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Jun 04. 2020

심은우와 유재석, 여러 개의 일상.

욜수기의 짧은 호흡 #9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온앤오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나혼자산다가 더이상 혼자 사는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아 개인적으로 흥미를 잃어갈 때 즈음, 온앤오프는 그 대안이 되어주었다. 연예인들이 일을 하는 ON의 상황과,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OFF의 상황을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 단순히 집에 혼자 있을 때 만을 보여주기보다, 일을 하고 있을 때와 아닐 때를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인 콘텐츠로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유독 인상이 깊었던 것은 배우 심은우 씨의 파트.

드라마든 영화든, 배우는 현재 촬영 중인 건이 없을 때, 타 직업에 비해 더욱이 그 업무의 부재가 체감되는 직업이다. 혹자는 이를 불안정적이라고도 말한다. 특히 스타덤에 오른 배우가 아닌, 성장 중인 배우라면 일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간극은 더욱 크게 다가와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심은우 씨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OFF 일상을 보여주었다.


그녀에게 OFF는 또 다른 ON이었다. 


이 점이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이 없는 시간은 일을 안하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요가강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도 하고, 연습실에 가서 훗날 찾아올 뮤지컬과 드라마의 기회들을 준비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의 역할로 살아간다는 것. 언제 올지 모를 기회들을 위해 준비하고, 새로운 도전과 역할의 형성에 주저하지 않는 것. 아마 이와 같은 마인드셋을 나 자신도 삼고 살아가고 있기에 심은우 씨의 일상이 더욱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심은우 씨의 모습이 단순히 배우의 것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취준생이든,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든, 프리랜서이든, ON의 모습보다 OFF의 모습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는지에 따라 삶은 짧은 시간 내에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분법적으로 일상을 ON과 OFF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씨처럼 끊임없는 ‘부캐’의 연속으로 보는 것은 어떨까.

처음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이 대중 앞에 나타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면 뭐하니>가 무슨 프로그램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나 역시,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했었다. 하지만 몇 개월 간,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라는 한 부지런한 방송인을 ‘부캐에 최적화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유고스타가 되어 대한민국의 숱한 뮤지션들과 함께 드럼 독주회를 하는가 하면, 유산슬이라는 캐릭터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과 함께 대한민국 트로트 열풍을 만들어내며 MBC 신인상까지 수상하기도. 기존에 알고 있던 방송인 유재석, 메인MC 유재석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들을 보며, 유재석이라서 가능한 것이 아닌, 모두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부캐’의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즉, 어느 누구든 부캐는 생길 수 있다는 것.


ON과 ON을 살아가는 심은우 씨. 수많은 부캐들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유재석 씨.

‘바쁘게’라기보다는 이들처럼 ‘다채롭게’ 살아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다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