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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Apr 15. 2018

이적의 타이밍

스포츠 세계 내에서 프랜차이즈와 이적이 갖는 의미

한국시간으로 2018년 3월 30일,위대한 농구선수 중 하나인 레이 앨런(Ray Allen)이 ESPN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인터뷰를 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K-75a81sM30

오늘자 Stephen A.Smith와 Ray Allen이 이적 당시에 대해서 인터뷰 하는 영상. (ESPN)


1996년 데뷔하여 밀워키, 시애틀 등 여러 팀에 있다가 2007년 보스턴으로 와서 케빈가넷, 폴피어스와 빅3를 꾸렸다. 이 때 보스턴은 그 멤버로 우승을 하며 팀원을 넘어선 끈끈한 가족애가 그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레이앨런은 그런 보스턴의 큰 한 축이었고,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전설로 남을 슈터의 모습을 늘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나이라는 고비가 찾아왔고, 수비력과 기복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중용되는 로테이션 시간이 점점 적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맘때쯤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에이브리 브래들리라는 젊은 수비형 선수가 레이앨런의 자리를 위협함을 넘어 로테이션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하였다. 레이 앨런은 그래도 우승의 주역 중 하나임을 팀에서 모두가 인정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동료들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고, 이런 선수들과 다르게 보스턴 프런트는 다음 해에 FA가 될 레이 앨런에게 그다지 긍정적인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해, 2012년, 레이 앨런은 보스턴의 그 당시 최대 경쟁팀이자 천적, 강력한 우승후보인 르브론의 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고 그 해 마이애미에서 중대한 역할, 결정적인 활약으로 우승에 일조한다. 


이를 통해 레이앨런은 마이애미 히트의 팬들로 부터, 그리고 타구단 팬들로부터 전설로 남을 슈터라는 찬사를 받으며 개인의 마일스톤을 한 단계 더 적립한 듯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전 소속팀이었던 보스턴 셀틱스의 선수들과 팬들은 그의 행보에 큰 실망을 한 나머지 원색적인 비난들을 퍼붓기 시작하였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 동료 라존 론도이다. 지금은 뉴올리언스에서 베테랑 플레이메이커, 완벽한 어시스트형 포인트가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라존 론도 또한 보스턴 셀틱스의 왕조 시절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선수였고, 팀을 옮긴 뒤에도 보스턴에는 상당한 애정을 빈번히 드러냈었다. 그 보스턴 사랑이 뼛속까지 가득한 론도이기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론도는 레이 앨런이 언론에 비춰질 때마다 가장 큰 목소리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사람 중 한명이다. 론도는 늘 앨런이 비겁하게 이적하였고, 이후에도 비겁하게 자신의 이해관계에 관련될 때에만 언론에 등장한다고 하였다. 그 때문에 보스턴 셀틱스의 영웅인 피어스의 영구결번식에도 론도와 피어스, 가넷이 참석하여 레전드 대우를 받았지만, 그 자리에 앨런은 함께 하지 못했었다. 이미지의 영향이었다. 그는 이미 보스턴의 우승에 일조한 영웅이 아닌 비겁하게 이적한 선수로 보스턴이라는 도시에 기억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레이 앨런이 최근에서야 방송에 나와서 본인의 입장을 밝혔었는데, 선수들의 말들과 별개로 그가 프론트로부터 얼마나 큰 압박을 받았을지를 생각하니 그의 입장이 조금 더 이해가 갈 수 밖에 없었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문제였다. 경쟁에서 밀리고, 바로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둔 상황에서 그간 팀의 2,3옵션을 맡아왔던 본인의 자존심도 달려있었을 것이고, 자신을 점점 외면하는 현 소속팀의 프론트와, 이에 대비되는 다른 팀의 제안. 자신의 가치를 다시 찾기 위해서라도 레이 앨런은 옮겼어야 했다. 그랬기에 비슷한 다른 선수들의 사례들보다 레이 앨런의 사례를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가 지금 받는 대우, 지금 형성된 이미지보다 훨씬 더 대단한 선수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느낀다.


레이 앨런의 사례는 특이사항이 아니다. 사실 레이앨런은 다양한 팀에서 뛰었던 만큼 프렌차이즈 문제가 얽혀있었지도 않았고, 이적의 타이밍 문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의 이적이 전 동료들로 하여금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 팬들로 하여금 그가 Loyalty를 지닌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런 이적이 프랜차이즈까지 얽혀있을 경우 그 문제는 더욱이 복잡해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 시대 Top 2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리빙 레전드 르브론과 듀란트이다. 

Kevin Durant(좌), Lebron James(우) 현시대 최고의 선수이자 둘다 이적 건으로 떠들썩했던 전과가 있다.

먼저 그 전에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보인다. 프랜차이즈가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프랜차이즈(Franchise),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프랜차이즈란 한 소속팀을 대표하는 선수를 뜻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라고도 한다. 보통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정받는 경우는 두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번째로는 꽤나 긴 일정기간동안 한 팀에 머물면서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긴 경우, 이를 테면 팀을 우승시켰다거나, 시즌MVP 또는 그에 준하는 정도의 성적을 냈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고, 두번째로는 데뷔 후부터 은퇴할때까지 한 팀에서 커리어를 통째로 보내는 선수를 뜻한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논할 때 항상 이름이 나오는 위대한 스타들의 경우, 위 두가지 요건을 다 만족하는 경우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왜 의미를 부여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지역연고를 중심으로 팬층이 형성된 프로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가 갖는 스타성과 팀내 가치는 생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선수가 더 높게 평가되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선수가 더 낮게 평가되기도 한다. 단순히 평가의 고저에 대해서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선수들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 번씩은 이적은 경험하는데 10년이상의 커리어를 두고 한 팀에서 쭉 뛰어왔다는 것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 마땅한 것이긴 하다. 농구황제 조던, 레이커스의 영원한 심장 코비브라이언트, 댈러스의 독일병정 덕 노비츠키, 샌안토니오의 전설 팀던컨,마누지노빌리,토니파커 3인방 등, 한 팀에서 커리어를 보낸 선수들에게는 그들의 대단한 실력과 업적과 별개로 더 큰 박수가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프랜차이즈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완벽히 계량화는 시키지 못하더라도, 어느정도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어야 레전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명확히 규정짓고 싶은 욕구는 스포츠 팬으로서 늘 가져왔었고, 언젠가는 다수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 시도를 해볼 예정이다. 왜냐하면,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가 레전드 선수들의 선수 간 비교이고, 이 과정에서 누가 더 높은 위치에 있냐를 논할 때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구성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논의 역시 그 중 하나이다.


르브론과 듀란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르브론은 데뷔시절부터 나의 가장 최애 선수였고, 득점,패스,리바운드, 리딩까지 농구의 모든 면에서 뛰어난 그의 실력은 NBA 올타임 탑3에 반드시 속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왔다. 듀란트는 이에 반해 좀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농구실력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으로 놓고보면 가장 농구를 잘하는 선수이다. 효율성으로 무장한 그의 득점력은 가히 최종병기 그 자체이다. 그런 두 명의 위대한 선수들의 또 한가지 공통점은 둘다 안티가 팬 만큼이나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상당수의 안티들은 두 선수의 이적 과정에서 생겨났다. 르브론은 2010년, 그의 7년간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프랜차이즈 스타 생활을 뒤로 하고 우승을 목표로 절친이자 미국국가대표 동료이자, 당시의 최고의 스타선수 두명인 드웨인 웨이드(Dwayne Wade)와 크리스보쉬(Chris Bosh)와 뭉치기 위해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국방송에 나와 그의 이적사실을 하나의 쇼로 알리면서 클리블랜드 지역 팬들에게 큰 배신감을 주었었는데 2014년에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다시 돌아와 2016년 프로스포츠 첫 우승을 클리블랜드 지역 팬들에게 선물한 뒤에야 용서를 받고 오랜 시간 끝에 다시 클리블랜드의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르브론의 현 누적 기록과 실력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올타임 탑3에는 반드시 포함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에 반대하는 일각에서 늘 내미는 주장은, 그가 우승을 하기 위해 다른 두명의 슈퍼스타와 뭉치는 '쉬운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90년대, 2000년대에도 슈퍼스타 선수들끼리 뭉쳐 우승을 향해 정진하는 슈퍼팀은 늘 존재해왔지만, 그 정도로 떠들썩하게 뭉쳤던 적이 사실 잘 없었기 때문에 르브론에게는 늘 슈퍼팀을 만들어 우승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다. 이적 과정에서의 문제였던 셈이다.

그런 르브론이 잠잠해지고, 안티들이 사라져가고 대신 클리블랜드에 큰 공헌을 한 드라마틱한 선수로 다시 기억될 때 쯤, 미국 반대편 오클라호마에 있던 프랜차이즈 스타 케빈 듀란트 사건이 터졌다. 오클라호마 썬더는 기존 시애틀 슈퍼소닉스라는 팀에서 연고지가 이동한 지가 얼마 안되어서 다른 팀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2000년대 후반, 뛰어난 젊은 선수들을 드래프트에서 대거 건지며(지금은 그 선수들이 리그를 이끌고 있다: Russel Westbrook, James Harden, Serge Ibaka 등) 조용한 지역 특성에 비해 지역연고 팬 화력에서만큼은 다른 도시들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 오클라호마에는 2007년 데뷔하여 쭉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으며 팀을 NBA Final에도 올려놓고, 득점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던 Kevin Durant가 명실상부 최고의 에이스로 남아있었고, 2015~2016 시즌에서 당시 73승 9패라는 NBA 역사에 남는 기록을 세운 현시대 최강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3대1까지 밀어붙인다. 7전 4승제에서 1승만을 남겨놓은 상황, 그러나 오클라호마는 연이어 3패를 하며 골든스테이트에게 서부챔피언 자리를 내준다. NBA Final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에서 좌절된 데에다가, 다된 밥을 망쳤다는 사실에 지역 팬들의 상심은 대단히 컸을 상황. 이 상황에서 시즌이 끝나고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케빈 듀란트의 거취에 모든 이목이 쏠렸고, 오클라호마에 남거나 유망한 팀의 새로운 리더가 될 것으로 기대한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케빈 듀런트의 선택은 자신들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선물한 골든 스테이트였다. 이미 주전 5명중 3명이 미국 국가대표 주전/식스맨까지 도맡은 팀, 전 시즌 73승 9패의 기록을 세우며 현재 아무도 막을 팀이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팀, 그런 팀에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우승하기 위해 들어간 모습이 당연히 그의 팬들 입장에서는 좋아 보일리 없었다. 로열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멋이 없어 보였다는 이견이 많았다. 그에게는 Snake라는 별명이 생기고, 전세계 팬들로부터 "그렇게까지 하고싶었나"라는 비난을 받았다. 물론 그 이후 다음 시즌에서 파이널 MVP 까지 차지하며 골든스테이트를 우승으로 이끌긴 했으나 나 또한 이적 이후로 케빈 듀란트에 대해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농구실력과 별개로 행보가 아쉬웠던 탓이다.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특히 NBA와 같은 FA제도가 복잡하지만 잘 갖춰져있고 프랜차이즈의 가치가 뚜렷한 세계에서 이적의 타이밍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한 팀에서 다른 팀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닌, 수많은 전후사건들이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가치 판단도 방금 내가 레이 앨런, 르브론제임스, 케빈듀란트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보인 기조에서도 느껴지듯이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정당해 보이는 이적이 누군가에게는 치졸한 이적이 될 수도 있다. NBA 내에서 빈번하지만 가장 복잡하고, 5개월간의 오프시즌 동안 모든 농구팬들에게 가장 화두가 되는 이적 문제, 그리고 프랜차이즈 문제, 이 것이 선수를 평가하는 척도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다면, 이 문제들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더 나아가 앞서 언급하였듯이, 프랜차이즈나 이적의 영향 또한 훗날 데이터분석을 통해서 대다수에게 최대한 이견이 없는 선수평가지표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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