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저, 김이남씨를 위한 선물
경기도 산골짜기에 사는 김이남님(a.k.a 우리 엄마)은 유튜브 중독자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누운 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김이남님이 이젠 익숙하다. 유튜브만 보면 집이 허전하다 느끼는지 TV도 꼭 틀어 놓는다. 내 방에 충전기가 꽂혀 있는 걸 보면 "전기세도 안내는 놈팽이가 감히 대기 전력 0.1W를 낭비해!!!이 ㅆㄴㅅ끼!!!(0.1W를 제외하면 전부 실제 샤우팅 문장이다)"라며 소리 치지만, 얹혀 사는 주제이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심기가 매일매일 편안하길 바랄 뿐이다. 문제는 30대 아들놈이 곧 백수가 될 예정이고 그녀는 그 사실을 오늘 아침 알게 되었다는 것. 나는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백수 생활의 평온함을 위해 퇴직금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 그녀에게 선물을 하나 했다. 헤비 유튜브 소비자, 그녀를 위한(내 잔고를 위한) 가성비 갑 솔루션, 와이어리스(줄less) 이어폰이 그것이다.
부모님의 연세가 60세 이상인 아들, 딸들은 인터넷,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커왔고,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세대이기 때문에 기술 습득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아니었다. 적어도 스마트폰 탄생 이전까지는 말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부모 세대는 스스로 그들만의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고(밴드, 카카오 스토리 등), 네이버와 다음, 구글로 궁금한 것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듣고 싶은 노래를 유튜브로 듣고,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공유하는 것은 일상이다. 친구들과 놀러 가면 보조 배터리를 꼭 챙겨서 폰의 생명을 연장하는, 헤비 스마트폰 유저인 것이다. 그만큼 스마트폰 악세서리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한 때, 부장님 선물 시장을 휩쓸었던 LG전자 톤플러스를 기억하는가. 광풍처럼 몰아친 톤플러스의 바람은 생각보다 빨리 사그라들고 말았다. 중년층이 생각보다 빠르게 청년층의 악세서리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와이어리스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중년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린 이제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재들과 젊은 세대의 전자 기기 선호는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부모님 선물은 언제나 현금이 옳다는(물론 이게 독보적 원탑이긴 하다) 생각은 접어두고, 스마트 시대를 좀 더 즐겁게 즐기도록 돕는 것들을 선물해 보자. 특히, 카톡 이모티콘을 매월 1개씩 선물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줌마들 사이에서 울엄마를 추켜세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