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Apr 12. 2021

PO에 필요한 마인드셋,
아니 어쩌면 모두에게!

더지니어스 김경훈이 편의점에서 알려준 우문현답 : 가성비 버리기

여느 날처럼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알고리즘과 함께 출근하던 길,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보았다. 예전에 더지니어스라는 tvn예능을 거의 덕질하는 마인드로 보던 애청자였는데, 그 예능에 출연했던 일반인 출연자 김경훈씨의 영상이었다. 과거에 '더지니어스 찌찌갓'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김경훈씨, 지금은 킨키라는 섹슈얼 헬스케어용품 회사의 대표가 되어있었는데, 유튜브 영상을 보니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뭐지? 컨셉인가?" 하는 생각으로 우연히 들어간 영상에서, 하지만 뜻밖의 엄청난 레쓴런을 얻었다.

김경훈씨는 왜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나?

우문현답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본인의 멘토에서 들은 인사이트풀한 말이었다고. 그 말의 의미를 듣는 순간 나도 인사이트를 확 얻는 느낌을 받아 무릎을 탁 쳤다.

우리가 알던 기존의 우문현답과는 다른 의미! 하지만 현답임은 확실하다

김경훈씨가 말하는 우문현답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라는 뜻.

마침 회사에서 에너지드링크 상품도 준비중이고, 회사에서 취급하는 상품들이 편의점에 입점할 소비재들이라 이 우문현답의 마음으로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하는데, 먼저 김경훈씨의 이 실행력에 감탄했다.

소비재를 파는 한 사람들 중에 몇 명이나 과연 편의점에서 실제로 내 제품을 보고, 내가 경쟁해야될 제품을 보며 시간을 보낼까. 김경훈씨는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고, 본인은 현장에서 답을 찾고자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알바를 하면서 이미 인사이트를 어마어마하게 얻었다며 노션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그 '미묘한 감'을 알아채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뛰어드는 자세. 인풋을 엄청 들여서 미묘한 디테일을 얻는다는 것은 기존에 내가 생각하던 '효율성'의 관점에서는 크게 벗어난 액션이었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고, 반성했다. 동시에 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적극성과 실행력은 꼭 필요한, 꼭 배워야 할 마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일잘러는 어디에서든, 무슨 일을 하든 다르다

흔히들 얘기하는 말이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든, 어떤 일을 줘도 다르다고.

편의점에서의 김경훈씨가 그렇다.

이 곳은 진열대에서 매일 수십가지의 가설 검증을 해볼 수 있는 곳이라며 신나하고 좋아한다.


김경훈씨가 이 영상에서 소개한 내용만 해도 실험의 종류는 굉장히 많다.  

야간에는 제품 배치의 유동성이 커지는 점을 살려, 김밥류, 샌드위치류 디피하는 높이를 프리미엄 라인 중심으로 다르게 배치. 사람들이 딱 집어갈 수 있는 높이를 고려하여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도 많이 집어갈 수 있게끔 하는 것

콜라, 사이다가 음료 자판기에 있을 때 밤에는 잘 안 나가서 간편식품 보관코너 쪽 김밥, 샌드위치 옆에 일부러 배치해보는 등 유독 야간 시간에 잘 판매되지 않는 상품의 판매율을 높여보는 실험 진행

모두 호기심과 오너십에 근간한 실험들이다. 

김경훈씨는 편의점 상품 진열을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경훈씨는 야간 알바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들도 실행에 옮긴다.  

야간에 음주 상태로 온 손님들의 동선과 시선을 직접 시뮬레이션해보고 매주 실험 가설을 세워 손님들의 행동 패턴을 살펴본다.

에너지드링크를 새로 출시할 계획인 김경훈 씨, 커피와 에너지드링크를 비슷한 위치에 디피시켰을 때 야간 고객이 어느 상품을 더 많이 선택할지도 실험해본다.


제일 인상깊었던 파트는 음료 냉장고 내 매대 구조를 살펴보고, 상품이 강조하는 포인트 노출을 최적화시키기 위해 제품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는 장면! 레쓰비가 괜히 판매량이 높은게 아니라며, 레쓰비의 디테일한 디자인 포인트를 언급하는데, 이건 정말 현장에서 일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김경훈씨를 통해 본 편의점은 넛지의 천국이었다!



저관여의 유혹에 빠지지 말자

김경훈씨의 유튜브를 보고 크게 깨달았다. 스스로 그동안 실행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만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과연 나는 '어떤 실행'이라도 해볼 준비가 되었는지, 다시 한번 스스로 되물어보았다.

그동안 나는 저관여 속에서 높은 효율로 큰 인사이트를 얻고자 했다. 기회비용을 따져가며, 똑같은 리소스 투입이라면, 최대의 효율을 내기를 바라며 의사결정을 내렸다. 당연히 가성비, 기회비용의 고려는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최소 인풋 최대 아웃풋'이 답이 될 수는 없는 법. 때로는 내 리소스를 크게 투자해서 아주 작은 인사이트를 얻더라도, 그 것이 후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포텐셜을 가졌을 수 있다.

김경훈씨를 보면서 현장의 가치, 그리고 높은 관여도가 필요한 곳에서 미묘한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는 인사이트를 발견했을 때 기꺼이 뛰어드는 '진짜 실행'의 가치. 이 두 소중한 가치를 배웠다.

결국 두 가지를 관통하는 것은 어쩌면 배움에 대한 열망이 고관여 속에서 발현되는 것. 출근길의 유튜브가 때로는 '고관여' 액션이 정말 필요하고 멋진 일이라는 깨달음을 선물해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봉준호, 참 멋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