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랑 갑시다!

by 정진현

비가 쏟아지던 날 오랜만에 아파트 구석에 있는 화분 흙 버리는 곳으로 갔다. 심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갔더니 키 큰 나무가 심어진 화분 몇 개와 필요한 화분이 몇 개 있었다. 아무래도 이사하면서 두고 간 듯했다. 경비실에 물어보니 맞다고 필요하시면 가져가시라고 한다.

처음 시작은 거의 20년 전인가 나는 아파트 1층 수돗가에 커다란 알로에가 심어진 화분을 하나 주어 집에 가져왔다. 오래 키운 듯한 알로에였다. 집주인이 이사 가면서 ‘나도 이사 가나 보다’ 하고 따라 나왔을 텐데 다른 몇 화분과 함께 남겨졌을 때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줌마랑 가자!’ 하면서 데리고 왔다. 물론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을 테고 나름 주인도 미안한 마음을 알로에에게 전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화분이 아직 우리 베란다에 있고 그 화분은 몇 년 전부터 꽃도 피워 준다. 자주 작은 알로에를 품어 내 주어 나는 그것을 떼어 키워 당근에 팔아 정말 많은 부수입을 올렸다. 감사하다는 표현 같아 매번 내주고 나는 키워 낸다.

나의 보물단지는 화분 분 갈이 하는 곳이다. 가보면 작은 것부터 이름을 알거나 그렇지 않은 식물들이 많이 버려져 있는데 나는 그들에게 아줌마 따라가자! 하고는 다 데리고 와서 화분에 심어 살려내고 키워 내는 데 그 작은 것도 다 생명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일단은 살려보기로 한다. 그냥 마음이 불편하다. 죽을 줄 알면서 거기에 두고 오면 마음이 편치 않다. 어느 정도 키우면 1000원, 2000원, 무료로 당근에 올린다. 내 공간은 좁기 때문에 누군가 이 화분을 사랑해 줄 새 주인을 찾아준다. 작별 인사는 필수!

아무튼 그날도 그렇게 분갈이 공간에서 몇 개의 화분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날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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