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선물 앞에 서서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인생은 언젠가의 보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할 때 비로소 바뀐다."


나는 36년간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근무했다. 재난 앞에서 멈추지 않았고, 누군가의 절박한 ‘지금’을 위해 언제나 먼저 달려갔다. 현장은 늘 현재형이었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 자리에서는 망설임이 곧 위험이었고, 주저함은 누군가의 생명과 직결되었다.


그렇게 나는 수없이 많은 ‘오늘’을 구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나 자신의 오늘과 가족의 오늘은 지켜내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단단했지만, 집에서는 늘 피곤했고 말수가 적었다.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일 여유도, 아들의 눈빛에 담긴 마음을 읽어낼 마음의 공간도 없었다. 매일을 버텼고, 견뎠고, 살아냈지만, 함께 살아내지는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지만, ‘함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가슴 한켠에는 늘 조용한 후회가 남아 있다. 그 후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또렷해졌고, 결국 나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했다. “이제 남은 오늘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은퇴 후, 시간은 많아졌다. 이제는 사이렌 소리 대신 바람 소리를 듣고, 출동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농장의 흙을 고른다. 소양강변을 아내와 함께 걷고, 하루 한 편의 글을 쓰며 오늘을 기록한다. 디카시 한 줄에, 문장 하나에 과거에 놓쳐버린 나와 가족의 시간을 담아본다.


자기계발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더 정직한 내가 되기 위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나는 늘 ‘언젠가’를 위해 오늘을 미뤘다. 일이 끝나면, 상황이 나아지면, 시간이 생기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인생은 조건이 충족된 뒤에 시작되지 않았다. 인생은 언제나 조건 없이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뒤늦게 깨달았다. 어제는 다시 오지 않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는다. 우리가 실제로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두지 않으면, 인생은 계속 미뤄진다. 그래서 이제는 더 다정하게 말하려 한다. 말 한마디에도 정성을 담고, 함께 있는 시간에 마음을 얹으려 한다.


자기계발의 본질은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덜 놓치는 것’이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이고, 성취보다 깊은 것은 일상이다. 바람이 머무는 창가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햇살 아래서 잡는 사랑하는 이의 손, 아무 말 없이 함께 걷는 시간 속에서 삶은 고요하지만 분명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제 더는 미루지 않기로 했다. 후회에 발목 잡히지 않고, 불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로 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삶을 다정하게 안아주기로 했다. 인생은 바로 오늘이고, 진짜 삶은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할 때 시작된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지금 이 순간을 살지 않으면, 인생은 계속 준비 상태로 남아 있다. 완벽해진 뒤에 시작하려 하지 말고, 오늘의 삶에 마음을 얹어보시길 바란다. 인생은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 저도 오늘이라는 선물을 받고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작가님처럼 은퇴 후에 더 멋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읽고 쓰는 삶을 넘어 앞으로 제 자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이제 가족에게 집중하며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가시는 작가님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가족분들께서 소방관으로 살아온 삶을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계시겠지만, 지금처럼 함께하며 정성을 쏟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아내분과 아드님도 더 깊은 행복을 느끼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삶의 태도를 닮아가고 싶습니다.


<작가의 답글>

늦은 밤에 답글을 씁니다. ‘오늘이라는 선물’이라는 표현이 참 곱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신다는 작가님의 모습 또한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시며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자리를 새롭게 찾아가시려는 그 여정 자체가 무척 귀하고 멋진 발걸음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그 길 끝에서 더 깊고 풍성한 삶을 만나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가족에게 마음을 쏟는 지금의 시간은 어쩌면 그동안 미처 다 전하지 못했던 사랑을 조금씩 되돌려주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함께 걷는 하루하루가 저에게도 참으로 소중한 시간입니다. 저의 작은 걸음이 선한 영향으로 전해졌다면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겠습니다. 따뜻한 응원,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작가노트>

이 글은 은퇴 후 비로소 멈춰 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쓰게 되었다. 누군가의 오늘을 지켜왔던 삶 속에서 정작 나와 가족의 오늘을 놓쳤다는 깨달음이 글의 출발점이다. 지금이라도 오늘에 몰입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다짐을 문장에 담고자 했다. 이 기록이 나 자신에게는 방향이 되고, 독자에게는 잠시 멈춰 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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