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MUCH SE2 EP.14 대중교통

대중교통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by 욜수기 yollsugi

서울에 살다보면 대중교통만 타고 다녀도, 자가용이 없이도

아무 무리 없이 모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느끼곤 합니다.

서울 내에 버스와 지하철이 안 지나다니는 곳은 이제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것이 모두에게 감사한 존재로 다가오느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닐 겁니다. 대중교통만 타고 다니다 보니, 자차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에 훨씬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그런 비교를 떠나 대중교통에 심한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도 다분히 많을 것입니다.

지하철.jpeg

이번주 하우머치에서는 대중교통이 각자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로 다가오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하우머치 시즌2의 14번째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청춘

30만원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한달에 얼마 정도를 쓰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앞으로도 차를 끌고 다니지는 못 할 거라는 거. 단 한번도 운전면허증을 따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그 광활한 도로에 차와 함께 혼자만 남는 게 너무 무섭고 사고를 낼까봐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주차는 커녕 고속도로를 달리지도 못 할 것이기에 아예 시도도 안 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은 대중교통과 늘 함께 할 것 같다. 대략 계산해 보았을 때 30만원 정도가 평균적인 비용이지 않을까 싶어 30만원을 가치로 정했다.



@메트로 스테이션

0원!!!!


자가용이 없는 경기도민이라면 대중교통에 대한 아주 깊은 애증의 감정이 없을 수 없다. 삶의 질을 극도로 떨어뜨리는데 그렇다고 타지 않을 순 없기 때문이다. 시의 경계와 맞닿아 있는 아주 가까운 행정구역이 아니라면, 서울은 이동에 최소 한 시간은 배정해야 하는 중장거리 여행지가 된다.


서울에 거주하는 지인들은 대중교통에 의존해야 하는 경기도민이 얼마나 혐오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동대문구 소재의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는, 자가용을 이용하면 30분만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를 돌고 돌아 등하교에 평균 편도 1시간 30분을 투자해야 한다. 시간만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것 뿐이었다면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나름대로 여가를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중교통의 핵심은 환승이다. 현관문을 나와 도보로 5분을 이동하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버스를 타고 약 10분 이동하면, 시와 시 경계에 있는 첫 번째 환승지가 나온다.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약 25분을 이동한다. 지하철에 탑승한 후 20분을 이동해 다른 호선으로 환승한다. 10분 뒤 다시 환승한다. 기본적으로 4번의 지옥 같은 환승을 거쳐야 한다. 이에 더해 중간중간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이벤트는 이 고행의 묘미다. 요일을 착각해 배차 시간을 잘못 계산하거나, 갑자기 어제 먹은 야식이 장을 두드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실시간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지각을 면하기 위해 계속 경로를 수정해야 한다. 이제 좀 감이 잡히는가? 하루 정도의 공강일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최소 4번은 이 미친 코스를 왕복해야 한다. 슬픈 사실은 이런 고행의 길이 나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고, 심지어 내 코스가 제일 힘든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흑석동 소재의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내 동네 친구는 등하교에 최소 편도 2시간을 배정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아주 말끔한 정신상태일 때를 상정하고 작성한 것이다. 정말 최악은 따로 있다. 학교 근처에서 술자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오늘은 마땅히 잘 곳이 없기에, 무조건 귀가해야 한다. 적당히 음주를 즐기다 때가 되면 아쉬운 마음을 안고 급히 막차에 오른다. 이제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어 위의 경로를 역행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조금 취한 상태를 느끼고, 자칫 환승지를 놓치면 귀가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자각하면서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환승을 준비한다. 빈자리가 나도 앉을 수 없다. 잠들면 바로 노숙이다. 어찌저찌 집 근처, 이 여정의 마지막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땅을 밟자마자 피로감과 취기가 단숨에 몰려온다. 도보로 5분을 이동해 우리 집의 현관문을 열면, 출발할 때와는 달리 만취한 자신을 볼 수 있다. 아침이 되었다. 숙취가 있는가? 미안하지만 환승을 4번 해야 하는 젊은이에게 해장할 시간은 없다.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술냄새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 하겠지만 잠시라도 눈을 감을 수 없다. 잠깐 졸다가 환승지를 놓치게 된다면 오늘은 차라리 자체 공강을 해야했다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고단하다.



@내차는BWM

200만원


1년: 한달에 2500원 * 6일 * 4주 = 6만원 * 12개월 = 72만원 + extra = 100만원

10년: 1000만원

15년: 1500만원


나는 고등학교를 지방에서 다녔고, 서울엔 대학때부터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대중교통이 항상 중요했다. Bus, Walk, Metro = BMW 라는 말이 나에겐 딱이다. 20살때부터 그랬으니, 이미 거의 1000만원에 도달하고 있는 셈이다. 자매는 차를 끌고 다니고 주변 친구들 중에도 차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차 구매에 대해 생각을 안해본건 아니지만, 서울에 살다보니 대중교통이 너무 잘 되어 있었고, 연애할때에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았던 것 같다. 차가 있으면 있는대로 여러곳을 잘 다녔고, 차가 없으면 없는대로 또 여러곳을 잘 다녔다. 친구들에게 차량 유지비나 사고로 인한 보험 얘기 등을 들었던 터라 향후 3년간, 아마 차를 살일은 없을 것 같다. 차라리 그 돈으로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사겠다 ^0^


그래서 결론은 내게 대중교통의 가치는 매우 높다. 고향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는 비용, 여행가는 비용 등을 extra로 쳐서 1년에 100만원이 나왔지만, 사실 대중교통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장도 대중교통을 이용중) 1년에 200만원 정도 쯤으로 해두자!!



@붕붕이

10만원


이번 주제가 가장 막막하고 어려웠던 것 같다.ㅠㅠ 면허가 있지만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데, 요즘들어 더더욱 자차의 필요성을 느끼는 중이라 더욱 어렵다고 느껴졌다. 서울시내는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서울만 벗어나면 확연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나의 가치 10만원은 한달 평균 대중교통비이다. 하루빨리 차를 사고 싶다!!



@빵진

회당 10000원


최근 "K-국뽕"밈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K를 부여 받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의 대중교통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나라를 가봐도 한국만큼 싼 가격에 정확한 시간에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단순히 싼 가격과 정시성을 넘어서, 공공영역을 넘어서 민간영역 등에서 티맵, 네이버지도, 카카오지도와 같이 대중교통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중교통 시스템의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신규 모빌리티 사업이 제대로 맥을 못추는 이유 역시 정부의 빽빽한 규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대중들이 '이동'자체에 불편을 느껴 이를 해소해줄 서비스를 위해 법을 바꿔야 할 필요자체를 못느끼고 있는 것이다.

빨간 경기 광역버스를 이용해서 환승까지해서 서울의 목적지에 간다고했을 때 민간, 공적 대중교통관련 시스템을 모두 이용하게 되므로 실제 지불하는 액의 3~4배인 만원으로 책정였다.



@오라이

25000원


차가 없다. 이동 수단은 대중교통 뿐이니 가치는 100 중 100이다.

그래서 조오금 질문을 바꿔서, 대중교통 이동시간의 가치를 매겨보려고 한다. 나는 전에는 학교를 멀리 다녀본 적이 없어서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도 얼마 안되곤 했었는데, 한 일년 전부터는 회사와 학교를 다니면서 거의 매일 한시간 반 정도를 이동시간에 투자하고 있다. 처음에는 유튜브를 유람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했는데,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었지만.. 뭔가 괜히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는 밀린 일을 하는 시간으로 쓰기로 했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시간을 많이 집중해서 들이긴 힘든 일들.

예를 들면, 하우머치 쓰기, 가계부 정리하기, 주변인 생일챙기기&연락하기, 뉴스레터 읽기, 학교 홈페이지 확인하기 등등 이렇게 따지면 할 게 너무 많다! 이렇게 다 하고 나면 꽤 알차게 시간을 썼다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그리고 이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 또 다른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일도 꽤 많아서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중교통 이동시간의 가치는 지하철 왕복 요금 2500원의 한 10배 정도? 25000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지하철에서

1번 탈 때마다 3800원


가끔씩 모든 타이밍이 탁탁 맞아 떨어지는 행운이 찾아오곤 한다.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와서, 문이 닫히기 전에 가까스로 탑승할 때.

빠른 환승구에서 내려, 예상 시간표보다 먼저 오는 열차로 환승할 때.


가끔은 3분 동안 한강 뷰도 만끽할 수 있다.

지상 밖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한강의 모습.

낮에는 햇빛에 반사된 강물이 눈부시고, 밤에는 한강을 둘러싼 불빛들이 눈부시다.


창밖을 볼 때는 서서 보는 게 좋지만, 그것도 잠시다.

내 자리는 주로 맨 끝자리에 앉은 사람 앞.

기둥에 기댈 수 있는 맨 끝자리는 왠지 이 칸의 가장 특별한 자리 같다.

다리의 피로가 이제야 막 풀리는 것 같을 때, 목적지에 도착한다.


모두의 것이지만 나만의 것 같기도 하고,

바쁜 와중에 여유로운 것 같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개운한 것 같기도 하고.


지하철의 효율적인 시간 이용이라는 실리적 이점들과 가끔씩 찾아오는 행운과 낭만, 특별한 기분이 좋다.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1250원이 쌓이고 쌓여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가치만 놓고 보면 적어도 택시만큼은 받아야하지 않을까.



@버스가최고

60만원


나는 세계를 다 다녀보지 못 했지만 대중교통이 보편화 된 나라들 중에서 우리나라가 굉장히 상위권인 것을 뉴스로 접해 알고있다. 사실 많이 돌아다닌만큼 나오는 교통비기에 어떻게 산정할까 고민하다 한 달 10만원, 6개월 60만원을 잡아봤다. 왜냐하면 나는 한 달에 10만원 안팎으로 쓰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는 여러 사건을 겪었기에 지하철은 애용하지 않지만, 버스는 너무 쾌적하고 좋다. 물론 바쁜 시간에 지하철은 딱딱 맞춰 일정 계산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냥 좋다. 대한민국 대중교통 최고!!! 그리고, 그에 걸맞는 대중교통 매너들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



@hstone

5만원


참 애증이다.

요즘 같이 찌는 더위에 대중교통 타고 다니면 언제까지 뚜벅이로 살아야하나 싶다가도 학생때부터 지금까지 스윽 돌아보면 지하철과 버스를 참 많이도 타고 다녔음에 괜히 민망해진다.


서울 한가운데 사는 나는 늘 차가 필요없었다. 약속장소가 어디든 가야할 곳이 어디든 1시간 안으로 움직일 수 있어 준비시간이 여유로웠다. 그도 가능하게 했던것도 대중교통이 무거운 나를 빠르게 날라줬기 때문이지 않을까.


중학생 때 어린이 요금을 내고 걸려 3만원을 내기도하고, 고등학교 때는 좋아하는 친구를 하염없이 기다렸으며, 성인이 되서는 출근시간 긴 계단을 발밑만 보며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며 인생을 돌아보기도 했다.

짜증 나지만 뗄레야 뗄 수 없는 대중교통. 딱 5만원이면 애증의 관계의 표현으로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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