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자라는 삶
돌아보면 글쓰기는 내게 또 하나의 훈련이었다. 현장에서 배웠던 긴장과 집중,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은퇴와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이제 문장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었다. 한때는 불길 앞에서 생명을 지켰고, 지금은 글 앞에서 마음을 지키고 있다. 무대는 달라졌지만 사명은 여전히 같았다.
소방관으로 살던 시간에는 늘 타인의 위기가 먼저였다.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거의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내 안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적은 한 줄의 문장은 하루의 방향을 세워 주었고, 이웃의 댓글 한 줄은 하루의 끝을 다독여 주었다. 그렇게 하루는 글과 공감으로 완성되었다.
문장이 막히는 날에는 마음도 함께 멈춰 섰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 답은 늘 같았다. 살아 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살아 있음의 기록을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성장은 한 번의 도약이 아니라 매일의 한 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감은 화려한 표현이 아니라 진심이 머문 문장에서 태어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공감은 나를 계속 걷게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장을 쓰고 있다. 이 글은 내 안의 불씨를 지키는 일이자,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빛을 건네는 일이다. 한 문장이 또 다른 문장을 부르고, 공감은 다시 공감으로 이어진다.
이 기록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쉼표가 되었다면 충분하다.
글은 여기서 끝나지만, 삶은 계속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