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디깅을 하는 방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음악에 관심이 많고 늘 음악을 즐겨 듣다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노래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곤 한다.
좋은 노래 알려줘. 좋은 노래 틀어봐볼래? 라든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필요한 셋리스트를 짜달라거나 더 나아가 내가 사용하고 있는 뮤직스트리밍 앱이 무엇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새로운 음악을 찾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는 정말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그리고 정말 다양하게 듣는 편이다."
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었다.
새로운 좋은 곡들을 찾는 즐거움이 너무 크고 여러 음악을 하나의 분위기로 엮어 셋리스트로 만들어놓는 것이 취미 중 하나에 준할 정도로 즐겁다. 이 재미를 증폭시켜보려 디제잉을 배웠었는데,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고 느꼈었다. 그 때 디제잉스킬 뿐 아니라 어떻게 음악을 찾는지, 그리고 찾은 음악들을 어떻게 분류하는지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다.
디깅. 사전적 뜻으로 주구장창 파는 것이다.
디제이들이 쓰던 은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디제이들이 좋은 노래를 찾기 위해 LP판들을 뒤져대면서 나온 말 디깅, 이제는 보편화되어 좋은곡을 찾는다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래서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내가 생각하는 디깅하는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새로운 노래들을 보다 잘 찾아내는 방법.
사실 한 장르만 파는 매니아틱한 리스너라면 오히려 디깅은 쉽다. 요즘 모든 스트리밍 앱에서 장르에 따라 탑100부터 곡추천까지 아주 잘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이 곡은 내스타일이다" 가 전 장르를 왔다갓다 하는 리스너라면, 음....새로운 곡 디깅을 위한 일정부분의 노력과 투자는 필수다.
디깅에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첫 단계는 바로 내 성향의 파악이다. 내가 정말 꽂혔던 노래, 무수히 반복했었던 노래들을 여럿 떠올려서 종합해보고 내 취향이 어떻구나 하고 생각해보면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내 취향을 알아야만 한다, 취향을 알고 음악을 찾자! 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경험론적인 관점에서 분명 디깅에 나에 대한 파악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었다.
간단하게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장르로만 따지면 Kpop부터 발라드 댄스음악 락 힙합 모두를 듣는다. 분위기도 Lo-Fi의 차분한 음악부터 귀에 모든 압력을 때려박는 덥스텝과 하드스타일 음악까지 듣는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취향은?
구체적으로는 하우스 음악을 가장 좋아하고, Chill하거나 Funky한 바이브를 좋아한다.
다양한 악기가 사용되고 곡 내에 트랜지션이 있는 음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곡분위기가 갑자기 바뀌는 곡들이라든지, 사용되는 악기들이 반전이라든지(대개 브라스사운드가 가미되면 참 좋더라) 하면 굉장히 좋아한다.
가사, 멜로디,비트의 구성요소라면 멜로디와 비트가 가장 중요시되고 가사는 그 다음이다. 힙합장르에서 붐뱁류보다 트랩류를 좋아하는게 그 이유인것 같기도 하다.
매니아틱한 장르와 곡들도 듣지만, 언더그라운드의 음악들보다 메이져 음악들을 더욱 즐겨 듣는 경향도 있다.
요즘은 시티팝 바이브에 꽂혀있는데 이것이 90년대 한국가요로의 회귀로 이어지기도 했다.
리듬 자체로는 막 격한 춤이 연상되는 리듬도, 지나치게 딥한 리듬도 아닌, 쿵짝쿵짝 뚜루루 뚜룹 하며 발과 엉덩이로 그 자리에서 리듬을 탈 수 있는 곡들이 좋다.
나의 예시를 보면 알 수 있듯, 전문적인 기준을 갖고 내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내 삘이다. 음악은 결국 나의 귀가 보다 즐겁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닌가!! 쿵짝쿵짝 뚜루루 뚜룹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기준이라도 이것이 일관성있는 곡 탐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철저히 내 삘, 내 주관에 의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단계가 너무 방법론스럽지 않았다면, 지나치게 방법론적인 두번째 단계를 소개한다. 바로 나의 취향을 모든 음악플랫폼에 입히고 주입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AI로 하여금 각자의 방식으로 나에게 추천을 해달라고 라는 것이다. 멜론,벅스,애플뮤직,지니 등등 모든 음악스트리밍 앱이 각각의 큐레이팅 AI를 갖추고 있는데 기존에 벅스를 오래 이용하다가 멜론, 애플뮤직을 쓰는 입장에서 각 앱의 유사곡 큐레이팅은 상당히 좋은 디깅도구가 된다고 느껴진다. 모든 도구는 쓰기 나름이랬다. 월 정액구독을 하면서 뽕을 뽑아야하지않나!!?
일례로 멜론에서 NICKY ROMERO의 퓨처베이스 곡 Where Would It Be를 듣다가 유사곡 탭을 누르면 저렇게 추천이 뜬다. 무슨 알고리즘으로 추천되는지는 모르지만 꽤나 마음에 드는 추천이 종종 나오고 있다.
애플뮤직에서는 AI에 의한 추천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셀럽들과 브랜드들에서 주기적으로 큐레이팅하는 셋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편집샵에서 들리는 노래 MIX, 클럽에 가면 나오는 힙한 노래 MIX 등의 스트리밍앱 추천리스트보다 애플뮤직에서 현대카드라던가 SOAP SEOUL이 큐레이팅해주는 음악들이 훨씬 신빙성이 높지 않을까? 힙하기도 하고 말이다. 참고로 SOAP SEOUL의 셋은 국내 최고 DJ레이블 중 하나인 DELUXE SEOUL(JULIAN, YANN, DIDI HAN 등 소속)의 작품이니 믿고 들으면 내 방 침대를 SOAP로 만드는 기적을 연출할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앱에서 조금만 눈을 옆으로 돌려보면, 최고의 플랫폼 갓갓갓 YOUTUBE가 대기하고 있다.
음악을 찾아 들음에 있어 모바일 데이터 문제 때문인지, 플레이리스트 구성이 어렵다는 이유인지, 유튜브의 이용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유튜브를 빼고 디깅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유튜브는 연관 동영상 시스템과 음악 채널로 구분할 수 있다.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추천의 핵심은 “많이 듣고 많이 입력하기”이다. 내가 더 많이 들을수록, 유튜브는 자 여기 너를 위한 노래를 또 찾아왔어! 하고 더 많은 노래들을 다음 동영상에 가져와준다. 따라서 초반에 지나치게 한 아티스트만 나온다던지, 내가 원하는 취향의 음악이 안나온다던지 해서 실망하지 말자. 유튜브로 좋아하는 노래들을 계속 듣고 있다 보면, 나중에는 유튜브만큼 디깅하기 쉬운 플랫폼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또한 음악 채널 중에 굉장히 좋은 채널들이 많은데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한다.
단색의 배경에 아티스트가 나와서 한 곡을 딱 부르는 채널인데, COLORS라는 채널이다. 비교적 힙합, R&B 장르가 많은데, 이 채널을 통해서 알게 된 힙한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많다.
또한 일렉트로닉 한정으로 음악을 큐레이팅하는 채널들이 있는데 몇 가지를 함께 소개한다.
MrSuicideSheep https://www.youtube.com/user/MrSuicideSheep
MajesticCasual https://www.youtube.com/user/majesticcasual
MonsterCat: Uncaged https://www.youtube.com/user/MonstercatMedia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채널은 Seoul City Beats라는 채널인데, 한국의 90년대 음악들을 믹싱하여 셋으로 제공하는 채널이다.
이 채널을 접하고 나서 “우리나라 90년대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를 외치며 시티팝에 빠지게 되었다.
마지막 디깅의 단계는 간단하다.
어떻게든 저장, 저장, 또 저장. 그리고 보기 쉽게 분류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듣고 지나가면, 다음 번에 그 노래를 떠올릴 때 그렇게 곤혹스러울 수가 없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더 유용한 툴을 소개하고 싶은데, 바로 “샤잠의 생활화”이다.
샤잠이라는 앱 자체는 이미 유용한데, 이를 생활화 시킨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페스티벌에 갈 때나 공연을 관람할 때는 당연하고, 편집샵을 들를 때,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좋은 노래는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
그럴 때 샤잠의 파란 버튼 하나로 즉시 저장해두자. 노래를 듣는 즉시 좋다고 느낀 이상, 훗날 또 듣게 될 노래이기 때문이다.
음악 큐레이팅이 나날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있다.
많은 플랫폼들이 보다 편하게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양질의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다.
내 음악, 내가 직접 큐레이팅하자!
문화를 사랑하는 25세 대학생 @yoll_sugi
공연기획자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