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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Jan 27. 2021

Mamba Mentality가
궁금한 이들에게

For Kobe_ 코비의 1주기를 맞아 쓰는 긴 글

[욜수기의 짧은 호흡]에 썼지만 글이 짧지가 않습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1년 전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에 수많은 톡이 와 있는 것을 보았고,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뉴스를 켜자마자 보았다. 코비의 사망 소식.

작년 1월 27일 (현지 기준 1월 26일) 이후로 나는 족히 2주는 멈춰 있었다. 쉽게 가시지 않는 슬픔이었다. 계속 생각했다. 현역 때 저 선수는 르브론의 라이벌이었다. 코비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르브론을 싫어했고, 그들과 나는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 코비를 비판하기 바빴다. 하지만 르브론이 레이커스로 오고 나서, 새삼 코비라는 사람이 레이커스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를 실감하면서부터 코비는 ‘대단한 선수’를 넘어 나에게 ‘존경하는 선수’가 되어 있었다. 코비의 은퇴 경기를 보았을 때는 그의 플레이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울컥했었고, 은퇴경기에서조차 4쿼터에 20점을 몰아넣으며 60득점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그의 모습은,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비는 은퇴 후 한번씩 레이커스 경기에 딸과 함께 방문해 르브론과 인사를 하곤 했다. 알고 있었다. 팬들끼리는 으르렁거리면서 싸웠지만, 코비와 르브론은 그 누구보다 끈끈한 형제애를 커리어 내내 다져오고 있었다. 르브론은 코비를 의식하면서도 그에게 의지했고, 코비는 르브론을 항상 라이벌로 생각하며 매번 멋진 경기를 만들어냈다. 

코비에게는 별명이 있다. Black Mamba. 가장 위험한 뱀 중 하나로 꼽히는데, 코비는 블랙맘바와 같은 스피드와 정확도를 농구에서 보여주겠다며 2007년 인터뷰에서 직접 블랙맘바라고 본인을 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항상 함께한 단어가 있다. 바로 Mamba Mentality.

은퇴식에서 그가 한 마지막 인사도 What can I say? Mamba Out! 였다.

Mamba Mentality는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농구선수가 한 평생 어떤 마인드셋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해왔는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단어이다. 그의 후배 선수들이 Mamba Mentality 를 외치며 농구계에서는 유명한 마인드셋이 되었지만, 사실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나에게도 Mamba Mentality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는 개념이었다. 

Netflix [The Last Dance]로 조던의 마인드셋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또 하나의 등대가 되어줄 코비의 마인드셋에 대해서 1주기를 맞아 직접 써 내려가보기로 했다.

전 항상 제가 매순간,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않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전 제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동시에 이것을 당연하게 여긴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Mamba Mentality의 핵심은 3가지다.  

1. 발전에 대한 강한 욕구
2. 자기객관화와 끊임없는 고민
3. 한계치를 설정하지 않는 도전 정신


코비는 하루에 슛 1000개를 넣는 것을 훈련의 마무리 리츄얼로 설정했다.


“레전더리 농구선수면 하루에 슛 1000개 정도는 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금부터 팩트 : 

슛 1000개를 쏘고 나면 일반인이면 농구가 하기 싫어진다. 

막말로 지금 1부터 1000까지 세보기만 해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문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것이 얼마나 더 말도 안되는 일인지 알 수 있다.  

슛 1000개를 ‘넣는 것’이다. 쏘는 것이 아니다. 들어가는게 1000개다.

‘훈련의 마무리’이다. 슛 1000개가 훈련의 전부가 아니라, 모든 훈련을 다 마친 후에 집 가기 전에 하는 것이 슛 1000개 넣기 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리츄얼'. 코비는 이걸 365일 내내 했다.


나는 분야와 산업은 달라도, 노력이 곧 실력으로 전환된다는 점은 어느 영역이든 같다고 본다. 운동을 하다보면 숨이 차 죽을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 때 멈추면 다음 날, 다다음 날에도 같은 순간에 멈춘다. 하지만 그 순간에서 살짝만 넘어가면, 그 다음 날에는 훨씬 오랜 시간동안 버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공부와 일의 영역도 나에게는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20대 초반의 나는 CPA 공부를 3년간 했고, 아침 9시에 책상에 앉아 밤 11시~12시 정도에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지만, 그 시기를 지나고 분명하게 얻은 것이 있다면, 공부한 만큼, 하루에 내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는 한계치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전혀 다른 마케팅과 기획 분야에서 스택을 쌓아나가고 있지만, “그 때 했던 만큼, 적어도 반 만큼만 투자하자"는 마인드는 분명 내가 하고자 하는 영역에서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어주었다.


맘바멘탈리티의 시작은 발전에 대한 강력한 욕구다.




자기객관화&고민 -> 도전&개선 -> …

코비는 끊임없이 그의 라이벌 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을 자극하고 그들에게 도전했다. 아이버슨, 르브론, 티맥 등 그와 라이벌리를 이룬 선수들에게는 더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처절할 정도로 고민하고, 말도 안되는 연습량으로 그 약점을 메꾼다. 그리고는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약점은 코비에게 강점이 되어 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도전을 불러일으켜서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 
그것이 자기 성찰과 발전을 가능하게 하거든. 내가 조정한 부분은 선수들에 따라서 어떻게 이를 접근하냐였어. 난 아직도 모두에게 도전을 제기했고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었어. 하지만 난 내 방식으로 그들에 맞게 맞춰나갔지. 어떤 것이 누구에게 맞는 다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관찰했어. 난 선수들의 과거와 그들의 목표가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 들었어. 나는 그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것과 그들이 갖는 가장 큰 의심에 대해서 배웠어. 그것을 자 나는 특정 상황에서 특정 부분의 신경을 건드려서 선수들의 능력의 최대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었지
난 내 적을 죽여버릴 각오로 모든 것에 임했어. 르브론과 내가 대화를 나눈 주요 내용은 킬러 멘탈리티란 무엇이냐는 것이야. 그는 내가 어떻게 매번 연습에 임했는지 관찰했지. 난 계속해서 그에게 도전을 제기했으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그랬어.

나를 가장 잘 객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주변 모든 사람을 ‘배움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정말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 (반면교사라고 비꼬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Key Factor가 있는 법이다. 


목표를 세운다. 어떤 사람이 그 영역에서의 롤모델인지 살펴보고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뜯어본다. 그리고 목표하고자 하는 Key Factor를 채워나간다. 그렇게 몇각형이 될지 모를 내 역량을 넓히고 쌓아나간다. 


단순히 “배우고, 롤모델로 삼아, 학습해나간다” 라고 하면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내가 코비의 맘바 멘탈리티를 보고 배우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단계는 ‘나를 깨부시는 과정’이다. 


흔히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 중 하나인데, 컬럼비아대 바너드칼리지 심리학과 교수이자 <메타인지 학습법> 저자인 Lisa Son님에 따르면 메타인지의 개념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코비가 가장 잘했던 것이다. 결코 완벽하려고 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무엇이 부족한지 구멍들을 찾으려 했다. 구멍이 채워졌다 싶으면 더 높은 목표를 찾고, 더 대단한 라이벌을 찾았다. (NBA에는 끊임없이 슈퍼스타들이 탄생하기에, 코비에게 최적의 환경이었을 것). 


아직도 기억난다. 코비와 르브론은 데뷔년도가 7년 차이, 게다가 코비가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고 나서 2010년대 초중반에 그들이 맞붙었을 때에는 이미 코비와 르브론은 더이상 라이벌리라고 할 수가 없었다. 코비의 전성기는 지난 상태였고, 르브론은 계속 진행중이었다. 그럼에도 코비는 리그에서 르브론을 상대할 때 가장 승부욕을 내뿜는 선수였다. 끊임없이 이기고 싶어했다. 아니, 지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자존심을 부리기보다, 르브론의 약점을 파고들고, 그에게 부족한 점을 고찰했다. 코비가 전성기에서 내려온 이후 몇년간 르브론에게 라이벌리이자 올림픽 팀 동료로 도전을 계속 걸어왔기에, 르브론에게도 Phase 3급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코비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르브론이 

나도 부족한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때가 있다. 물론, 나를 찾는 수요가 없어질까, 인정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은 항상 공존한다. 그럼에도 어떠한 계기로든 내 부족한 점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은 항상 나에겐 좋은 기회였다. 피드백을 구하고, 지금의 내가 바라보지 못할 것 같은 목표를 구태여 설정해 도전해보고, 깨져본다. 

맘바 멘탈리티에서 배운 것이 이 것이다.



끝으로 코비와 관련된 에피소드 중 그가 얼마나 지독한 사람인지에 대해 큰 인상을 받았던 스토리가 있다. 샬럿 호넷츠에서 오랜 커리어를 가져간 제럴드 핸더슨의 에피소드. (출처: NBA Mania 제럴드 핸더슨 — 처음으로 코비를 막은 날)

“림이 좀 이상한데?”
그게 내가 코비에게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다.

사람들은 코비가 완벽주의자라고 이야기한다. 그래, 어쩌면 조금은 그럴지도 모르지.
내 코비와의 첫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때는 2009년 샬럿에서의 나의 루키시즌의 레이커스와의 홈경기 프리게임 슛어라운드를 할 때였다. 코비는 나와서 점퍼를 던지고 있었다.

루키였던 제럴드 핸더슨에게 코비는 우상같은 존재였고, 경기 시간을 약 1시간 앞두고 그는 코비의 반대편에서 슛어라운드를 시작했다. 핸더슨은 코비를 계속 힐끔거리며 쳐다봤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의 웜업 과정을 지켜보거나, 동작을 훔치거나, 어깨너머로 배우고 싶었을 것이다. 

다시 봤더니 코비는 슈팅을 멈추고 뭔가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코비는 그때 들어가는 것보다 실패하는 것이 훨씬 많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스 샷이 정말 많았다. 그러다 갑자기 코비는 슈팅을 멈추고는 볼을 한 손으로 쥐고 엉덩이에 댄 채로 한 쪽 사이드 라인에서 다른 쪽 사이드라인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모든 소동이 시작 되었다.

정비팀원들이 경기장에 나타났고, 코비는 뭔가 계속 말하면서 제스처를 취했다. 골대 아래에 사다리가 설치되고, 코비는 림을 가리키고 있었으며, 정비팀원들은 사다리를 조정하고 있었다. 핸더슨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러던 중 코비가 그에게 걸어왔다고 한다.

Kobe (K) : “림이 좀 이상해.”
Henderson (H) : “아 그래?”

우리는 함께 직원이 사다리위에서 림을 조정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K : “너무 낮아. 1/4인치 낮은 거 같아.”

난 “그래?” 하고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난 그때까지 게임시작 전에 누가 림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 누가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H :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K : “빗나가면 안되는 슛들이 빗나갔단 말야. 장담하는데 낮아. 1/4인치 낮은게 분명해.”

그게 다였다. 정말 그게 다였다. 그게 우리의 첫 대화였다. 코비는 다시 자신의 슈팅 루틴을 하기 위해 돌아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럴드 핸더슨의 회고

난 2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1. 와..내가 코비와 대화를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만..
그리고…
2. 이봐 코비..어쩌면 림이 문제가 아니라 니가 그냥… 놓친게 아닐까?

그렇게 경기는 시작되었고, 제럴드 핸더슨은 코비의 매치업 상대가 되어 최선을 다했다. 경기 전에 그의 플레이를 보며 어떤 동작을 보일지 예측도 했지만, 코비를 막을 수는 없었다. 코비는 그 날 30득점을 했고, 핸더슨은 감독에게 칭찬을 받았다. 그는 그의 몫을 다했고, 상대가 코비였기에 아무리 어려운 자세에서도 샷을 성공했을 뿐이다. 핸더슨은 그런 코비의 전방위적 득점 스킬을 칭찬함과 동시에 지금의 코비가 (은퇴시즌 당시) 전과 같은 모습이 아니더라도 코비는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명임에 틀림없다며 회상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핸더슨은 글 마지막에 경기 전 에피소드를 다시 언급한다.

버저가 울리고 난 후에 나는 코트를 나오다가 웜업 때 사다리를 옮기던 정비팀 직원을 마주쳤다.
난 물어봐야만 했다.

“저기요, 림에 뭔 문제가 있었습니까?”
“아 누가 우리 쪽으로 평소보다 림이 좀 낮다고 알려줬습니다.”

그리곤 덧붙였다. “걱정 마세요. 다시 10 feet로 맞춰놨었습니다.”
그리고 림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얼마나 낮았는지 여러분에게 말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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