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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은 작가 Apr 15. 2016

미숫가루에서 배운 본질



나들이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님이 미숫가루 타서 냉장고에 넣어두라셨다.

믹서기에 돌릴까?
쉐이커는 있나?

막둥이 며눌아기의 머리 돌아가는 소릴 들으셨는지 양푼이를 내밀고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엥? 이거 위생적이지 않는데 이 양푼이 채로 냉장고 넣어두라고?'
싶었다.

하지만,

내 어린날 우리 할머니도 수산면 단지실 산 마루 집에서 이리 타서 주셔었다.

생수를 붓고,
미숫가루 푸대에서 미숫가루를 부었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뭉쳐진 미숫가루 덩어리가 터질때마다 그 고소함이 더한다.

이 양푼이 미숫가루 맛...

우유를 넣어 먹는 도시에서의 미숫가루보다 더 꼬숩다.

그릇이 형편없어도,
미숫가루는 그 본질을 잃지 않아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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