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퇴사, 그 이유가 정말 내게 있는 것일까 - 2편
왜 이렇게 회사를 짧게 다니셨죠?
우리 회사도 그만 둘 거 아닌가요?
기자를 그만둔 후, 이직을 위한 면접에서 지겹도록 듣던 말, 했던 말이었다. 어느새 난 면접관들에게 참을성 없고 조직에 융화되지 않는 문제아로 인식된 것이다. 대표가 사기꾼(실제로 그는 감옥에 있다.)이었고, 열ㅈ페이로 내 돈을 얹혀 일을 했으며, 월급까지 밀렸는데. 그들은 내 인성을 걱정하고, 비뚤어진 시각으로 내 온몸을 훑어봤다. 이미 몸과 시선이 반쯤은 기울어 있던 면접관들에게 퇴사 이유를 하나씩 말했을 때, 난 그들이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
부도덕함을 참지 못하며, 열정적으로 땀 흘린 만큼 당당하게 대가를 말하는 이 시대의 쾌남!
의사결정을 논리적으로 빠르게 할 줄 아는 명석한 두뇌!
현실은 참을성 없고 쉽게 질리는 계륵 같은 녀석으로 보였을 뿐이라는 것을, 다음 회사에 들어와서 알았다.
입사 후 첫 면담 시간에, 팀장님은 내게 "네 경력이 최종 결정 때 제일 고민이었다"라고 말했다.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분명 퇴사 이유를 명명백백 말씀드렸는데, 그게 고민이었다니. 그렇다면 난 사기꾼이 타인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마이너스 통장을 파서 영업을 다니며, 월급은 나중에 줘도 되니 계속 기자로 남겠습니다!라고 선언해야 했던 것일까? 가치관에 혼돈이 찾아왔으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호탕하게 웃으며 팀장님의 말씀을 넘겼다.
18년 2월, 그렇게 열심히 다녔던 5번째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사유는 더 성장하고 싶어서. 1년 7개월 동안 담당 서비스의 모든 실무를 수행하면서 보이지 않는 벽에 계속 가로막혔다. 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막중한 이 자리에서 조금 더 나은 결과물을 내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왜인지 바뀌는 것이 없었다. 특정 팀의 편의를 위해(비선 실세가 웬 말인가) 사고 발생률이 높은 프로세스를 계속 유지한다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묵살당하는 의견들. 음소거로 보는 막장 드라마랄까.
그래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바꿨다. 개발을 안 해주면 노가다로 어떻게든 해냈고, 마우스 움직일 시간이 아까워 어드민 페이지의 버튼 개수를 전부 체크해 키보드로만 업무를 처리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회사에서도 내 퍼포먼스를 인정해 주지만, 왜일까.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 답답함은. 투명한 벽 속에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내가 느껴졌다. 2년까지 버티라는 주변인들의 말을 뒤로한 채, 난 퇴사 전과 5범으로 취업 시장에 다시 나왔다.
사표를 낸 순간부터 평소 좋게 생각했던 기업들에 하나씩 이력서를 제출했고, 면접까지 봤다. 결과는 참패. 이 글을 쓰는 어제도 면접을 봤지만, 느낌 쏘 배드. 성장을 위해 회사를 나오기로 결정했다는 대답에, 면접관은 "우리 회사도 같은 이유로 나올 수 있겠네요?"라고 했다. '당신의 회사는 끊임없이 성장하리라 생각하고 나도 그 속에서 조직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 했지만, 사실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내가 노력했는데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당연히 나올 겁니다."
"본인의 회사에 자신이 없으세요?"
전과 4 범일 때보다 5범으로 진화하니 가중 처벌을 받는 기분이 계속 든다. 이전보다 짧은 경력을 문제 삼는 경우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고, 다양한 경험은 심각한 단점이 됐다(아, 난 결코 경력 2년 이상이 필요한 잡 오퍼에 지원하지 않았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얼마 안 되는 그 세월 동안 나무질만 해온 목수보다, 유랑 다니며 그림도 그려보고, 목수질도 해보고, 장사도 해본 잡캐가 더 끝내주는 집을 지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1년 7개월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 않나요? 6개월이면 세계 일주도 합니다.
퇴사 5번, 제가 정녕 죄를 지은 것입니까?
퇴사 사유가 합당하면 제발 그만 트집 잡으세요.
당신의 회사에 그렇게 자신이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