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 은 작가 May 17. 2016

사람 궁합

아메리카노와 마카롱의 관계

나른한 휴일 오후 한 숨 자면 좋겠다 싶을 때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약속 잡으면 부담되니까 지금 잠깐 동네 커피숍에서 볼까?'

10여 년 전부터 관계를 이어오던 이웃사촌 언니의 문자였습니다.

한참 아이들이 어렸을 땐 치열한 육아 동지였으며,

현재는 직장맘으로 고군분투하는 동병상련의 직장맘 동지인 언니였습니다.

누구보다 서로의 상황을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잠시 짬을 내어 커피나 한잔 하자고 하는 건 이웃사촌 언니의 S.O.S. 신호였던 거죠.


쏟아지는 잠을 겨우 이겨내고 남편에게 잠시

다녀오겠다고 한 뒤

번개(?) 장소인 커피숍으로 나갔습니다.


저만 최선을 다해 약속 장소에 나온 줄 알았더니 다들 집에서 낮잠이나 잘까 하다가

나오기 싫은(?) 몸을 이끌고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왠 걸요~

근 5~6개월 만에 만나다 보니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그간 지냈던 이야기들을 쏟아내는데

한 20분쯤 흐른 뒤에나 커피와 마카롱을 주문할 수 있었답니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키운다는 공통점~

회사 생활을 하지만, 그래도 회사의 회식보다는 집으로 빨리 돌아오고픈 마음이 크다는 공통점,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집안일은 밑도 끝도 없이 밀린다는 공통점...


물론 각자의 남편들에게 해도 될 이야기는 맞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현하는 과도한 리액션은 아줌마들의 특기였으며

그러한 공감표현으로 인해 힐링까지 이뤄지니

나른한 휴일 오후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고 나올만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심각했던 인생의 여러문제도 서로가 서로에게 답을 알려주지는 못했지만

눈물과 웃음으로 이해를 해 준 시간이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후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sns로 전송을 하던 중

아메리카노와 마카롱 사진이 제게는 특별하게 보였습니다.


우리는 쓰디쓴 게 아메리카노라는 걸 알면서도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시럽을 넣는 대신 달달한 마카롱을 주문을 했습니다.

마카롱 한입에 아메리카노 한 모금! 

입안에서 두 맛이 조화로이 섞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맛을 냈습니다.

만약 마카롱과 아메리카노가 섞이려면 우린 외관적 모습부터 섞어야 하겠지요~


마카롱을 잘게 부순 다음 아메리카노 잔에 담가야 달달하면서도 쓴 맛이 어울러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아무도 마카롱을 잘게 부수어 아메리카노에 담가 먹질 않죠~

마카롱은 마카롱대로 그 맛을 취하고,

아메리카노는 아메리카노대로 그 맛을 즐기죠~


즉 서로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며 취하는 것! 


사회에서,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우리는 각자 쓴맛을 내지만

각성이 있는 아메리카노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바싹하면서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달달함으로 인한 각성이 있는 마카롱의 모습일 수 있고요.

전혀 다른 맛을 내는 마카롱과 아메리카노는 환상의 궁합이죠.

쓴맛과 달콤함의 콜라보레이션!


이처럼 음식도 궁합이 있듯, 사람도 사람 사이에 궁합이 있답니다. 


내게 쓴 아메리카노 같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수 있고,

내게 한없이 달콤한 마카롱 같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수 있지요.

쓴 아메리카노 같은 사람을 만났으면 쓰다고 힘들어하지 말고

마카롱 같은 이들을 스스로 만나러 가면 어떨까요?

그리고 너무 달달해서 지금 내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나 싶을 때는

마카롱 같은 이들보다는 쓴 아메리카노 같은 이들을 곁에 두면 되니까요.

지금 당신 곁에는 어떠한 맛을 내는 사람이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자의 말은 우리네 종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