농구스타일을 알았고, 그의 결벽증, 예능에서의 까칠한 캐릭터 모두 알고 있다. 그랬기에 그가 농구예능을 선택했다는 것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고, 본인만의 까다로운 검증과 조율을 거쳐 프로그램을 수락했을 것이라 믿었다.

첫 방송을 보니, 그 믿음이 옳았음을 증명받은 느낌이다.


방송을 보고 딱 들었던 생각은 "깔끔하다"는 것.

그간 농구예능을 봐오면서 아쉽다고 느꼈던 것은 방송과 농구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점이었다. 농구에 포커스를 강하게 두었던 농구예능은 방송으로서의 재미를 살리지 못했고, 방송으로서의 재미를 살렸던 예능은 농구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데 실패했다고 보았다. 하지만 핸섬타이거즈는 다양한 촬영구도, 가독성 높으면서도 깔금한 인상을 주는 자막의 사용, 적절한 BGM의 활용 등 이제까지의 농구예능과 비교했을 때, 방송 측면에 있어 굉장히 고퀄리티의 편집이 이루어졌다는 인식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구를 이렇게 재밌게, 그리고 멋지게 비춰주어 감사할 정도였다.


농구는 기본적으로 빠른 스포츠이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상황이 긴박하게 발생하는 스포츠이다.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빠른 스피드, 수많은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움직임, 그리고 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멋진 플레이에 열광한다. 이제까지의 농구예능들은 그 점을 담지 못했다. <핸섬타이거즈>보다 이전의 <XTM리바운드>나 <TVN버저비터>는 농구 실력에 있어서는 더 월등한 멤버들이 많았던 반면에,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농구의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데는 철저히 실패했다. 그 때문에 오로지 농구팬들만 시청하게 되었고, 그마저도 후반부로 갈수록 떠나가는 양상을 보였다.

농구의 매력을 잘 보여줬던 예능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우리동네 예체능:농구편>이었다. 하지만 우리동네 예체능의 경우에도 대부분 멤버들의 실력이 경기를 하기엔 너무 부족했던 탓에, 초반부 농구라는 스포츠의 룰과 기본적인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이 흠이었다. 다행히 프로그램 중간에 멤버 보강을 통해 선수출신 배우 김혁의 합류와 줄리엔강, 박진영, 이정진, 서지석 등 농구를 수준급으로 하는 방송인들의 시너지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유례없는 인기를 끌었었다. 그간의 농구 예능을 보면서 농구예능이 농구를 이미 좋아해온 농구인들과, 농구가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 층 모두를 잡기 위해서는 방송과 농구 모두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야함을 느꼈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핸섬타이거즈> 1회였기에, 앞으로의 방송에 엄청난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1회 방송을 리뷰해본다.


1회 방송을 보면서 촬영 구도가 너무나 다양하고 다이나믹해서 놀랄 정도로 기뻤다.

코트를 비추는 카메라도 다양했고, 벤치도 벤치에서 코트를 보는 시선, 벤치를 보는 시선, 감독의 시선, 풀코트를 담는 카메라, 뛰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담는 카메라 등 농구경기의 모든 요소를 담으려 하고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과 모두의 시선을 다이나믹하면서도 균형있게 편집하였기에, 이를 통해 농구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데에도 성공적이었고 본다.

슬로우모션을 거는 상황이나 리플레이를 보여주는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불필요하게 벤치 리액션을 반복해서 비춰주거나, 화려한 플레이 하나를 반복해서 리플레이하고, 그마저도 슬로우모션을 거는 등의 과한 편집이 없었다. 대신 좋은 플레이가 발생했을 때 공의 흐름, 공격루트를 슬로우모션을 걸어 확실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점이 느껴졌다. 패스를 통해 볼이 잘 돌아 빈자리를 찾고, 위크사이드의 움직임을 제대로 캐치한 경우, 이를 리플레이로 다시 보여주었다. 트랜지션이 잘 이루어진 경우도 마찬가지, 정말 실제로 농구를 할 때 강조되는 점들에만 군더더기 없이 방송 장치를 통해서도 강조를 한 느낌이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도 월등히 높다. 처음에는 2-3 수비를 시각적으로 설명한 부분에 놀랐다. 빨간색, 초록색 바 효과로 2-3 수비가 어떤 형태를 띄는 지를 보여주었는데, 농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시각적으로 확실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8초 룰이나, 트래블링, 공격시간 등 농구를 처음 접한다면 당황할 법한 수많은 규칙들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자막으로 제공하였다.

(이 부분은 농구에 이미 익숙한 필자가 봐서 일목요연하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정정하겠다. 이전의 예능보다는 훨씬 친절한 설명이었다.) 

서장훈의 주도하에 예능이 제작되다보니 첫 방송부터 엘리트 농구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휘문중학교를 조명한 점도 인상적이다. 대개 이제까지 스포츠 예능이라 하면 첫 방송에서는 통성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일반 예능보다 예능적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스포츠 테마의 예능에서 첫 방송이 통성명을 중심으로 굴러간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루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첫번째 경기부터 런앤건&하프코트 맨투맨 수비를 중심으로 탄탄한 경기력을 자랑하는 휘문중을 섭외한 것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농구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었기에 가능한 섭외였다.

대개 농구예능에서는 득점장면, 화려한 플레이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려한 플레이가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생각 때문이다. 핸섬 타이거즈는 달랐다. 경기 초반에는 너무 차은우를 집중적으로 비춰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후 멤버 한 명 한 명을 다 균형있게 비춰 주었다.

농구는 팀스포츠이다. 팀스포츠 중에서도 개개인의 롤이 확실하고, 각각의 롤이 모두 발휘되어야 팀으로서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스포츠이다. 즉, 모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중 쇼리의 수비는 놀라웠다. 방송을 보기 전 쇼리의 섭외 소식을 보았을 때, 쇼리는 그저 예능용 캐릭터로 보았다. 쇼리가 내는 예능인으로서의 재미에도 한계가 있다 느꼈기 때문에, 솔직한 마음으로 "왜 쇼리를 섭외했을까"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회를 보고 쇼리는 이 팀에 반드시 필요한 멤버라 느꼈다.

이쯤에서 차은우를 엮어 차은우와 쇼리의 공통점에 주목하고 싶다.
바로 농구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인 '허슬HUSTLE'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헌신하는 자세. 루즈볼 상황이 발생하면 앞장서서 뛰어들고, 속공상황이 발생하면 메이드 여부에 관계 없이 빠르게 상대편 코트로 달려가고, 아웃되려는 공이 있으면 몸을 던져 살려내고.

이런 작은 허슬들이 경기 분위기를 바꾸고 승리로 이끌어낸다. 농구부 활동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늘 강조했던 부분이고, 필자 뿐 아니라 농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허슬의 중요성은 모를 수가 없다.

프로 농구의 케이스를 잠깐 빌리자면, 2016 클리블랜드가 역사에 남는 강팀인 골든스테이트를 극적으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과정에서는 르브론이라는 슈퍼에이스, 어빙과 러브라는 세컨드 에이스의 공만 있던 것이 아니다. 매튜 델라베도바라는 롤플레이어, 시즌 평균 출전시간이 3분정도밖에 되지 않던 벤치 선수가 필요한 순간에 경기에 나와 최선을 다해 수비하고 악착같이 상대방을 수비하고 누구보다 먼저 몸을 던져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의 작은 플레이가 나비효과를 빚어 팀 승리에 기여하게도 되었다.

클리블랜드의 우승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크게 공헌한 매튜 델라베도바 Matthew Dellavedova

쇼리는 델라베도바의 역할을 해줄 중요한 선수이다. 차은우는 예능 차원에서 이 팀을 이끌어가는 에이스이자, 농구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로 허슬로 뭉쳐 팀의 분위기를 바꾸어줄 수 있는 꼭 필요한 선수, 그가 단순히 그의 외모와 아이돌 지위에서 오는 영향력으로만 섭외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태선, 유선호 등의 롤플레이어들도, 왜 농구가 다섯명 모두의 역할이 필요한 팀스포츠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사실 농구경기 안에서 차은우를 보면 '허슬'에 주목하게 되었지만, 경기 외적으로 보았을 때 차은우의 존재는 이 방송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정도의 완성도 높은 예능이라면 홍보와 입소문이 동반되었을 때, 차은우라는 아이돌 슈퍼스타를 앞세워 이 방송 자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농구팬+아이돌팬이 합쳐진다면 농구 자체에 대한 관심 증가도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 2014년 우리동네 예체능이 인기를 끌었을 때, 마침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필리핀, 이란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며 농구의 인기가 급상승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농구인기가 너무나도 많이 낮아진 것이 현실. KBL에서 올해 SNS와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마케팅에 있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사실 농구계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했다.


이 상황에서 예능인으로서 자리잡은 서장훈과 수많은 팬을 보유한 차은우가 본인의 영향력을 활용해 농구 예능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방송 안의 '농구'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은 이상윤, 줄리엔강, 그리고 문수인. NBA와 프로농구 뿐 아니라 아마추어 농구까지 다 챙겨보는 농구광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대한민국 연예인 중 농구 Top5 안에 드는 세 명이다. (나머지 2명의 선수는 김혁과 오승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선수출신이라는 이유로 섭외가 불발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롤플레이어가 빛날 수 있는 상황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의 유무가 전제조건으로 작용한다. 첫 회, 첫 경기였음에도 게임을 리딩하며 중간중간 공격루트를 팀원들에게 친절하게 지시하는 이상윤, 그리고 트윈타워를 형성하며 공격력과 보드 장악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낸 줄리엔강문수인이 있었기에 휘문중과의 경기에서 20점차 패배로 선방하면서도 농구 경기의 재미까지 확실히 보여주었다고 본다.

차은우(좌)와 이상윤(우)

매니저로 나온 조이 또한 방송 전에는 어떤 기준으로 섭외가 된 것인지 궁금했는데, 본인이 1회 방송 중 얘기하길 중학교때까지 여자농구 엘리트코스에 있었다고 한다. 비단 과거 경력 자체보다 1회 방송에서 조이가 게임 중 보여준 농구에 대한 관심도와 열의, 그리고 매니저로서의 롤 수행은 엄청났다. 장담하는데 조이 같은 매니저가 있다면 팀의 성적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예고편을 보니 Joy로그로 다음주 방송의 포문을 열었는데, Joy를 예능 차원에서도 잘 활용하고, 훌륭한 코칭스태프로도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를 가져본다.


좋은 점들을 길게 서술했으니, 아쉬운 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 중 일부 드라마스러운 요소가 보였는데, 프로그램의 전개와 굉장히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대표적으로 마지막 부분에 갑자기 김승현이 신혼여행을 미루는 장면을 넣은 것이라든지, 만약 핸섬타이거즈의 제작진들이 피드백을 듣는 제작진이라면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고퀄리티 농구예능을 살리는 차원에서 이런 장면은 과감히 제외시키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필자가 사랑하는 농구를 담은 예능이 웰메이드라서 기분이 좋다. 벌써부터 입소문의 행렬에 앞장설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한다. 다음 방송은 1월 17일, 첫 스타트를 잘 끊은 핸섬 타이거즈가 앞으로의 방송 전개에도 이러한 긍정적인 인상을 주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넷플릭스] 6언더그라운드, 종이의 집과 엮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