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님이 미숫가루 타서 냉장고에 넣어두라셨다.
믹서기에 돌릴까?
쉐이커는 있나?
막둥이 며눌아기의 머리 돌아가는 소릴 들으셨는지 양푼이를 내밀고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엥? 이거 위생적이지 않는데 이 양푼이 채로 냉장고 넣어두라고?'
싶었다.
하지만,
내 어린날 우리 할머니도 수산면 단지실 산 마루 집에서 이리 타서 주셔었다.
생수를 붓고,
미숫가루 푸대에서 미숫가루를 부었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뭉쳐진 미숫가루 덩어리가 터질때마다 그 고소함이 더한다.
이 양푼이 미숫가루 맛...
우유를 넣어 먹는 도시에서의 미숫가루보다 더 꼬숩다.
그릇이 형편없어도,
미숫가루는 그 본질을 잃지 않아서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