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나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도움을 받아들이는 용기는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겠다는 선택이다."


우리는 종종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지려 한다. 그것이 강함의 증거라고 믿으며 고독 속에서 버텨 왔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여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단단함은 고립으로 바뀌었다. 도움을 받는 일은 약함이 아니라 관계를 신뢰하는 태도이며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안함과 두려움 때문에 도움을 청하는 순간을 망설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려 애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전장의 병사가 동료의 손을 빌려 성벽을 오르듯 인간에게도 타인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충고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이다. 도움을 구하는 일은 의존이 아니라 목표에 이르기 위한 전략이며, 혼자 버틴 시간보다 현명하게 함께 간 시간이 더 중요하다. 성장은 고립 속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혼자 해낸 사람을 영웅처럼 떠받든다. 자수성가와 홀로서기는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모든 무게를 혼자 감당할 때 자립은 고립으로 변했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존재로, 산을 오를 때도 혼자보다 함께일 때 더 멀리 간다. 누군가의 조언과 격려는 지친 걸음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 부모·스승·코치의 손길은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완전한 독립은 환상이며, 겸손하게 도움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성취의 출발점이 된다.


협력은 결핍을 채우는 일이다. 누군가는 방향을 잡고 누군가는 길을 닦으며, 각자의 강점이 모일 때 시너지가 생긴다. 오늘 내가 도움을 받았다면 내일은 그 도움을 건넬 차례이고, 그 순환 속에서 사회는 온기를 유지한다. 별은 혼자일 때 점이지만 함께일 때 별자리가 되듯, 인생은 손이 손을 잇는 여정이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고, 우리는 이미 수많은 도움 속에서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도움을 받는 순간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함께 걷는 선택은 약함이 아니라 지혜이다. 동행은 인생을 끝까지 가게 하는 힘이다.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을 이불 삼아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크고 작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그 연결은 지금 더 가까워지고, 더 빨라졌습니다. 도움을 받을 용기와 도움을 건네는 용기, 이 두 가지는 모두 적절히 필요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용기가 부족합니다. 혼자 짊어지고 가려다 힘에 부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가 12년째 이끌고 있는 인형극 봉사단 이야기입니다. 초기에는 팀원들을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제가 모두 떠안고 지금까지 이어 왔습니다. 공연 연습이 쉽지 않다 보니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매년 새로 멤버를 모집해 공연 제작을 다시 알려야 했고,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결국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는 방식이 굳어졌습니다.


대학원 공부와 개인적인 일, 건강 문제까지 겹치며 2년 전부터 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봉사단 전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병원에 입원해 있던 저에게 팀원들 모두가 한 입으로 말한 것은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하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실은 그때부터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봉사에 쏟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다른 팀원들처럼 저 역시 제 삶과 제 일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와 기관과의 사소한 연락부터 서류, 소품, 장비까지 모든 것을 제가 책임지는 구조가 오래 이어졌습니다. 저희 집은 봉사단 사무실이 되었고 제 차는 팀원들의 이동 수단이자 짐차가 되었습니다. 회의록조차 제 손을 거치지 않으면 정리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시간도, 몸 상태도 여유가 없는데 제 역할을 대신할 팀원은 결국 생기지 않았습니다. 힘들었던 2년 전보다 봉사 활동의 규모는 줄었지만 구조는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는 잠시 쉬어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팀원들 중 누구도 리더는 물론 보조 역할조차 맡기 어렵다고 했고,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팀원으로 남고 싶다고 했습니다. 초기 멤버들은 개인 사정으로 모두 떠났고, 현재 남아 있는 분들은 봉사를 하면 좋고 하지 않으면 아쉬운 정도의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봉사보다는 인형극 자체에 더 관심을 두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저 역시 개인 일을 포기한 채 봉사를 이어 오며 쏟아온 시간과 비용, 노력이 아깝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쉽게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책으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리더를 그만두면 봉사단의 활동은 사실상 끝이 납니다.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 같은 이 봉사단, 서로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를 아는 대부분의 분들은 이미 그만해도 충분하다고 말씀하시고, 진작 정리했어야 했다고도 하십니다. 그러나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고 그분들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었기에, 그분들이 떠나지 않는 이상 저 역시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진복 작가님. 인생 선배이신 작가님은 때로는 오빠 같고, 때로는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협업’이라는 작가님의 말씀 덕분에 저도 모르게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결국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일은 제 몫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40분째 작가님 블로그에서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마음을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텃밭 일과 글쓰기로 분주하실 텐데 이 긴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작가의 답글>

님의 댓글을 읽으며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그리고 그것이 사랑과 책임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12년 동안 봉사단을 이끌어 오시며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지신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헌신이 지금의 단체를 존재하게 한 분명한 근원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리더가 잠시 멈춘다고 해서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리를 비워둘 때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님께서 잠시 쉬어 가시는 동안 누군가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과정에서 또 다른 성장이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도움을 받는 것도 용기”라는 말처럼 이제는 님께서 도움을 받으실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일, 그 정신은 이미 많은 분들께 전해졌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은 또 다른 씨앗이 되어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자라날 것입니다. 무너질까 두려워 손을 놓지 못하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손을 놓는 일이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님의 쉼은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계기가 되고, 단체에는 새로운 바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정말 잘 버텨 오셨습니다. 이제는 조금만, 자신을 위해 쉬어가셔도 됩니다. 그 용기가 오히려 봉사단을 더 오래, 더 깊게 이어 주는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작가노트>

혼자 버티려 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이 글을 썼다. 도움을 받았던 순간들이 오히려 나를 성장시켰음을 깨달았다. 강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싶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용기가 되기를 바랐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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