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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은 작가 Apr 14. 2016

알라딘과 요술램프

어릴 적에 읽은 알라딘의 요술램프는 우리나라 동화에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일단 내가 상상하는 알라딘의 이미지는 건강한 왕자님 같은 이미지였다. 알라딘이 램프의 주인이 되어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내는 장면은 매우 드라마틱 했다. 반면에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 주인은 착하고 성실하기는 하나 소심한 주인공의 이미지가 있었다. 그리고 이 소심한 도깨비 방망이의 주인공이 도깨비를 땅에 내리칠 때면 어디선가 도깨비가 나타날 것 같은 가슴 조마조마한 순간을 느끼게 했다.

요술램프와 도깨비방망이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는 이렇게 형성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술램프라는 단어는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나의 말초신경까지 더 자극시키는 단어는 알라딘! 왕자는 아니나 왕자 같은 이미지를 내게 심어준 나의 알라딘!

무심코 다니던 서점의 이름이 알라딘이었다니!

물론 이전부터 자주 찾아가는 서점이었으나, 오늘 회사 근처에 이 알라딘 서점은 이전에 다니던 알라딘 서점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밀려드는 회사 업무로 인해 피곤하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중에 회사 바로 앞 지하에 생긴 알라딘 서점은 오늘 내게 요술램프와 같은 도구적 장소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읽은 손때 묻은 중고 책에서는 나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마법의 가루가 뿌려진 듯 했다. 내 눈도, 손도, 심장 조차도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의 모습에 ‘지금 지니가 있는 요술램프 속으로 들어왔구나~!’라는 고백이 서슴없이 나왔다.

이 감성을 더 느끼고 싶으면 책을 찾아 읽어야 하는데, 디지로그에 사는 나로서는 사진부터 찍었다.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무음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후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며 나는 알라딘 중고 서점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 서점을 온전히 즐기고 느끼는 것은 그렇게 읽고 싶었던 책을 찾아 읽던지 사던지 해야 하는 것을! 나는 사진부터 찍었고, 현재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에 들어왔으면서도 나만의 요술램픈 사진을 감상했다. 지니의 마법에 온전히 빠지지 못함인가? 아님, 지니에게 제대로 내 소원을 전달하지 못 한것인지 내 행동에 대한 고민에 잠시 빠져보았다. 그래도 짧은 점심 시간동안의 소원으로 본다면 지니는 내 소원 3가지를  들어준것 같다.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는 세 가지의 소원만을 들어줄 수 있다는데!

오늘 나의 소원은 바쁨 속에서도 감성을 찾고 싶었다는 것을 지니가 들어준 것 같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나의 평범한 일상을 다시 사색하게 하는 사색의 눈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느낌 그대로를 글로 적을 수 있는 감성의 기억을 준 것이다.

도깨비 방망이었다면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말을 하고서는 보상이나 물질을 바라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알라딘과 요술램프이기에 나의 감성에 대한 소원이 이뤄졌다고 고백하는 것 뿐이다.

이러한 감성적 소원이 지금도 이뤄진다니!

지니는 우리 모두의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여전히 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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