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생각 한 줄>
"혼자 견디는 삶보다, 서로 연결되는 삶이 더 깊고 오래 안전하다."
나는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살아왔다. 수많은 재난 현장을 오가며 몸으로 배운 생존의 원칙은 단순하다. 항상 2인 1조였다. 불길 속에서 혼자 움직이는 일은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다. 동료의 호흡을 느끼고,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움직일 때 비로소 안전이 확보된다. 현장에서 살아남는 법은 언제나 “함께”라고 생각한다.
정년퇴직 후 작가로 살아가는 지금도, 나는 그 원칙을 삶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요즘 나는 아내와 매일 저녁 소양강변을 걷는다. 그 시간은 운동이기보다 점검이다. 서로의 하루를 확인하고, 말의 온도를 살피고, 마음의 균열이 없는지 살펴보는 시간이다. 현장에서는 안전 로프를 점검했듯, 지금은 관계의 연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2인 1조는 꼭 부부여야만 할까.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 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이혼이나 사별을 겪은 사람도 있다. 평생 혼자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그 어떤 삶도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2인 1조는 반드시 가족일 필요는 없다고. 가까운 친구일 수도 있다. 자주 인사 나누는 이웃 일수도 있다. 서로의 글을 읽고 안부를 전하는 글 친구일 수도 있다. 몸이 아플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한 명, 마음이 무거울 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람 한 명, 함께 걸을 수 있거나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하다. 그 한 명이 있을 때, 우리는 여전히 2인 1조의 삶으로 살아간다.
외로움은 혼자 있기 때문에 생기지 않는다. 외로움은 연결이 끊겼다고 느낄 때 시작된다. 반대로 안전은 연결에서 만들어진다.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불길이 거셀 때가 아니라, 교신이 끊겼을 때다. 삶도 다르지 않다. 아무도 나의 상태를 모를 때, 아무에게도 신호를 보내지 않을 때, 그때 가장 위태롭다.
그래서 혼자라고 느껴질수록 필요한 것은 더 큰 의지가 아니라 먼저 손을 내미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괜찮냐는 한마디, 오늘 어땠냐는 질문, 지금 커피 한 잔 할 수 있냐는 연락 하나가 삶의 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나는 아내와 2인 1조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친구와 2인 1조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반려동물과, 누군가는 글로 이어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아니다. 혼자이지 않으려는 태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동행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나 자신과의 2인 1조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일,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일, 생각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다. 자신과 손잡지 못한 사람은 타인과 오래 손잡기 어렵다. 내 상태를 외면한 채 관계만 붙들면, 그 관계 역시 언젠가는 균열이 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 자신과 2인 1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누군가와 연결된 채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그렇게 오늘도 외롭지 않게 위험하지 않게 삶의 현장을 걸어가고 있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혼자 버티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한 사람과만 연결되어도 삶은 훨씬 안전해진다. 오늘,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밀어도 괜찮다. 그 시작은 늘 작고 조용하지만, 결과는 분명하다.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 저녁 시간에 아내분과 함께 걸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시는 귀한 시간을 보내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부부는 2인 3각 경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두 몸이 한 몸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마음을 맞춰 걸어갈 때 가족 전체가 평화롭고 행복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씀 중에 나 자신과도 2인 1조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과 함께하며 나를 잘 돌볼 때 비로소 내가 나다워진다고 느꼈습니다. 오늘도 외롭지 않게 저 역시 저 자신과 2인 1조로 하루를 잘 살아가고자 합니다. 귀한 글을 나눠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작가의 답글>
부부를 2인삼각 경기에 비유하신 표현이 참 깊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서로 마음을 맞추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가정의 평화와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또한 말씀처럼 나 자신과 2인 1조가 되는 일은 모든 관계의 시작이자 본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그 걸음이 외롭지 않고 따뜻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소중한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노트>
퇴직 후 저녁 산책을 하며 소방관 시절 지켜왔던 ‘2인 1조’의 원칙이 삶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함께 걷는 시간 속에서 동행이 주는 안정과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외로움이 아닌 연결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정리하고 싶었다. 그날의 사유와 마음을 기록으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