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MUCH SE2 EP.15 날씨

내가 원하는 날씨를 살 수 있다면

by 욜수기 yollsugi

오늘의 하우머치는 소설일지 수필일지 모르는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풀어가보려 합니다.

하우머치 시즌2 열다섯번째 에피소드, 그 주제는 바로 날씨입니다.


딱 하루, 내가 원하는 날, 원하는 날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라는 주제로 기분 좋아지는 상상을 한 번 해볼까 했습니다.

요즘 들어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들이 너무 많잖아요?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날씨부터 건드려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우머치 멤버들에게 6월 단 하루, 내가 원하는 날에 원하는 날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가 좋을지 물어보았습니다.


하우머치의 날씨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스톡홀름

7만원


2017년 06월의 일기

스웨덴의 6월은 햇볕이 덜 사납고, 바람이 친절했다. 비도 오지 않았다. 단점은 빼고, 장점만 극대화시킨 여름의 날씨였다. 맑음과 시원함이 공존했다. 그리고 늦은 밤까지도 어둠이 사라지지 않았다. 여름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시기의 날씨를 보상해주려는 듯, 시간을 꽉꽉 채워서 왔다. 완벽한 날씨에 메말라 있던 마음에 소나기가 멈추지 않고 내렸다. 험한 겨울과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봄의 기억도 함께 쓸려 내려갔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친구들과 함께 놀이동산을 갔던 화창한 6월의 어느날이 선명하다. 청바지 위에 반팔 그리고 얇은 셔츠. 더우면 바지에 둘렀고, 살짝 바람이 불면 걸쳐 입었다. 구름이 거의 없는 화창한 날씨와 누가 글리터를 홀라당 흘리고 간 것 같은 강물. 놀이기구를 타기 위한 기다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리저리 놀이동산을 휘젓고 다녀도 땀이 나지 않았다. 물론, 한참 동안 기다릴 일도 없었고, 그렇게 넓지도 않았지만. 곳곳을 둘러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신기한 모습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함께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누구나 동심에 취해도 이상하지 않은 넉넉한 사회적 분위기에, 활동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자비로운 날씨까지 함께 더해져서인 것 같았다. 구름과 구름 사이의 간격만큼, 넉넉하고 여유로운 날씨였다.

놀이동산 입장권, 자유이용권을 따로 팔았고, 다 더해서 7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할인도 없었다. 그래서 완벽한 이 날씨의 입장권도 동일한 가격이다. 날씨에도 흥정은 없을테니!



@Hi,June?

50만원


나의 날씨 세팅은 온도 24도, 미세먼지 좋음, 잔잔한 바람. 6월 30일의 날씨가 그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2020년도 상반기가 끝나는 날이니까. 코로나 때문에 스킵당한 느낌이지만 (사실 맞지만) 하반기 7월이 시작되기 전, 상반기를 마무리할 때 날씨도 적당하고 퇴근길에 멋진 하늘, 노을을 보고 다같이 힐링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2020년도 상반기였다 생각이 들만큼.



@바나나우유

0원


6월의 하루, 눈이 내리면 어떨까?
6월이라면 날씨가 찌는 듯 더워도, 장마처럼 시원하게 비가 와도, 늦봄처럼 맑고 따뜻해도, 초가을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도 이상할 것 없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는 눈이 오면 좋겠다.
함박눈이 펑펑 내려서 전례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그런 6월의 하루가 되면 좋겠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그때 내가 하우머치에 썼더니 눈이 오더라 하고 추억할 수 있으면 또 웃기겠지.
요즘엔 환경의 변화에 민감해졌다.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이 진짜로 지구가 인간에게 경고를 하는 건가 싶기도하고,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여름은 또 지독하게 더울 거라는데.. 환경에 관해서 학교에서 주워 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자꾸 관심이 간다. 아니 잠깐 그러면, 6월에 눈이 오면 정말 이상한 거긴 한데,, 그냥,, 하루 기적같이 오면 좋겠다. 반팔입고 눈 맞아보는 거 해봐야지! 그리고 밤에 조금 쌓였다가 다음날 아침에 비온 다음날 아침처럼 반짝하고 다 녹는거지.
꿈 일거다. 매일 밤마다 꾸는 개꿈. 0원.



@개츠비


6월 셋째주 주말) 습하지 않고, 쨍-하게 덥고 맑은 날, 저녁에는 봄바람같은 살랑살랑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날씨

여름이 다가온 듯하지만, 여름 휴가를 가기는 조금 이른 6월 중순을 조금 넘긴 어느날에 내 생일이 있다. 평소보다는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은 나의 생일을 축하하는 주말에, 날씨까지 좋으면 정말 완벽한 하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올해 내 생일을 기념하는 이번 주말은 마침 맑은 날씨라고 하니 이번만큼은 기상청을 믿어보기로했다! 낮에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창이 크고 에어컨이 시원한 어느 카페에서 시원한 맥주나 탄산감있는 칵테일 (aka 낮.술) 한잔하고 저녁에는 한강에서 바람을 느끼며 산책을 하는 평화로운 생일을 보낼 계획이다.

매년 생일을 같은 방식으로 보내지는 않겠지만, 너무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기분좋은 햇살과 함께하는 날에는 무얼해도 기분 좋을것같다.



@빵진


1학기 기말 시험 기간 같은 날씨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학생들에게 중간/기말 1년에 4번 있는 시험 기간만큼 날씨가 좋을 때가 없는 것 같다. 특히나 1학기는 중간고사는 벚꽃시즌과 정확히 겹치고, 기말고사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야외활동을 하기 딱 좋다. 하지만 매번 1학기(봄학기)가 끝나면 날씨는 습하고 무더워지고, 심하면 태풍과 장마가 도래한다. 올해야 코로나로 인해 야외활동이 자제되고 학교들도 종강이 늦어져 평년보다 조금 더운감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날씨는 맑고 좋다. 특히 저녁 먹고 7시쯤 소화시킬 겸 산책하다보면 기온도 선선해지고 슬슬 해가 질 때가 되어 걷기 가장 좋은 날씨가 된다. 1년 내내 이럴 순 없겠지만, 요즘은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기 상태이다.
초등학교 때야 '4계절이 뚜렷한 기후'가 매우 특색있고 아름다운 것처럼 비춰졌지만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상황에서 '헬반도 기후'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개인이 원하는 날씨도 내가 처한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닐까.



@>_<

30만원


24일은 내 생일이다ㅎㅎㅎ 그래서 하루를 정할때 주저 없이 바로 생일날로 고를 수 있었다. 워낙 비가 많이 오는 시기라 생일날의 기억 속 반 정도는 비가 왔던 것 같다ㅠㅠ 내가 날씨를 정할 수 있다면 무조건 화창하고 맑고 구름 하나없는 그런 깨끗한 날씨로 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의 가치는 나를 위한 선물로 쓸 수 있는 정도인 30만원으로 했다!



@청춘

5만원


사실 요즈음에는 날씨가 좋아도 마음껏 뛰어놀 수 없어서 가격 설정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다. 만약 코로나로 모두가 삶에 제한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맑은 하늘과 내리쬐는 햇빛 그리고 뭉게구름을 위해 더 큰 가격을 마음에 담았을 것이다. 아주 멀리가 아니더라도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고 친구들과 떠드는 시간을 위해서. 하지만 어차피 이곳저곳 다닐 수 없기에 근래 들어 날씨에 큰 중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이 바쁜 시기인데 6월에 비만 좀 안 왔으면 싶어서 5만원으로 값을 설정했다. 출퇴근길 조금이라도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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