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Jun 09. 2020

신해철의 행복론

욜수기의 짧은 호흡 #10

어려운 세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주위의 모든 직장인, 취준생, 대학생에게는 2020년 들어 갑자기 찾아온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


브런치에 글도 쓰고, 영상 촬영도 하고, 외주 콘텐츠도 만들고. 

미뤄두었던 공부도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채용 공고를 보며 지원하기도 하며, 단조로운 듯 나름 다채로운 삶을 살고 있다. 현 시점에서 걱정, 고민의 초점이 향한 곳은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이를 테면 지원한 곳에 대한 결과가 좋게 나올까, 공부하고 있는 분야의 실력이 오르고 있는 걸까 하는 것들.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은 ‘방향과 동력’에 대한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일까, 앞으로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살아가야 할까, 그리고 나에게 충분한 동력이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것들 말이다.


필요한 건 때가 되면 찾아온다고 늘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갑자기 머릿속에 스친 이름, 신해철. 

그간 신해철 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받아왔다. 인사이트라고 불러도 되나 싶기도 하다.

삶의 철학을 배우고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들어온 느낌이었으니, 인사이트보다 더 높은 차원의 깨달음을 선물받은 존재가 신해철 님이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쯤이었나 신해철 님의 노래와 함께 그의 강연과 '고스트 스테이션’ 팟캐스트에서 신해철 님이 인생 선배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참 좋아했다. 평소 생각하던 인생관과 비슷하여 신해철 님의 논리정연한 강연이 유독 공감이 되었던 건지, 아니면 애초에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신해철 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신해철 님의 많은 이야기들로부터 영감을 받고 지금까지 열심히 기억해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중, 오늘은 신해철 님의 행복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한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데, 나는 이를 ‘신해철의 행복론’, ‘신해철의 인생론’, ‘신해철의 보너스게임론’ 등으로 바꿔 불러가며 기억하고 있다.


1. 예전에 신해철 님이 2014년 7월 21일 방영된 JTBC <비정상회담>에 나와 방송 말미, 

한국 청년들에게 한 마디를 남겨달라는 MC들의 요청에 신해철 님이 한 말이다. 

비정상회담 20140721 방영분. 방송 캡쳐
흔히 꿈을 이루면 모든게 다인 것처럼 생각이 되지만,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도 있는 것 같고, 그 꿈이 꼭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네가 무슨 꿈을 이루는 지에 대해서 신은 관심은 두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니 오늘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당장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2. 희대의 실험적인 앨범 6집 [Part 1. Reboot Myself] 발매 쇼케이스에서 신해철 님은 말했다.


"우리 인간은 종으로서는 우주의 임무를 갖고 있는지 몰라도, 우리 개인은 목적은 하나밖에 없어요. 

왜 인간은 태어날 때 소명을 갖고 태어난다잖아. 자기가 세상에 쓰일 쓰임새 이런거. 거기에 부응해서 자기의 무언가를 이끌어내야 하잖아. 그런거 없어. 태어난 게 목적이야. 목적을 다 했어.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시간은 뭐냐. 

신이 우리를 예뻐해서 우리에게 윙크를 하면서 보내준 보너스 게임이야.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애써 태어나서 살고 있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됐든, 안 됐든, 빠개지든, '내일 나는 행복해질 거야', '내일 나는 더 나은 모습이 될 거야'가 아니라 오늘로도 충분한거야 다." 


3. 신해철 님의 마지막 강연으로 기억되고 있는 마이크임팩트의 <더 메디치> 강연 페스티벌에 나와서는 

앞서 언급한 그 보너스게임에 대해 다시 한 번 말했다.

출처 : 마이크임팩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보너스 게임이라고 할 때, 

이 게임이 과연 사과를 따먹는 게임이냐, 버찌를 따먹는 게임이냐, 아니면 연속으로 사람을 넘어뜨리는 게임이냐 라고 할 때, 이 게임은 각 우리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한 게임입니다. 

우리 인생의 목적은 태어나기 위한 것이었고, 여러분은 그것을 다했기 때문에
나머지 보너스 게임동안 신께서는 여러분이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행복하세요.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다.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신해철 님은 행복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했다.


결국은 스스로 행복한지에 대해 늘 생각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기억해야할 ‘방향성’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행복을 추구한다는 그 자체를 다시 떠올린 것만으로, 나에게는 다시 한번 오늘을 즐겁게 살아가고, 즐거운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오늘도 다시 한 번 신해철 님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은우와 유재석, 여러 개의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