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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Feb 28. 2020

리듬과 메시지. 농구는 힙합이다.

Ball & Hiphop 시리즈, 그 마지막

Intro

볼&힙합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볼&힙합으로 시작했던 시리즈가 세 편의 글을 통해 볼=힙합이라는 생각으로 발전해가는 느낌입니다.

최근 들어 전세계의 농구 스킬트레이닝에서 빠르게 번져가는 트레이닝 방식이 있다. 바로 음악을 틀어놓고 음악 리듬에 맞춰 드리블 훈련을 하는 Rhythm Basketball Training. 농구를 처음 하는 초보자들이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 방식이 드리블을 익히는 데에 효과적임이 증명되었고, 많은 트레이닝 센터에서 시행되는 중이다.


위 영상의 어린이들은 Owl City의 Fireflies에 맞추어 공을 만져보고 튀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공을 처음 다루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이기에 리듬 변주가 다양하지 않은 Owl City의 팝 음악으로 연습을 하는 듯 해보인다.
이 드리블 연습을 초보자 레벨에서만 시행하느냐 하면 답은 '아니다'이다. 그리고 주로 팝 음악이 사용되냐 하면 그 대답은 역시 '아니다'이다.


오히려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Owl City의 음악 대신 Lil Uzi Vert, J.Balvin, NLE Choppa 등의 음악이 사용되며 고차원적인 트레이닝이 이루어진다. 실제로 이 트레이닝 방식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도 드리블, 볼 핸들링의 귀재인 브루클린 넷츠 소속 카이리 어빙Kyrie Irving이 본인의 스킬 트레이닝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영상에서였다. 카이리 어빙은 NBA의 현역 선수 중 가장 볼 핸들링이 좋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드리블 연습을 할 때 힙합 음악을 들으며 그 리듬에 맞추어 드리블 리듬을 개발하고 숙련시킨다는 것이 그 인터뷰의 요지였다.


또 한 명의 볼 핸들링 장인, 휴스턴 로켓츠 소속의 제임스 하든James Harden도 마찬가지. 하든은 비시즌마다 자신만의 무기를 개발해내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확연히 많은 시간을 '드리블 개발'에 투자한다. NBA 선수들 중에는 수비에 특화된 선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선수들이 서로 몇 경기를 치루고 나면 그 선수의 드리블 방식, 리듬을 모두 파악하고 그에 대비한 수비를 꺼내든다. 따라서 압도적인 공격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새로운 드리블 루틴, 새로운 리듬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제임스 하든의 지론이다. 이런 제임스 하든이 트레이닝 중 가장 많이 듣는 장르 역시 힙합이다. 제임스 하든은 특히나 BPM과 힙합 내 세부 장르를 다양하게 들으며 그에 맞추어 드리블 루틴을 개발한다고.

앞선 두 글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농구, 특히 NBA는 힙합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다. 첫번째 글에서는 이를 선수들의 경기 전 마인드세팅과 연결지어 알아보았고, 두번째 글에서는 선수들이 인사이트를 얻는 방식과 연결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구와 힙합의 공통분모인 '리듬'과 '메시지'에 초점을 두고 둘 사이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알아보려는 것.

비단 문화적 요소만으로 NBA와 힙합이 연결되어 있었다면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힙합문화가 농구 속에 깊이 자리잡은 것 뿐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 농구가 힙합 씬 내에 차지하는 영역도 점차 넓어져가는 중이다.
심지어는 데미안 릴라드Damian Lillard, 론조 볼Lonzo Ball 등은 믹스테잎과 싱글 앨범까지 냈을 정도. 이벤트성 앨범이 아니라 진지하게 프로듀싱 과정을 거쳐 나온 진정성 있는 음반들이다. 그리고 실제로 Drake, Diplo, Nipsey Hussle, Offset 등 수많은 힙합 슈퍼스타들이 그들의 실력에 대해 리스펙트를 표했다. 이러한 움직임 또한 릴라드나 론조볼의 개인적 역량에만 주목하기 보다, 그들이 어렸을 적부터 농구와 힙합을 함께 엮어 생활 속에 녹여내면서 자연히 발달된 리듬 감각, 즉 환경문화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농구에 있어 박자감각, 즉 리듬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리드미컬한 드리블을 할 수 없다면 결코 수비수를 쉽게 제칠 수 없다. 그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통한 리듬 드리블 트레이닝을 하고 숙달된 선수들은 보다 잘게 쪼개지는 트랩 비트에 맞춰 드리블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리듬 감각 자체도 성장해오면서 그들의 향유해오던 흑인 문화를 바탕으로 힙합 음악에 대한 이해나 랩 실력에도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볼과 힙합을 완전히 이어줄 마지막 조각, 메시지가 남았다. 메시지를 통해 비로소 농구와 힙합은 하나의 문화로 합쳐졌다. 어느 한 쪽이 한 쪽에 예속되지 않고, 공통분모를 공유하며 하나의 문화적 덩어리로 묶일 수 있게 되었다. 그 '메시지'를 던진 선구자 두 사람이 있으니 앨런아이버슨과 드레이크이다.

앨런 아이버슨 이전에는 힙합과 농구가 직접적으로 엮이지는 않았다. 공유한다는 느낌 자체가 적었다. 하지만 아이버슨이 배기 바지에 타투, 체인, 콘로우의 패션으로 등장하여 몸소 리그의 슈퍼스타가 되었다. 리그를 선도하는 선수가 힙합 문화를 제대로 끌고 들어왔기 때문에, 아이버슨 이후 선수들이 힙합 문화를 리그에 완전히 접목하면서 리그가 내비치는 이미지 자체가 달라졌다. 그리고 드레이크는 아이버슨 이후 NBA와 힙합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던 중, 이를 사업적으로 연계하고, 이것이 농구에서 힙합으로의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적인 문화 공유임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인플루엔서. 지금은 거의 토론토 랩터스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불리는 중이다. 적극적으로 NBA에 뛰어든 그가 있었기에 다른 힙합 아티스트들 또한 NBA 선수들을 그들의 가사에 레퍼런스로 사용하거나 선수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훨씬 개방적인 자세로 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앨런 아이버슨과 드레이크는 미국의 소위 Urban Youth 세대가 두 가지 문화를 모두 향유할 수 있게, "당사자들도 이 문화의 연대를 반긴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한 중추적인 인물들이었다.


힙합의 4대 요소가 있다. MC, DJ, B-BOY, 그리고 그래피티. Jay-Z가 이끄는 브루클린, NBA 스타들과 힙합 스타들의 상호존중(mutual respect)과 교류. 토론토 랩터스의 일선에서 앰배서더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드레이크. 트래비스 스캇의 무대에 함께하는 르브론 제임스. 믹스테잎에 이어 싱글 앨범까지 꾸준히 발매중인 랩네임Dame Dollar의 릴라드
힙합의 5번째 요소로 과연 Ball (농구)가 포함될 수 있을까. 볼&힙합은 비로소 볼=힙합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Y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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