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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초병

'인생은 꽈배기, 가끔은 꿀꽈배기'

by 장정법

마음 속에 살아가는 또 다른 나의 이야기

내 마음속이 지옥이었을 때 나를 일으켜 손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마음속을 지키던 여러명의 또 다른 나였다.

지옥의 문을 열기 직전 마음속의 전사들이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전사무리 중 염소처럼 작은 뿔 두 개가 겨우 달린 한 녀석이 다른 전사들을 비집고 나오며 말했다.

“친구!

우리가 지키는 곳은 마음의 지옥이야. 힘든일이 일어났을 때 너를 힘들게 한 녀석들 모두 소환하여 가두는 공간이지. 이 경계선에서 우리 지옥의 초병들이 살아가고 있어”

그는 아기염소 뿔처럼 생긴 자신의 작은뿔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말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 보았다.

커다란 두 눈이 나를 향해 부라리고 있는 모습은 꽤 무섭기도 했지만, 마음속에 귀엽게 생긴 캐릭터가 살아간다는게 더없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고있던 다른 염소뿔 녀석이 위협적인 눈빛과 방망이를 빙빙 돌리며 나를 협박하려는듯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지옥의 문을 지킨것도 네가 살아온 시간 만큼 힘겹고 긴 여정이었어.

멋대로 판단하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그거 알아? 네 몸은 우리에게 우주와 같은 신비로운 존재야. 30조 개 이상의 셀 수 없을만큼 어마어마한 세포와 38조 개 이상의 미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놀랍도록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 살아가지, 우리는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세포를 색출해 네가 봉인해제 하려했던 저 지옥 속에 가둬놓지.

지옥의 문이 열리는 순간 네 마음은 온통 절규와 좌절, 슬픔이 가득해 질거야”

이 귀여운 캐릭터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설명을 하며 나에게 겁을 주려 하는 것 같았지만, 작가인 나에게 그저 귀여운 캐릭터일 뿐이었고, 내 작품에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점점 이 귀여운 친구들에게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뿔 달린 너희들을 뭐라 불러야 하지?”

질문을 받은 녀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때 펭귄처럼 생긴 작고 못생긴 녀석이 날개를 휘저으며 말했다.

“지옥을 지키는 도깨비들이니 우릴 지옥의 초병이라 불러!”

이름이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후 지옥의 초병들을 가까이 다가오게끔 불러 모았다.

“이제 너희들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 줄거야, 앞으로 일어날 재밌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기로 약속한다면...”

“이름...이름이라”

지옥의 초병들은 순간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면 한가지 약속해줘, 너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우리와 같은 지옥을 지키는 훌륭한 초병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어”

머뭇거리는 초병 한 명이 내 어깨를 툭 치며 귀에 속삭였다.

“이봐! 뭘 걱정해? 그저 볼펜으로 우리를 그려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들어 달란거야, 뭐가 어려워. 할수있잖아 넌 작가잖아!”

“그럼, 제목은 뭘로 하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지옥의 초병 무리중 강아지 한 마리가 손을 들고 말했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소주 한잔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방망이가 강아지 머리를 내리쳤다.

“쉿! 제목은 작가가 정하는 거지! 생각해봐 우리가 지옥의 문을 지키며 느낀 감정을 떠올려봐

언제나 우리 인생은 꽈배기같았지 그러나 가끔은 꿀꽈배기 처럼 달달했고..”

모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은 꽈배기, 가끔은 꿀꽈배기!”

【드디어 ‘지옥의 초병’ 시리즈가 막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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