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켜주지 못한 것들

<작가의 생각 한 줄>

"오래된 관계가 깊은 관계가 아니라, 마음이 닿는 관계가 깊은 관계이다."

살다 보면 ‘오래된 사이’라는 말이 유난히 따뜻하게 들릴 때가 있다. 시간이 길면 관계도 단단할 것이라 자연스레 믿게 된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을 지나오며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관계를 지켜주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결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소방관으로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뎠던 동료도 있었고, 짧은 대화 한 번으로 평생의 울림을 남긴 인연도 있었다. 시간은 오래 흘렀는데 점점 멀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 마디 나누지 않았음에도 깊이 스며드는 사람도 있었다. 그 차이는 결국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마음이 오갔는가’라는 질문 하나였다.

우리는 흔히 “몇 년 지기”라는 말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 안에 추억, 신뢰, 함께한 시간이 모두 담겨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마음이 닿지 않은 시간은 사실 공허하다. 오래 알아도 마음이 다르면 대화는 겉돌고, 자주 만나도 진심은 교차하지 않는다.

반대로 짧은 인연이라도 마음이 통하면 관계는 깊어진다. 눈빛 하나, 미소 하나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고 공감의 결이 닮아 있을 때, 시간은 관계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우리는 정말 마음이 닿아 있었을까?” “오래 봤다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닐까?” 그 질문 앞에서 몇몇 관계는 조용히 멀어져 갔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인연들이 마음으로 다가왔다. 짧아도 깊은, 오래지 않아도 따뜻한 인연들이다.

이제 나는 오래된 관계보다 깊어지는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긴다.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 바쁘다는 핑계 대신 짧은 안부라도 보내는 사람, 함께 있는 시간보다 서로를 기억해주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 그런 이들과의 관계가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모두 같다. 오랜 인연이라도 마음이 닿지 않으면 멀어지고, 이제 시작된 인연이라도 마음이 진실하면 특별해진다.

결국 관계의 온도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데운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 마음이 닿는 인연은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몇 되지 않는 인연이 삶의 온기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오래 봤다는 이유만으로 머물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닿아가겠습니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여러분의 삶에서 오래된 관계보다 중요한 건 오늘 마음이 닿는 단 한 사람이다. 시간은 쌓여가지만, 관계는 마음이 오갈 때 비로소 깊어진다. 당신의 하루에 따뜻한 온도를 남기는 사람을 부디 놓치지 말아라.

<이웃의 공감 댓글>

정말 정말 존경하는 주진복 작가님, 반갑습니다. 벌써 점심시간을 앞두고 있네요. 오늘 아침은 잘 여으셨는지요? 저, 소름 돋았던 게… 오늘 저도 인간관계와 관련된 도서 서평을 남겼거든요. 작가님과 생각의 결이 비슷하기도 하고, 글이 올라오는 시기까지 이렇게 겹치는 걸 보면 이건 분명 특별한 인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요즘 인간관계 때문에 저 역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짧게 본다고 해서 모르는 것도 아니고, 길게 봤다고 해서 다 아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만큼 인간관계는 각자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업무보다 더 어려운 게 인간관계더라고요.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이자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작가님의 글을 통해 저도 다시 한번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정돈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작가의 답글>

이렇게 따뜻한 말씀으로 하루를 밝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겨주신 인간관계에 대한 사유도 저 역시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사람을 짧게 봐도, 길게 봐도… 결국 마음을 얼마나 바라보느냐에 달린 듯합니다. 말씀처럼 인간관계는 업무보다 훨씬 어렵고, 더 복잡한 평생의 과목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함께 공부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마음 맞는 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저도 늘 응원드리고, 이 따뜻한 인연 감사히 이어가겠습니다.

<작가노트>

퇴직 이후 관계를 다시 바라보며 마음의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다. 오래된 인연보다 마음이 닿는 인연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깨달음을 글로 적어 내려가는 과정에서 나 역시 조금씩 편안해졌다. 이 글은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내 마음이 가장 솔직했던 순간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