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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허밍 Jul 05. 2023

3-2. 네버 해브 아이 에버...(1)

"영어로 가사 써본 적 없어"

버킷리스트라기 보다는 목표에 가까운 소원이 있다.


바로 ‘영어로 노래를 만드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영어로 가사를 어떻게 적어야 하지?’

라는 걱정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되어서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허밍띵즈’ 프로젝트라는

좋은 명분이 있지 않은가.


‘이츠허밍’이라는 뮤지션의 틀을 깨부수는

‘허밍띵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분야에서 내 능력의 한계치를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마침 이번 곡의 영감을 받은 영화도 미국 영화겠다,

영어로 가사를 써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제목은 영화와 동일하게 가고 싶었기에

고민할 것 없이 ‘Before Sunset’으로 정했다.


곧바로 가사 작업에 착수했다.


영어로 바로 가사를 적기에는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떤 말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질 것 같아서

먼저 한글로 내가 원하는 곡의 이미지를 그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영화처럼 간단한 시놉시스를 만들어 보았다.



주인공은 소녀와 노을.

주제는 소녀와 노을의 사랑 이야기.


한 소녀가 해질녘, 창 밖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노을도 소녀를 보고 있다.


노을은 소녀의 눈을 바라본 순간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계속 소녀의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세상의 끝이 사라질 때까지라도


함께 있겠노라 다짐한다.


하지만 노을은 정해진 시간이 오면


수평선 너머 바다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조금 색감이 어둡긴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곡의 느낌과 가장 유사한 작품.

(출처 : pixabay @kirillslov)



다시 서로를 만나기까지 그리워하며

그 다음날 해질녘을 기다리는 노을의 심정이 되어서

가사를 적어보기로 했다.


이번 곡은 머릿속에서부터

의도하는 이미지가 명확하게 그려졌기에

가사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내용을 영어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의도하고자 했던 이 한글 가사의 내용을

영어로 옮겼을 때 급격하게 느낌이 변하는 것은 싫었다.


반드시 가사에 넣고 싶은 ‘특유의 뉘앙스’가 있었고,

곡의 이미지들과 어울릴만한 단어들을 넣고 싶었기에

나중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더라도

내가 먼저 영어로 가사를 옮겨보기로 했다.


여러 영어 가사들을 참고해가면서

나만의 표현으로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그렇게만 했는데도 거의 2~3주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역시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과연 올바른 전치사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시제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영어권 외국인들이 들어도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고 싶었기에

1차원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기초적인 문법적 실수를 없애는 것이었다.


영어 능력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둘째 이모였다.

나의 둘째 이모는 유학 생활 도중

이모부(뉴질랜드 출신의

훤칠한 키와 외모를 소유하신 외국 분이시다)를 만나셨고,

그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국제 결혼을 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호주에 살고 계신다.


영어권에 사신지 20년이 넘었고

영어로 둘러싸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항상 영어로 말씀하시기에

한국인이지만 영어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도 높을 거라 생각했고

나의 영어 가사를 검수하기에

아주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모께 카톡을 했다.


이런 저런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최근 나의 고민을 조심스럽게 에둘러 말씀드렸다.


“나" : 이모 요즘 사실 고민이 있어요 ㅠㅠ
영어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이모" : 오 지은아. 무슨 고민이고?
이모가 네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면 좋겠구나.
영어권 남편과 결혼해서 사는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그렇게 힘들구나.
언제 시간 나면 한번 통화하자꾸나


아무리 차갑고 딱딱한 카톡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구수한 부산 사투리와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말투가 글자에 절로 녹아난다.


문장에서 이모의 다정한 목소리가

마치 ‘음성 지원’되는 듯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통화할 날짜를 잡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서

나의 데모 파일을 공유해드렸다.


사실 나는 가족들에게 음악 작업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발매 일정 정도만 알려드리고,

발매 전엔 어떤 느낌의 곡인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들의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감상평들이

상처만 될 뿐, 내 음악의 발전에 있어서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째 이모에게는 최초로

발매 전에 도움을 청하려고 자료를 유포한 셈이니

이 얼마나 떨리는 일이던지.


곡에 대한 평가 아닌 평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모로부터 메일이 왔다. ت

 



이번 에피소드 제목과 동일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물인 “네버 해브 아이 에버”. z세대 하이틴물의 끝판왕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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