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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Sep 14. 2019

EDC KOREA 2019가 남긴 것

EDC KOREA 2019 Review : 어쨌든 가히 성공적이었다!

2019.08.31 ~2019.09.01

경기도 과천시 서울랜드 일대에서 열린

EDC KOREA 2019를 리뷰한다.




국내에 처음 들어온 Insomniac Events의 주최의 페스티벌이었다.

EDC라는 세계적인 페스티벌이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권에서는 3번째로 열리게 되었다.

처음 이 라인업이 나왔을 때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였다.


1. 세계적인 페스티벌 아니랄까, 라인업이 정말 대단하다

2. 라인업에 걸맞은 운영으로 국내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라인업뿐이지는 않을까.


첫 번째는 기대였고, 두 번째는 우려였다.

올해 국내 페스티벌 씬에 마가 낀 것처럼 취소되는 페스티벌과 운영 면에서 심각할 정도의 문제를 드러낸 페스티벌들이 많았기에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1회 페스티벌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올해 BEPC 주최의 스트라이크 페스티벌과 월디페가 서울랜드 일대에서 열렸었다.

기존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서울랜드의 장점은 넓은 부지와 놀이공원답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페스티벌 분위기였고, 단점은 지나치게 넓은 부지로 인한 스테이지 간 거리와 스테이지 바닥 문제였다.


스테이지는 이번에 월디페와 거의 동일하게 운영되었기에, 메인 스테이지와 가장 큰 서브 스테이지 간 거리가 멀다는 문제는 이번에도 역시 제기되었다. 하지만 서울랜드 부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오히려 사이에 서브 스테이지들을 배치하고, 양 끝에 있는 스테이지 사이의 이동 공간을 많이 꾸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었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서브 스테이지 중 첫날 네온가든으로, 둘째 날에는 베이스포드로 운영된 스테이지는 위치 선정이 특히 좋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전 페스티벌들보다 이동거리가 체감상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오고 가는 길에 있는 수많은 포토부스들과, 테마파크와 같은 데코레이션들 덕이었다. 정말 볼거리들이 많았다. 특히 저녁에는 반짝반짝하게 공중에 장식들도 있었고, 곳곳의 포토부스에서도 LED들로 밝게 꾸며 놓은 것이 더 부각되어, EDC 측에서 공간 디자인에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이곳이 놀이공원 부지에 페스티벌을 연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페스티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착각을 줄 정도였다.


스테이지 이야기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이번 EDC 스테이지는 역대급이었다. 메인 스테이지인 Kinetic Field의 웅장한 스테이지 디자인은 투모로우랜드나 데프콘 부럽지 않았다.

"한국에서 이런 스테이지 디자인을 볼 수 있다고?"


메인 스테이지 초입 입구부터 웅장하게 세워져 있었는데, 실제 스테이지는 압도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국내 페스티벌에서는 거의 철골 구조물만 세워져 있고, LED 스크린만 추가적으로 부착된 스테이지들을 주로 보았기에, 스테이지 디자인에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그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버리는 역대급 디자인이었다. 페스티벌에 가면 자고로 인증 사진도 찍고, 스테이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야 하는데, EDC는 이제까지 가보았던 국내 페스티벌 중에서 이 재미를 가장 크게 주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여러모로 Insomniac 측에서 기존 국내 페스티벌 팬들의 아쉬웠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준 느낌이다.

(필자도 신나서 이틀 내내 스테이지 앞에서 사진을 마구 찍었다.)


조금 아쉬웠던 건 메인 스테이지에 힘을 너무 준 탓에 Circuit Ground 등의 서브 스테이지들의 디자인은 기존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었던 철골 구조물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메인 스테이지가 꾸며진 것만으로도 만족, 대만족이다.

메인 스테이지와 서브 스테이지에 VIP 존이 크게 마련되어 있는 것도 좋았다. 일부 페스티벌에서는 일반 티켓과 프리미엄 티켓 간에 혜택 차이를 체감상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몇만 원의 가격 차이를 상쇄시킬 정도의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구분을 안 짓는 것만 못하다. EDC에서는 VIP 티켓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전용 주류 부스, 전용 화장실, 전용 입장 줄 뿐 아니라 캔디 팔찌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부스, VIP 관객들만 출입하여 무대를 즐길 수 있는 별도 공간 등을 마련하여 상대적으로 비싼 티켓이 전혀 아깝지 않게 해 주었다.


서울랜드 부지만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서울랜드 내 기존 시설을 들 수 있다.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을 때의 서울랜드 부지들과 시설들을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 얼마나 잘 이용하는 지도 관건이었는데, 이 점에서도 EDC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놀이기구들.


이번 EDC에서는 기존 BEPC 페스티벌과 다르게, 놀이공원 이용권을 티켓 가격에 아예 처음부터 포함시켰다.

월디페의 경우 놀이공원 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과 페스티벌만 즐기는 티켓을 구분 지었었는데, EDC는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할 시 놀이기구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그 차이는 서울랜드와 주최 측 간의 계약상 차이였겠지만, 실제로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페스티벌 티켓으로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그 권한의 증대만으로도 관객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다.


EDC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Experience 탭 내에 Rides라고 해서 기존 서울랜드 내 놀이기구들을 EDC 부대시설처럼 명시해두었다. 결코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이용할 수 있는 공식적인 권한이 생긴 이상 서울랜드를 몰랐던 외국인들에게는 "어, 역시 EDC 답게 놀이공원에서 하는 페스티벌이다 보니 놀이기구들도 즐길 수 있네?" 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현명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았다. 통계상으로는 알 수 없지만, 체감상 월디페 때 티켓을 따로 판매했을 때는 놀이기구까지 포함된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 많지 않게 느껴졌었는데, 이번 EDC에서는 페스티벌 중간에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관객들을 비교적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식사 시설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는 월디페의 경우에도 상당히 잘 운영되었던 점이지만 이번에도 서울랜드의 기존 푸드 부스들과 동시에 일부 푸드트럭도 배치하여 관객 입장에서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게 만들었다. 관객 기호에 따라 기존 서울랜드 내 푸드 부스에 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페스티벌의 기분을 살려 푸드트럭의 음식들을 먹을 수도 있는 것, 선택의 다양화가 곧 만족도 상승과 직결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 Free Water Refill Station이라고 공지해둔 것에도 주목해보았다. 빈 음료 용기나 하이드레이션 팩을 이용하는 데에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무료 식수대를 제공해준다고 한 것이었는데, 이는 사실 서울랜드 내에 마련되어 있던 기존 식수대였다. 하지만 식수대가 서울랜드의 것임을 알고 있는 국내 관람객들에게도 EDC가 관객들에게 물을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하였다. 그 이유인즉슨, 스테이지 이동 경로 중간에 Free Water라는 간이 부스를 마련하여 EDC 주최 측에서 스태프들을 동원에 생수를 나누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생수의 양이 한정적이었던 만큼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Free Water 부스에 생수가 다 떨어진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고 일부 관람객들은 이에 준비가 덜 되었다며 불만을 표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EDC 측에서 생수를 나눠줌과 동시에 기존에 마련된 식수대를 사용하게끔 한 것은 놀이기구의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서울랜드의 기존 시설을 잘 이용한 전략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EDC에는 Insomniac의 주최와 EDC 브랜드 파워 덕분인지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방문하였다.

기존 국내 뮤직 페스티벌 중에는 UMF에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가장 많았었는데, UMF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이번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한국 페스티벌인지 외국 페스티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국내 페스티벌에 이렇게 외국 레이버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것은 고무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야기되는 심각한 문제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컸던 것은 마약 문제와 스테이지 내 흡연 문제.

페스티벌 측에서 관객들의 소지품을 철저히 검사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객, 특히 중국 관객들의 금지물품 소지 문제는 늘 문제가 되어 왔었다. 실제로 이번 EDC에서는 다른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훨씬 철저하게 짐 검사 절차를 가져갔다. 보안 인력도 부지 곳곳에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저녁 시간이 되면 스테이지 내에 금지되어 있는 흡연을 떡하니 하고 있는 관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비단 외국인 관객들 뿐 아니라 국내 관객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였다. 스테이지 내 흡연 문제는 주최 측의 운영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관객들 간의 상호 자정작용이 더욱 요구된다. 관객 수준도 올라가야 한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광경은, 일부 중국 관객들이 스테이지 내에 원으로 둘러앉아 대마초 등 마약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하고 있나 했었는데, 특유의 대마초 냄새가 진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원으로 둘러싸인 관객들 사이사이에 시선이 일정하지 않거나, 초점이 흐려진 사람들도 보였다. 페스티벌이 발전하기 위해서, 양질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불법행위들이 철저히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하는데, 많은 보안 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페스티벌들보다 이런 불법행위들이 더 많이 보였다는 점은 EDC 주최 측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주위의 다른 관객들이기 때문이다.

일부 관객들이 저지하기도 하고, 상냥하게 타이르거나 주위의 스태프들을 부르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 통제되는 경우는 적었다. 다른 문제들을 떠나, 스테이지 내 흡연 문제와 이런 마약 소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열렸던 페스티벌들 중 가장 이국적이었던 페스티벌.

국내에서 해외 페스티벌의 색채를 가장 많이 느꼈던 페스티벌.

EDC 페스티벌은 결론적으로 굉장히 성공적이었고, 서울랜드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큰 만족을 주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점들을 포함해 보완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다.

1회 페스티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내 페스티벌 팬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에는 대성공이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다.


기존 '수입 페스티벌' 중 대표적이었던 UMF의 위상이 운영적인 문제로 바닥까지 추락한 올해, 기대 이상의 운영으로 화려한 시작을 열게 된 EDC가 보완할 점을 보완하고 운영 상에서 해외 페스티벌만큼 많은 신경을 기울여 한국 페스티벌계에 신선한 자극으로 앞으로도 남아주었으면 한다.


이상, 이틀간 최고의 기억을 안겨준 EDC Korea 2019의 리뷰였다.




위 글에서 사용된 사진은 포스터를 제외, 모두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사진의 저작권은 필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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