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를 막아라!

by 정진현

옷장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옷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픈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막상 입으려면 입을만한 것도 없고 여기저기에서 광고하는 옷들은 너무 예쁘고 나에게 너무 어울릴듯하여 사고 싶어지고 사기도 한다. 새옷을 입고 가는 출근 하는 날은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옷이 늘어났고 지출도 늘어났다. 그로 인해 생긴 후회는 생각하면 뭐 하겠는가! 그냥 반복이 계속될 뿐이다. 후회, 이번만, 후회, 이번만, 이라는 사이클! 마음이 공허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 등도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합리화하면서 그렇게 오래 말이다. 옷방이 따로 없어 작은 공간을 옷방으로 하다 보니 실제로는 옷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튼 그 공간에 들어서면 숨이 턱 막힌다. 신발장도 가방도 마찬가지다. 어찌해서 온라인 쇼핑을 멈추니 이제는 당근을 기웃거린다. 결국은 그게 그것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수년간 반복되어 오다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소득이 줄면 여러 어려움이 있을것 같아 먼저 물건 구입과 물건 줄이는 생활로 바꾸고 짐을 정리하기로 하면서 드디어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안 입고 안 신을 것 같은 것을 담아서 보이는 곳에 두고 일단 버리진 않는다. 그 물건이 가진 역할을 충실히 한다! 가 먼저다. 옷, 신발, 가방도 버리진 않고 그 옷, 신발, 가방이 그 기능을 다 했다고 판단이 되어 버려 할 이유가 생길 때까지 입고, 신고, 멘다. 그리고 당근에 올린 신발이 팔리면 모아둔 신발이나 옷에서 한, 두 개씩 더 준다. 가격이 1000원, 2000원에도 사겠다고 하시는 분 중에는 알뜰하신 분들이 많이 있다. 내가 준 것을 입으시던지 안 입으시던지는 그분의 결정에 맡기고 말이다. 어쩌면 나는 내 손으로 옷을 버리지 않았어! 라는 심리적 위안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내 손을 떠난 가방, 신발, 옷 등에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정리한다. 그렇게 한, 두 달 하니 눈에 띄게 짐이 줄었다. 모아놓은 물을 방류하여 다 비운 저수지가 되기 위해서는 상류에서 들어오는 물줄기를 막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고 기억하여, 사는 습관인, 들어오는 물줄기를 막고자 오늘도 나는 고군분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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