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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Sep 04. 2020

회사에 잔디를 도입하고 싶다면

스타트업 잔디 도입기... 아니..제안기....앗 .... 아니 설득기

글 시작 전, 참고로 전 잔디 직원이 아님을 밝힙니다.

잔디 기업과는 그 어떤 관계도 없고, 그저 잔디 툴을 참 좋아하는 주니어 스타트업 종사자임을 밝힙니다.


스타트업에 들어가기 전, 한 가지 갖고 있던 스테레오타입이 있었다.

스타트업들은 굉장히 트렌디하게 변화를 추구하며, 이미 선진화된 업무 툴들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마냥 아무 근거 없이 갖고 있던 선입견은 아니었다.

이전에 지원하고 싶었던 여러 스타트업들의 채용 공고만 보아도, 노션 페이지로 딱 구성해서 제공하곤 했었으니까. 대표적으로 클래스101이 그렇다.

노션이라는 툴의 가장 큰 강점이자 특징은 하위 페이지 구성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툴이라면 여기저기 링크를 달고, pdf를 첨부하고, 기타 등등 한 페이지에 모든 내용을 담는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겠지만 노션은 다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노션 애호가로써, 이 이야기는 나중에 제대로 하도록 하고, 아무튼 클래스101 또한 노션 한 페이지에 기업의 역사, 복지 혜택과 근무 환경, 기업의 목표와 비전 등을 정리해두었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채용 중인 직무 현황이 나오고, Toggle List로 각각의 직무에 대한 상세 설명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한 페이지에 모든 것이 너무도 well-organized 된 이 채용 공고+기업 소개 페이지를 보며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가져왔던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처음 스타트업에 입사했었을 때, 실망 아닌 실망을 했던 점은 바로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이었다.

구글 드라이브, Gmail 등을 활용한 G Suite와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었다.

G Suite, 물론 모두가 사용하는 아주 대중적이면서 효과적인 툴이다. 구글 드라이브, Gmail은 대외 커뮤니케이션 시 필수적인 툴이다. 사내 이메일 시스템을 세팅하고, 조직도 상 필요한 경영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G Suite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많다. 오케이 그러면 G Suite는 일단 패스.

사내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톡과 지메일로 진행된다? 여기가 바로 실망 포인트였다.

카카오톡과 지메일을 통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각각 치명적인 결함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톡 : 프로젝트 하나가 생겨날 때마다 단톡방이 늘어난다. 사소한 일거리가 생길 때 협업하는 구성원과 또 단톡이 생긴다. 코로나 시즌에 교차근무를 시행했는데 교차근무 같이 하는 구성원끼리 점심 식사팟 구한다고 단톡이 생긴다. 그렇게 단톡이 생겨만 간다. 전체 단톡에서 대표님이 한 말씀하시면 모두가 읽었다는 의미의 "네 감사합니다"를 입력하고, 
지메일 : 대외 미팅 잡힌 것과 관련해 보고를 드려야 한다. 솔직히 메일로 보고를 하지 않으면 과연 보고 자체가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보고드릴 상사는 내 바로 앞, 앞 자리에 앉아있는 상사. 약 5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메일로 보고를 한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모두가 그렇게 해왔으니까. 메일에 필요한 격식을 갖추고, CC도 걸고, 첫인사, 끝인사, 촥촥촥. 수고했다는 답장이 온다. 그러면 다시 답장을 보낸다. 마찬가지로 격식을 다 갖추고 촥촥촥.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협업 툴의 필요성을 느꼈다. 노션이나 트렐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커뮤니케이션 툴은 무조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것일 뿐, 변화에 둔감한 스타트업은 아니었기에, 그리고 주니어들의 의견이 적극 개진, 반영된다는 엄청난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낀 즉시 잔디 서비스 도입 플랜에 들어갔다.


슬랙이냐 잔디냐

정확히 말하면 협업/커뮤니케이션 툴의 도입을 제안하였고, 슬랙이냐 잔디냐를 놓고 고민하게 되었다. 

벌써 제목부터 눈치챘겠지만, 나는 잔디파였다. 물론 나는 슬랙도 열심히 써본 적이 있고, 슬랙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슬랙 책도 구매했던 사람이다. 


슬랙은 정말 강력한 툴이다. 

정말 웬만한 모든 툴들은 슬랙으로 모두 연동이 가능하고, 커뮤니케이션/협업 툴 계의 전세계 1인자 답게 업데이트 속도도 빠르다. 

쉴새없이 API를 이용한 활용법이 전세계적으로 나오고, 현재까지 툴 자체의 기능성만으로 가장 강력한 툴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슬랙의 가장 큰 단점이 있으니,

바로 한국어 지원이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노션도 한국어판을 출시했고, 슬랙도 출시된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돌고 있지만, 아직은 영어 뿐이다.

아무리 강력한 툴이라도, 한국 사람들이 결국 잘 쓸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겠나!



그 완벽한 대안이 바로 잔디라고 생각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고, 최소 한국 기업과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는 슬랙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 서비스와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정서에 맞는 UI와 이모티콘은 덤이다.


그래서 어떻게 설득할까요?

자, 슬랙이 좋은지, 잔디가 좋은지, 무엇이 좋은지는 이 서비스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협업툴이 괜히 많이 쓰일까!

문제는 설득에 있었다. 한번도 협업/커뮤니케이션 툴을 써보지 않고 카톡으로 모든 업무 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업무능력자들. 업무 능력과 내공은 상당한데 그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와 기술 활용 능력)의 작은 향상만 필요했던 스타트업인들에게 잔디를 왜 써야만 하는지 설명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찾던 중에 잔디의 아주 좋은 서비스를 발견했다.

미팅을 잡으면 잔디의 세일즈매니저가 직접 와서 서비스 소개와 QnA 세션을 진행해준다.

좋아, 나보다 잔디 전문가를 불러서 직접 설득을 시켜보자!


그렇게 미팅 세션을 잡았다. 하지만 세션에 같이 참석한 팀장님의 첫 질문에 바로 이 문제는 누가 어필하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의 첫 질문은 "근데 카톡과 Gmail을 우리가 쓰고 있는데, 그걸 다 합친 툴을 써야되는 이유가 뭐죠?"였다. 오.. 근본적인 문제부터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곧바로 드는 순간이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문제 인식의 필요성'이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노션 링크를 통해 문제점과 보완책을 정리 후 전사에 공유했다.

협업/커뮤니케이션 툴을 회사에 도입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간단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성을 없애는 것이다.

한 번의 용건 전달에도 이메일로 격식을 다 갖춰 오가는 것, 무수히 많은 카톡방들이 생기는 것. 이 두 가지만 해결되어도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업무 효율성은 자연히 올라간다.

툴을 써본 사람은 이 점을 알고 있고, 써보지 못한 사람은 실감하지 못한다. 간단한 문제였다.

때문에 문제점을 나열하고, 보완책을 명확히 정리하여 제시한 방법은 확실히 통했다.

이후 잔디 툴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급물살을 탔고, 도입 뿐 아니라 전 직원이 잔디 툴 사용 교육 세미나까지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다.


이번 도입 과정에서 간과하고 있었던 점이라면, 툴 자체의 필요성에 앞서 어떤 툴을 이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는 점이다. 단순히 내가 써봤다고, 내가 얼마나 편한지 안다고 해서 그 앞 단계, 가장 첫 단계의 논의를 스킵했었다. "써보면 알아요" 식의 설득은 무의미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이 문제를 나도 알고 있어요. 근데 이거 쓰면 조금은 나을거에요"라는 방법이 통했다는 것. 앞으로 내가 상대해나갈 대상이 누구든지간에 다시 한번 본질의 중요성을 일깨운 경험이었다.


간단한 결론

협업툴에 무지한 회사에 잔디를, 아니 어떤 협업 툴이든 도입하고 싶다면

근본적으로 느껴지는 문제를 정면에서 바라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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